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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뮌헨의 일주일을 요리한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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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서 빛난 '코리안 위크'

'카르멘' 주역 테너 이용훈'

그림자 없는 여인'의 사무엘 윤

윤홍천의 뮌헨 필하모닉 협연까지

19일(이하 현지 시각) 독일 뮌헨 바이에른 오페라극장에서 올린 비제 오페라 '카르멘' 주역은 한국인 테너 이용훈(41)이었다. 다음 날 이 극장이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탄생 150년을 기념해 공연한 오페라 '그림자 없는 여인'에선 '바이로이트의 사나이' 사무엘 윤(43)이 '영계의 사자(使者)' 역으로 시작부터 무게를 더했다. 세계 정상급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가스타익 필하모니홀 정기연주회에서 사흘 연속 관객을 매료시킨 피아니스트 윤홍천(32)까지, 지난주 유럽의 대표적 예술 도시 뮌헨의 클래식 무대는 한국인이 이끈 '코리안 위크'였다.

바이에른 오페라는 빈과 베를린, 밀라노와 함께 서구 최고 수준의 오페라를 올리는 곳이다. 이런 극장에서도 이용훈의 '카르멘'은 압도적이었다. 2000년대 후반부터 세계 최고 오페라극장 주역이었던 이용훈은 국내 무대에선 거의 선 적이 없어, 처음 보는 그의 실연(實演)이었다. 카르멘 상대 역 돈 호세로 나선 이용훈은 돈 호세를 찾아온 시골 처녀 미카엘라와의 1막 이중창부터 극장을 쩌렁쩌렁 울리는 풍부한 성량으로 압도했다. 3시간을 저렇게 노래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온몸을 던진 열창이었다.

목소리만 큰 게 아니었다. 카르멘 때문에 감옥에 갔다가 풀려난 호세가 카르멘을 찾아와 부르는 2막의 이중창, 그리고 투우사 에스카미요에게로 떠난 카르멘의 사랑을 되찾기 위해 호소하는 4막 피날레에서 이용훈은 사랑에 미쳐가는 순진한 병사의 내면을 혼신을 다해 표현했다. 상대역은 떠오르는 신예 메조소프라노 클레망틴 마르겡(Margaine). '하바네라'와 호세를 유혹하는 아리아 '세기디야' 등을 깊은 음색에 담아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요염한 카르멘을 창조했다. 남아공 출신 소프라노 골다 슐츠(Schultz)의 미카엘라도 유럽 무대에서 주역으로 커갈 가능성을 보였다. 뮌헨 관객은 '황금 목'의 진수를 보여준 이용훈, 드라마틱한 색깔이 강한 비제의 음악을 맛깔나게 이끈 이스라엘 지휘자 오메르 메이어 웰버(Wellber·33)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이용훈은 이번 학기부터 서울대 성악과 교수로 특채돼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오페라 무대에 서고 있다.

조선일보

(왼쪽부터)이용훈, 사무엘 윤, 윤홍천.


20일 올린 '그림자 없는 여인'은 120년 전 이 극장 오케스트라 감독을 지낸 슈트라우스가 작곡한 오페라. 작년부터 이 오페라극장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러시아 지휘자 키릴 페트렌코(Petrenko·42)가 직접 지휘봉을 잡을 만큼 올 시즌 기대작이다. 2012년 바그너 음악의 성지(聖地)인 바이로이트 축제에서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주역을 맡아 스타로 떠오른 사무엘 윤은 '영계의 사자' 가이스터보테(Geisterbote)였다. 깔끔한 정장 차림으로 무대에 오른 사무엘 윤은 원숙한 목소리와 연기로 메신저 역할을 표현했다. 출연 시간이 짧아 아쉬웠지만, 깊은 인상을 남기기엔 충분했다. 소프라노 리카르다 메르베트가 황후로 나왔다. 이용훈과 사무엘 윤은 이달 말까지 같은 역으로 두 차례씩 바이에른 오페라극장에 선다.

코리안 위크는 다음 달 마지막 주 또다시 열린다. 유럽 무대에서 활약하는 테너 강요셉과 이용훈, 김우경이 각각 로시니 '윌리엄 텔'과 베르디 '일 트로바트레', 푸치니 '라 보엠' 주역으로 번갈아 출연한다.

[뮌헨=김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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