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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경비원 焚身(분신)·해고… 압구정 아파트 갈등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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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원노조 상급 단체인 민주노총이 주민에 사과

전원 해고 통보한 주민들은 경비원 고용 승계 보장

경비원 분신과 민주노총의 개입, 이에 반발한 주민들의 경비원 전원 해고 통보와 그에 맞선 경비원 노조의 파업 예고로 치달아온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 사태가 극적으로 해법을 찾았다. 이 아파트 경비원 노조의 상급 단체인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가 입주민들이 매도당한 데 대해 사과하기로 하자 입주민들이 경비원들의 고용 승계를 보장하기로 했다. 덕분에 경비원들은 대량 해고를 면하게 된 것이다.

이 아파트는 지난 10월 한 경비원이 주민 폭언을 이유로 분신 사망하면서 몸살을 앓아왔다. 분신 사태 이후 민주노총이 아파트 주민들을 비난하는 집회·시위를 잇따라 벌였고, 입주민들은 "주민 전체가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당했다"며 반발했다. 입주자대표자회의는 지난달 경비 용역 업체를 바꾸기로 결정, 사실상 경비원 전원을 해고하기로 했다. 경비원 노조는 고용 승계와 현재 60세인 정년의 연장을 요구하며 지난달 말 찬성 71.8%로 파업을 잠정 결정하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이하 서울지노위)에 노동쟁의 조정 신청을 냈다.

서울지노위는 경비원들의 법률상 고용주인 현 경비 용역업체와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를 협상 테이블에 앉히고 두 차례 조정회의를 열었다. 서울지노위는 또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민주노총 간 간담회도 주선했다. 실질적 권한을 가진 입주자대표자회의가 사실상 협상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본 것이다. 간담회는 그러나 평행선을 달렸다고 한다. "우리를 매도한 데 대해 사과가 없다면 조정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주민들의 요구를 민주노총이 선뜻 수용하지 못한 것이다.

협상의 실마리가 풀린 것은 지난 주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가 입주민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면서부터다. 서울지노위를 통해 전달된 사과문은 '그간의 투쟁 과정에서 일부 입주민의 문제를 대다수 선량한 입주민의 문제로 언론에 비치게 한 부분에 대해 사과한다'는 취지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파트 동대표들이 회의를 열어 사과를 받아들이고 경비원 노조 측의 요구를 수용하기로 결정하자, 경비원들도 투표를 통해 90%에 가까운 찬성률로 조정안을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은 지난 20일 '새 용역업체가 기존 경비원들을 고용 승계하는 데 협조하고 만 60세로 정년이 끝나는 경비원 11명을 1년 더 근무하게 한다'는 조정안에 잠정 합의했다.

합의 결과는 22일 오후 2시 입주자대표자회의와 민주노총 측이 만나 사과 문안을 어떻게 공개할지 조율한 뒤, 오후 5시 서울지노위가 노사간 서명을 받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신현대아파트의 한 경비원은 "파업을 해봐야 아무 실익이 없다는 생각들이 많았다"며 "일부 경비원들은 노조 탈퇴서까지 써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곽래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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