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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추억에서 대세로…기계식 키보드의 매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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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잇 노동균] 한때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작은 시장을 형성하고 있었던 기계식 키보드가 최근 인기가도를 달리고 있다. 기계식 키보드는 사용자별로 선호하는 '손맛'을 느끼게 해줄뿐더러 다양한 기능으로 무장하고 있어 PC 주변기기의 고급화를 이끌고 있다.

그동안 키보드는 PC를 구입하면 덤으로 주는 제품이라는 인식이 적지 않았다. 이러한 흐름은 저렴한 가격에 양산 가능한 멤브레인 방식의 키보드가 대중화되기 시작한 때부터 시작됐다. 멤브레인 키보드는 키를 누르면 키캡에 달린 스위치가 기판 아래 고무 재질의 러버돔을 압박, PCB 회로판의 접점에 닿으면서 해당 키의 입력 신호가 전달되는 방식으로 동작한다.

키보드의 역사상 멤브레인 키보드의 등장 이전에는 기계식 키보드의 시대였다. 기계식 키보드는 각각의 개별 키마다 축이 적용돼 있어 상대적으로 제작이 까다롭고 부품 가격이 높아 저렴한 멤브레인 키보드에 밀리게 됐다. 그러나 기계식 키보드는 특유의 손맛과 높은 내구성을 바탕으로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명맥을 유지해왔다.

최근 기계식 키보드가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게이밍 기어 시장이 활성화된 것과 흐름을 같이 한다. 작은 차이가 승부에 직결되는 게임 특성상 키보드와 마우스는 가장 중요한 게이밍 기어 중 하나인데, 기계식 키보드가 게이밍 키보드로 각광받기 시작한 것. 모든 게이밍 키보드가 기계식인 것은 아니지만, 고성능을 요구하는 게이밍 기어 시장에서 기계식 키보드는 고성능 이미지를 내세워 사용자층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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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가격비교사이트 다나와의 올 한 해 키보드 판매량을 살펴보면, 연초 전체의 7.1%의 점유율로 시작한 기계식 키보드 판매량은 매월 조금씩 상승하며 연말 들어서는 10% 초반대로 점유율이 높아지는 추세다. 여전히 멤브레인 키보드가 전체의 약 75%를 차지하고는 있으나, 멤브레인 키보드의 점유율은 연초 80%에서 연말 들어 60% 중반대로 감소하고 있다.

기계식 키보드는 타건 시 흔히 '키감'이라고 불리는 촉감이 제품별로 다양하다는 점에서 선호된다. 멤브레인 키보드는 러버돔을 누를 때 획일적인 압력을 갖지만, 기계식 키보드는 내장된 축에 따라 각기 다른 반발력을 갖기 때문이다. 딸깍거리는 소리와 함께 타자기를 치는 느낌을 주는 '청축', 조용하지만 키 압력이 낮아 빠른 타이핑에 유리한 '갈축', 키 압력이 가장 높아 키가 다시 튀어오르는 반발력도 높아 반복적인 키 연타에 적합한 '흑축' 등이 대표적인 축 종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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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일화된 키보드 디자인을 벗어나 독특한 디자인의 키보드를 추구할 수 있다는 점도 기계식 키보드의 매력 포인트다. 개별 키마다 다른 축을 적용해 나만의 최적화된 키보드를 제작할 수도 있고, 키캡 교환으로 색다른 키보드를 만들 수도 있다. 최근에는 다양한 효과의 LED로 빛나는 기계식 키보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만약 키가 고장나더라도 해당 키만 교체할 수 있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게이밍 키보드로 불리는 만큼 무한 동시입력이나 매크로 등 다양한 게임 특화 기능을 갖추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게임에서 여러 키를 순서대로 눌러야 할 때나 동시에 눌러야 하는 상황을 하나의 키로 동작할 수 있도록 설정할 수 있어 게임 스타일에 따라 바쁜 손놀림을 조금이라도 줄여주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다만, 멤브레인 키보드는 일반적으로 1만원 내외의 저렴한 가격을 형성하고 있으나 기계식 키보드는 대부분 10만원을 호가하는 고가인 점이 단점이다. 최근에는 6만~7만원대까지 가격을 낮춘 기계식 키보드도 종종 출시되고 있어 입문자들의 진입 문턱이 낮아졌다.

또한 기계식 키보드 축의 대명사격인 '체리(Cherry)'사의 특허가 올해 만료됨에 따라 중국 등에서 체리축과 성능이 거의 비슷한 유사축이 생산되고 있어 더 저렴한 기계식 키보드의 등장도 기대해볼 만하다. 그러나 업계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들은 체리축에 대한 선호도가 절대적으로 높은데, 이 때문에 물량이 많지 않다는 점이 시장 활성화에 적지 않은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노동균 기자 yesno@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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