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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차라리 아리랑이 국가" "남쪽 정부" … 이래서 국민이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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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본 통진당 결정적 순간들

2011년 당 출범식 땐 애국가 안 불러

당권파 당선시키려 부정경선까지

‘종북(從北)·자기검열 실패·폭력’.

통합진보당을 해산에까지 이르게 한 원인을 꼽자면 세 가지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다. 통진당은 전신인 민주노동당 시절은 물론 2011년 창당 이후에도 북한에 대해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반응을 보여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통진당이 국민의 마음으로부터 멀어지게 된 결정적 순간들을 세 가지 키워드로 되돌아봤다.

종북

중앙일보

지난 8월 통합진보당 이석기 전 의원(오른쪽)이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내란음모 사건 항소심 선고 공판을 기다리고 있다. [중앙포토]


일심회 사건은 사실상 ‘종북 논란’의 시초다. 2006년 검찰은 민노당 당직자가 북측과 접촉해 당원 성향 분석자료를 유출한 혐의로 최기영 민노당 사무부총장 등 5명을 구속기소했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당직(민주노동당)선거와 관련한 우리의 립장(입장)은 OOO만 한 인물이 없음으로 그를 당 대표로 선출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본다”는 북한 지령문까지 공개됐다. ‘친북’ 정도를 넘어서 전신인 민노당의 입장을 의심케 한 첫 계기였다. 이들은 이적단체결성죄를 제외한 대부분의 혐의에 대해 유죄선고를 받았다.

‘애국가 거부’도 대중이 통진당을 떠나게 한 결정적 이유다. 2011년 12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통진당 출범식. 이날 통진당은 국기에 대한 경례는 했지만 애국가를 부르지 않았다. 2012년 5월 이석기 전 의원은 기자들을 만나 “애국가는 나라를 사랑하는 여러 노래 중 하나일 뿐 국가가 아니다. 차라리 아리랑이 국가”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런 통진당은 천안함 폭침, 연평도 피격, 북한의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 때 침묵했다. 한 걸음 나아가 2012년 4월 북한이 장거리 로켓(광명성 3호)을 발사했을 땐 통진당 우위영 대변인이 “미국을 비롯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일변도 방식은 한반도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논평을 냈다. 같은 해 대선주자 토론에 나선 이정희 후보도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계획, 천안함 폭침, 연평도 공격의 책임을 묻는 질문에 뚜렷이 답변하지 않았다. 문재인 후보가 이 후보 측이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을 실용위성이라고 한 것에 대해 지적하자, 이 후보는 “남쪽 정부에서는”이라고 했다가 “아니, 대한민국에서는”이라고 말을 고쳐 논란을 일으켰다.

이런 일들이 쌓이며 ‘종북 성향’에 대한 의심이 커질 때 결국 ‘지하혁명조직(RO) 녹취록’이 공개됐다.

이석기 전 의원이 경기도당의 RO 회합에서 나눈 국가기간시설 파괴 모의 등은 통진당 해산의 결정타였다. 이 전 의원은 “(녹취록 내용) 대부분이 조작이고 허위”라고 부인했지만 법원은 2심까지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통진당은 그런 이 전 의원과 거리를 두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당 전체가 이 전 의원과 동일시되고 말았다.

자기검열 실패

중앙일보

2012년 3월 이정희 통진당 전 대표가 관악을 예비 후보 사퇴 기자회견을 하며 울음을 참고 있다. [중앙포토]


이정희 전 대표는 ‘악어의 눈물’ 논란을 일으켰다. 19대 총선 서울 관악을 지역 야권연대 경선에서 부정 사실이 적발된 뒤다. 그는 “부끄럽고 죄송하다”며 사퇴 기자회견을 끝내고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통진당은 민주당과의 단일화 협상에서 이상규 후보를 밀어 재공천을 따냈다.

통진당의 권력에 대한 집착, 구태는 기성 정당 이상이었다. 여론조사 조작, 대리투표 같은 부정 경선을 서슴지 않았다. 부정 경선의 상당수는 당권파인 경기동부연합의 계파이익을 최우선한 결과였다.

2012년 총선 당시 비례대표 경선에서 사실상 당권파인 ‘경기동부연합’이 이석기 전 의원을 비례대표로 당선시키기 위해 부정선거를 했다는 수많은 증거가 이어졌다. 심지어 이 전 의원 소유의 선거·홍보 기획사인 CN커뮤니케이션즈(CNC)에 당내 일감을 몰아주고, 공직선거 보전금을 과다계상해 국고보조금을 허위 청구했다는 논란까지 불거졌다. 새정치민주연합 관계자는 “부정경선 사태로 본 통진당 정치인들의 행태는 구악 정치인과 다를 바 없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2012년 5월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한 통진당 중앙위원회. 당권파 당원들이 단상에 난입해 조준호 공동대표(가운데)의 멱살을 잡으려 하자 유시민 공동대표(왼쪽)가 이를 막기 위해 손을 뻗고 있다. [중앙포토]


폭력

통진당에 늘 따라다니는 게 폭력이었다. 전신인 민노당 시절부터 폭력 문제로 구설을 일으켰다. 2009년 1월 당시 민노당 강기갑 의원은 국회사무총장 집무실 책상에 올랐다. 발길질을 하며 집기를 부수는 장면이 언론에 포착돼 ‘공중부양 의원’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급기야 김선동 전 의원은 2011년 11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 처리에 반대하며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터뜨렸다. 통진당에선 ‘머리끄덩이녀’ 사건이 있었다. 지난해 5월 12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통진당 중앙위원회에서다. 조준호 당 대표가 총선 비례대표 경선부정 사태 수습 관련 안건을 상정하려 하자 당권파 소속 20대 여성 당원이 조 전 대표의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조 전 대표는 전치 6주의 상해를 입었다.

이지상·이윤석 기자

이지상.이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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