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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저녁이 있는 삶' 위해 퇴근길 반찬가게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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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구청의 특별한 실험 한달…"가족과 대화 시간 늘었어요"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서울 노원구청은 1개월 전부터 특별한 실험을 하고 있다. 그것은 직원들의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해 퇴근길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것.

지난달 4일부터 노원구청은 1주일 뒤 판매할 반찬 서너 가지를 직원에게 미리 알려주고 주문을 받아 구청 구내식당에서 친환경 재료로 만들어 팔고 있다.

22일 구청에 따르면 반찬가게가 운영된 지 한 달 만에 반찬 가게를 이용하는 직원 수가 배 이상 늘어났다.

처음 시행했을 때 60여명에 불과했던 반찬 신청 인원은 현재 130여명으로 불어났다.

구청 여직원들은 퇴근 후 저녁 준비의 압박에서 벗어나 만족스럽다고 전했다.

구청 반찬가게에서 만난 조미애(38·여)씨는 "퇴근하고 집에 가면 초등학교 3학년인 아이가 배고픈 상태로 저녁을 기다리고 있는데 밥만 해서 아이에게 줄 수 있고, 설거지할 것도 거의 없다"며 "맞벌이 여성들의 힘든 일 하나가 해결된 것"이라고 전했다.

조씨는 "시간이 절약돼 저녁 시간에 아이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며 "처음에는 반찬 품질에 반신반의했는데 일반 가게에서 파는 반찬보다 조미료가 덜 들어가 아이에게 더 건강한 음식을 줄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덧붙였다.

이모(40·여)씨도 "저녁에 따로 공부하는 것이 있는데 집에 가서 반찬을 하지 않아도 되니 공부 시간이 늘어나 좋다"고 말했다.

여직원들만 반찬가게를 환영하는 것은 아니다.

처음부터 가게를 애용했다는 최용록(47)씨는 "가격이 저렴해 나보다 아내가 더 반긴다"며 "아내도 맞벌이하고 있어 퇴근 후 저녁상을 차릴 부담이 적어져 좋아한다"고 말했다.

최씨는 "반찬이 상할까 봐 빨리 들어가야 해서 자연스럽게 술 약속도 잡지 않게 된다"고도 했다.

반찬가게 때문에 구청 식당 조리원들은 화요일과 목요일에 따로 남아 반찬 요리를 해야 해 업무강도가 늘어났지만 보람을 느낀다고 입을 모았다.

주방에서 만난 한 조리원은 "일이 많아지긴 했지만 직원들이 맛있다고 해주니 기분이 좋다"며 웃어 보였다.

반찬가게를 이용하는 구청 직원들은 노원구의 실험이 다른 곳에도 퍼진다면 맞벌이 부부 등에 적잖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구청 직원은 "구청 반찬 가게 덕분에 가족끼리 대화하는 시간도 늘고 행복지수가 더 올라간 것 같다"며 "민간 기업에도 이런 문화가 전파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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