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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Y염색체의 위기…1000만년 뒤엔 남성이 사라질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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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유류의 성별을 결정짓는 염색체는 X와 Y 두 개다. XX형은 여성, XY형은 남성이 된다. 인간이 가진 염색체 23쌍 중 1쌍의 염색체가 성을 결정짓는 것이다.

최근 남성을 결정하는 Y염색체가 퇴화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Y염색체 위기설이 불거졌다. 1000만년 뒤에는 Y염색체를 가진 남성이 지구상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주장이다. 물론 Y염색체 퇴화 추세가 꺾였다는 반론도 나온다.

경향신문

크기가 작은 Y염색체

Y염색체는 인간이 가진 23쌍 염색체 가운데 크기가 끝에서 세 번째로 작다. 인간의 전체 염기서열(게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에 불과하다. Y염색체에 들어 있는 의미 있는 유전정보인 유전자는 현재 78개가 알려져 있다. 대부분 정자를 생산하는 데 관여하는 유전자다.

반면 X염색체는 인간 염색체 중에서 여덟 번째로 크다. 전체 염기서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1%나 된다. Y염색체의 2.7배다. 밝혀진 유전자 수도 1100여개에 달한다. Y염색체와 비교해 유전자의 기능도 질병 등과 관련되는 등 다양하다. X염색체와 비교해 Y염색체의 기능이 적고 포함하고 있는 유전정보도 적은 것이다.

▲3억~1억8000만년 전 등장

생성 초기 비해 97% 유전자 사라져

인간 염색체 중 가장 급격한 변화

퇴화 멈췄다는 주장도 있는데

Y의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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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성 염색체. 왼쪽이 X염색체, 오른쪽이 Y염색체.


흡연이 Y염색체를 없앤다

흡연 습관이 Y염색체를 없앤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스웨덴 웁살라대 얀 두만스키 교수 연구팀은 흡연, 비흡연 남성들의 혈구세포를 비교한 뒤 흡연 남성은 비흡연 남성보다 혈구세포에 Y염색체가 없을 확률이 최대 4.3배 높다는 결과를 내놨다. 이는 지난 4일 국제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됐다. 혈구세포는 혈액 속에 존재하는 적혈구, 백혈구 등 세포를 말한다. 연구팀은 스웨덴 남성 6000명에게서 채취된 혈구세포 속의 DNA를 비교해 이와 같은 연구결과를 얻었다.

혈구에서 Y염색체가 소실되면 수명이 짧아지거나 암 발생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두만스키 교수 연구진은 지난해 7월 Y염색체 소실이 인간 수명을 줄이고 암 발생률을 증가시킨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연구결과는 지난해 8월 국제 과학 학술지 ‘네이처’의 자매지인 ‘네이처 지네틱스(Nature Genetics)’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Y염색체의 소실 정도에 따라 남성의 암 위험을 평가하는 진단법을 개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두만스키 교수 연구결과에 학계에서는 신중론이 나오고 있다. 이 연구진이 Y염색체의 소실과 수명 감소, 암 발생의 직접적 연관성을 찾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Y염색체의 소실이 수명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를 밝혀내는 것이 과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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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염색체 23쌍의 모습. 맨 아래 오른쪽에 X염색체와 Y염색체가 배치돼 있다. 미국 과학진흥회 홈페이지 캡처


Y염색체는 퇴화중

Y염색체 퇴화설을 처음 주장한 것은 호주 국립대 제니퍼 그레이브즈 교수 연구팀이다. 이들은 2002년 동물 Y염색체 염기서열을 분석하니 진화 과정에서 Y염색체 크기가 작아졌다는 연구결과를 ‘네이처’에 내놓았다. 퇴화 속도를 감안하면 1000만년 안에 Y염색체가 없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당시 학계에 충격을 던져줬다.

Y염색체는 3억~1억8000만년 전에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유인원이 등장하기 이전이다. Y염색체 등장 이전에 지구상에 살던 포유류는 온도나 산성도에 따라 성이 결정됐을 것으로 학계는 추측하고 있다. 실제 파충류 등은 온도에 따라 성이 결정된다.

Y염색체는 등장 이후 1억~2억년간 퇴화했다. Y염색체는 생성 당시 X염색체와 크기가 비슷했다. 현재 Y염색체는 생성 초기와 비교해 97%의 유전자가 사라졌다. 인간이 가진 23쌍의 염색체 가운데 가장 급격한 유전적 변화를 겪었다.

Y염색체가 퇴화한 이유는 X염색체와 짝을 이뤘기 때문이다. 염색체 속 유전자들은 서로 유전자를 교환하면서 변이를 한다. X염색체와 X염색체가 조합되면 유전자의 내용이 비슷하기 때문에 유전자가 교환되면서 보전될 수 있다. 그러나 Y염색체는 Y염색체가 아니라 X염색체와 조합된다. X와 Y는 유전자 위치와 내용이 다르기 때문에 유전자가 교환되면서 보전되지 못하고 스스로 퇴화하는 것이다.

Y염색체에서 발견된 유전자 78개 중 실제로 작동하는 것은 20개 정도에 불과하다. 게다가 Y염색체의 핵심 기능인 정자 생산에는 단 2개의 유전자만 관여하고 있다.

지난 4월 Y염색체의 퇴화가 멈추고 있다는 반론이 나왔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 화이트헤드 생명의학연구소 연구팀은 Y염색체가 2500만년 전까지 급속도로 퇴화했지만 이후로는 정체기에 접어들었다는 연구결과를 ‘네이처’에 실었다. 침팬지 등 포유류의 Y염색체 유전자 진화를 분석한 결과 2500만년 전부터 1000만년 전까지 Y염색체에서 사라진 유전자는 1개뿐이라는 것이다. 현재 Y염색체에는 생존과 정자 생산에 필요한 필수 유전자뿐 아니라 건강과 관련된 유전자도 남아 있다고 밝혔다. Y염색체 존재 이유가 정자 생산뿐만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Y염색체 퇴화설을 주장했던 그레이브즈 교수 연구팀은 고슴도치 등 일부 동물에서는 실제 Y염색체가 퇴화돼 없어진 사례가 있다고 재반박하고 있다. 앞으로 Y염색체 운명은 어떻게 될까.

<목정민 기자 mo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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