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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막말’의 생명력…그 무서움을 모르는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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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유재훈 기자]지난 15일부터 양일간 이뤄진 국회의 긴급현안질문은 여야 양측의 막말과 고성, 야유로 얼룩졌다.

의사 진행을 하던 정의화 국회의장이 본회의를 방청하고 있는 고교생들을 언급하며 “학생들이 보고있다. 자중해달라”라며 수차례 호소했지만 의원들은 막무가내였다.

청와대 문건 유출이 불지핀 비선실세 국정농단 논란,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 공과를 전장으로 의원들은 국무위원들과 상대 당을 향해 험한 말들을 쏟아냈다.

이날 여당의 한 초선의원은 정윤회 문건을 언급하면서 “야당 또 시작이구나, 거짓선동 시작하는구나 생각이 들었다”라며 질의의 말문을 열었다. 새정치연합 박지원 의원의 김정일 3주기 조화 전달을 놓고서는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북한 조화 꽃배달 심부름꾼이냐. 이러니 ‘종북숙주’ 소리를 듣는다”라며 거친 발언으로 야당의원들의 항의를 사기도 했다.

야당 의원들도 막말 대열에서 빠지지 않았다.

야당의 한 중진의원은 MB정부 자원외교의 실책을 지적하면서 “뭐 좀 알고 나오셔야지” “장관이 통계표를 읽을 줄 모르는 거다”라며 최경환 부총리를 원색적으로 힐난했다.

질의에 나섰던 의원들 못지 않게 각자 의석에서 이를 경청하던 여야 의원들의 막말은 수위가 더 높았다.

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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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행정부의 꼬붕이야, 뭐야”

“광우병 또 도졌어”

“말이 되는 소리를 좀 해”

“정치공세라고 말만 하면 다야?”

이 발언들은 믿기 힘들겠지만, 국회 국회사무처에서 작성한 공식 회의록에 담긴 내용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국회의 막말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19대 국회에서 등장한 ‘귀태’ ‘국가의 원수’ ‘그년 대통령’같은 인신공격성 발언은 물론 과거의 ‘노가리 연극’ ‘룸살롱 자연산’ ‘공업용 미싱’같은 막말들은 아직도 국민들의 기억속에 남아 있다.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있습니다”라는 한마디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라도 이순신 장군을 떠올리게 만든다.

이처럼 말이라는 것은 말 자체로서 기억될 뿐만 아니라 말을 내뱉은 사람을 연계시킨다.

국회의원 4년의 임기 마치면서 의정활동의 성과가 아닌 ‘막말’로 기억되기를 바라는 의원은 없을 것이다.

‘말’의 힘은 무섭다. 하룻밤새 천리를 가기도 하고 수천년을 살아남기도 한다.

의원들은 자신의 한마디 한마디가 정치사에 아로새겨진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한편, 15일 임시국회가 개회한 첫날 본회의 의원들의 출석률은 어땠을까. 개의 당시 248명이던 의원 수는 현안질문을 모두 마치고 산회할 당시 76명으로 줄어있었다.

참고로 여야가 각각 구성한 혁신위원회는 의원 특권내려놓기의 일환으로 ‘무노동 무임금’원칙에 따라 회의 불참시 세비를 지급하지 않는 방안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igiza7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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