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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어떻게 나흘간 담배 한 갑 못 사나” 담뱃값 인상 앞두고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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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귀 현상에 흡연자들 불만

편의점 1인 1갑만 구매 허용

“내놔라” “없어요” 승강이

사재기 순회 ‘메뚜기족’도

“아니, 나흘 동안 집 주변을 싹 돌았는데 ○○담배 한 갑을 못 사는 게 말이 됩니까.” “손님 저희 잘못이 아니에요. 정부는 (담배 물량을) 안 내주지, 들어오면 족족 다 팔리는데 저희도 어쩔 수 없어요.”

21일 전국에서 펼쳐지고 있는 담배가게의 일반적인 광경이다.

흡연자들은 화가 날 대로 나 있다. 자영업자 박주진씨(54)는 “아무리 담배가 잘 팔려도 어떻게 며칠 동안 내가 피우는 ○○담배를 한 갑도 못 살 수가 있느냐”고 말했다. 직장인 김유진씨(37)는 “세수가 부족하다더니 결국 담뱃값 올려서 서민들 세금 더 걷어내겠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은퇴 후 마땅한 수입이 없는 노인들의 불만은 더 컸다. 서울 탑골공원에서 만난 박종용씨(72)는 “기초연금 20만원에 자식이 주는 용돈 10만원으로 근근이 살고 있는데 담뱃값이 이런 식으로 오르면 어떻게 하느냐”며 “나라에서 연금 올린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담뱃값으로 다 토해내게 한다는 생각까지 든다”고 했다.

담배가 잘 팔린다고 해서 업주들이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판매자들은 사재기를 하려 한다는 의심마저 받고 있다. 서울 시내 한 편의점 업주인 김희수씨(40)는 ‘담배가 왜 없느냐’는 손님의 물음에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창고로 갔다. 그는 “한 번 들어와서 정말 사재기해 놓고 안 파는지 직접 확인해 보세요”라며 억울해했다. 정부는 담배 사재기 등을 우려해 공급을 지난 1~8월 월 평균 판매량의 104%로 제한한 상태다. 하지만 인상을 걱정한 수요가 몰리면서 매주마다 공급되는 양은 2~3일 만에 동이 나고 있었다. 실제 취재결과 김씨의 편의점 등 시내 주요 담배가게 진열대에는 인기 품목 담배 칸이 텅텅 비어 있었다.

담배가게를 하는 김모씨(56)는 최근 담배를 사재기해놓고 안 판다는 신고를 당해 구청 직원으로부터 조사까지 받았다고 했다. 그는 “담뱃값을 올린 나라에 욕을 하면 모르겠는데 내가 팔기 싫어 안 파는 것도 아니고 왜 내가 욕을 먹어야 하느냐”며 “담배 장사 30년에 살다 살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1인 1갑 구매’만 허용하자, 아예 여러 편의점들을 돌면서 1갑씩 사들이는 이른바 ‘메뚜기족’이 성행하고 있다. 한 담배가게 주인은 “휴지를 주워 팔던 노인들이 담배가게를 돌며 한 갑씩 사모으고 있더라”며 “담배 한 갑만 산다는데 안 팔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대대적인 금연 바람도 불고 있다. 전자담배를 사거나 지역 보건소 금연클리닉 등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지난 19일 종로보건소 금연클리닉을 찾은 김모씨(33)는 “10년 넘게 핀 담배를 끊으려고 금연 패치와 껌을 받으러 왔는데, 상담 예약이 많아서 다시 오라고 했다”며 발길을 돌렸다.

<박홍두·심진용·이삭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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