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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언더그라운드. 넷] 황당무계한 김? 논란이 된 한식세계화 C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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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일본에서 우리 세금이 불타고 있습니다!” 12월 중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화제를 모은 사진이다. 일본 오사카의 한 역사에 내걸린 패널 광고들을 찍은 사진이다. 광고에 걸린 사진 속 남자는 김치를 쟁반에 들고 서 있다. 설명은 다음과 같다. “Exciting Kimchi” 흥분되는 또는 재미있는 김치? 난해한 것은 다음 사진도 마찬가지다. 여성이 젓가락으로 라면 면발을 들고 있다. 여기에 붙은 문구는 이것이다. “Happy Ramen” 행복한 라면? 이건 어떤가. “fabulous Seawood.” 구어체로 ‘매우 멋진 김’이라고 하고 싶었던 모양인데, 사전적으로 fabulous는 ‘황당무계하다’ 또는 ‘터무니없다’는 뜻에 더 가깝다.

도대체 이 광고는 누가 내건 걸까. 사진 속 K-food와 농수산물유통공사의 로고가 눈에 띈다. Happy Ramen으로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유튜브 동영상 CF가 잡힌다. 동영상에서 소개하는 ‘K-food’의 종류는 다채롭다. 그리고, 하나같이 다 엽기적이다. 로맨틱한 버섯(Romantic Mushroom), 상쾌한 파프리카(Pleasant Paprika). 고추장으로 추정되는 Red pepper paste의 수식어가 제일 길다. “Passionate beauty SEXY”다. 열정적인 아름다움 섹시…. 문법적으로 맞는 표현인지 모르겠다.

더 찾아보니, 유명 외국인 한식 블로거들의 코멘트들도 나온다. 지난 2004년부터 10년간 한국음식을 주제로 한 블로그를 운영해온 zenkimchi라는 외국 블로거가 이 CF를 소개하는 제목. 번역하면 이렇다. “지속적으로 웃음을 선사하는 씨앤블루의 K푸드 광고”.

경향신문

12월 중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된 일본에서의 한식세계화 홍보 사진. / 오늘의 유머


주목할 만한 것은 광고가 게재된 시점이나 비판이 나온 것이 지난해라는 것이다. 앞의 오사카 역사에 내걸린 광고 패널은 최근 사진이다. 그러니까 근 1년 넘게 내외의 ‘조롱’에도 불구하고 농수산물유통공사는 꿋꿋하게 저 광고를 밀어붙이고 있다는 이야기? 이 사업을 추진해온 부서는 농수산물유통공사 신수요창조팀이다. “2013년 8월께부터 해오던 광고인 것은 맞고요, 당시 해외지사에서 다 감수를 받았는데 비판처럼 콩글리시는 아닙니다.” 신수요창조팀 관계자의 말이다. 현지 반응이 조롱 일변도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렇다 치자. 이런 비판은 어떻게 생각할까. 일본에서 ‘Ramen’이나 김을 한식이라고 표현한다면 과연 일본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라면도 전통식품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신라면 같은 제품이 일본에서도 인기가 많고…. 김도 요즘 스낵으로 인식되어 한국김이 관광객들에게 인기품목으로 인식되고 있지 않습니까.”

처음으로 돌아가 “일본에서 우리 세금이 불타고 있다”는 누리꾼 주장, 다시 말해 ‘엉뚱깽뚱’한 사업에 국민 세금이 낭비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선? “글쎄요… 동의할 수는 없습니다. 시각차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인정할 수 있겠네요.” 참고로 올해 집행된 K-푸드 해외 미디어 광고예산은 모두 49억원이다. “그 중 일본 오사카에 투여된 비용은 1억원이었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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