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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통합진보당 해산’ 헌재, ‘국제 망신’ 당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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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60개국 가입한 베니스위원회

진보당 해산 결정문 제출 요청

“정당은 당원 개별행위 책임 안져”

위원회 지침과 어긋나 논란일 듯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외국에서는 어떻게 바라볼까?

헌재가 제시한 해산 결정의 논리가, 유럽 나라들을 중심으로 60개 나라가 가입해 있는 국제헌법자문기구인 베니스위원회의 ‘정당해산 지침’과는 어긋나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헌재 관계자는 21일 “베니스위원회의 한 독일인 위원이 지난 11~14일 베니스위원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강일원 재판관에게 정당해산 결정을 하게 되면 그 결정문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헌재는 조만간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문의 영문 번역 작업을 시작할 것으로 보이는데, 기간은 1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베니스위원회는 헌재 결정 전부터 이 사건 심리를 예의주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국내에서 열린 세계헌법재판회의 때도 베니스위원회 구성원들 여럿이 “결과가 나오면 알려달라”는 요청을 해왔다고 한다. 한국은 2006년 베니스위원회에 정식 가입했다.

베니스위원회는 2000년 1월 ‘정당해산 지침’을 발표했다. 국제적으로도 정당해산 재판 사례는 희귀한 만큼, 이 지침은 가장 구체적인 정당해산 심판 가이드라인으로 취급된다. 지침은 “전체로서의 정당은 정치적·공적 활동이나 정당 활동에서, 정당이 권한을 부여하지 않은 그 구성원의 개별적 행위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다”, “(정당 강제해산과 같은 법적 조처들은) 개별 정당원이 아니라 정당 자체가 위헌적 수단을 사용하거나 사용할 준비를 함으로써 정치적 목적을 추구한다는 점을 충분한 증거를 통해 뒷받침해야 한다”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지난 19일 헌재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은 이런 지침과는 어긋나 보인다. 헌재는 통합진보당 일부 당원을 ‘주도세력’으로 정의한 뒤, 이들의 발언이나 행위가 통합진보당에 귀속된다며 곧바로 해산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위헌적인 언행을 한 이들 주도세력이 당을 장악하고 있으니 당 자체가 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위험이 된다’는 게 헌재 판단이다.

하지만 해산 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이는 지난해 5월 서울 합정동 내란선동 회합의 참석자는 130여명인데, 통합진보당 전체 당원은 10만명가량이고 진성당원은 3만명에 가깝다. 회합 참석자들은 전체 당원의 극히 일부에 불과한 셈이다. 이들을 비롯한 ‘주도세력’이 당을 어떤 형태로 장악하고 있다는 것인지, 당을 장악했다면 이들을 당 전체와 동격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 헌재는 정교하게 검토·논증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세계 헌법계에서 유엔 격인 베니스위원회에서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어떻게 판단할지 관심이 모인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윤정인·김선택 교수는 논문 ‘유럽 인권재판소의 정당해산 심판기준’에서 정당해산 지침과 관련해 “개별 정당원의 돌출적 불법적 행동을 정당에 귀속시켜서는 안 된다”며 “실제적 위험의 존재는 말 그대로 현실적·구체적이어야지, 정당의 강령이나 발언 속에서 언뜻 드러나는 추상적 위험만으로는 인정될 수 없고, 실제 행동과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것이 확립된 심판기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선식 이경미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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