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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단독] 심리 초기부터 ‘8 대 1’…애초 10월선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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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통합진보당 강제 해산]

초유의 결정과정 뒷얘기


19일 나온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두고 “너무 이른 결정”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헌법재판소는 애초 10월께 해산 결정을 선고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사건 심리 초기부터 다수의견 대 소수의견은 ‘8 대 1’로 굳어져 있었다고 한다.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과정을 잘 아는 헌재 관계자는 “애초 지난 10월에 선고할 예정이었지만 9월 말~10월 초에 서울에서 열린 세계헌법재판총회 준비에 밀려 미뤄졌다”며 “다시 12월9일로 선고일을 잡았지만 선고 방식과 몇몇 단어 선택을 두고 재판관들 사이에 조율이 늦어지면서 19일로 다시 연기된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단어는 ‘북한식 사회주의 추구’가 대표적이었는데, 이를 통합진보당의 ‘숨은 목적’이라고 할지 ‘진정한 목적’이라고 할지를 두고 재판관들의 의견이 갈렸다고 한다. 결국 결정문에는 두 용어가 모두 쓰였다. 재판관들은 선고 전날까지도 결정문 문구를 꼼꼼히 살펴보고 표현 등을 손봤다.

또다른 헌재 관계자는 “통합진보당이 자유민주주의를 훼손했는지 판단하려면 추상적으로만 정의된 자유민주주의 개념을 구체화해야 하는데 그 작업을 하려면 충분한 공부가 필요하다. 제대로 된 심리 없이 선고를 하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다수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심리 과정에서 통합진보당의 위헌성을 설명할 논리를 찾느라 애를 먹었다고 한다. 일부 당원들이 국가보안법 또는 내란음모 혐의 사건에서 유죄판결을 받았지만 이를 당 전체의 ‘위헌 혐의’로 연결시키긴 쉽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찾아낸 게 ‘주도세력’이란 논리였다.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과 실천연대, 일심회 등 이적단체로 인정된 단체에 연루된 일부 당원들을 ‘주도세력’이라고 지목하고, 이들이 사실상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논리를 구성한 것이다.

다수파 재판관들은 ‘그들의 방침대로 당직자 결정 등 주요 사안을 결정했다’거나 ‘당내 주요 의사결정에서 만장일치 또는 그에 가까운 찬성으로 결정되고 있는 데 비춰보면 당이 이들 주도세력에 의하여 주도되고 있다’고 주장해, 통합진보당 당원 10만여명 전체가 ‘위헌정당의 당원’은 아니라는 설명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주도세력’이라는 표현의 모호함 때문에 “그들이 일정한 이념적 동질성을 갖춘 실체를 가진 집단으로 은폐된 목적을 가지고 당 지도부의 다수를 차지하였다고 하더라도, 당이 그들의 의지대로 움직이는 꼭두각시가 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반론(소수의견)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심리 초기에는 결정문에서 통합진보당과 북한과의 관계를 언급할 것인지를 두고 재판관들 사이에 의견이 오갔다고 한다. 하지만 둘 사이 연관성에 대한 증거가 없다는 지적에 따라 최종 결정문에서는 빠졌다.

이경미 김선식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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