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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기아차 '스포티지R'이 유럽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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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방문한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거리에서 가장 많이 본 국산차는 기아자동차 소형 소포츠유틸리티차량(SUV) ‘스포티지R’이었다. 이는 기아차 판매통계로도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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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지는 최고출력 184마력, 최대토크 41㎏·m의 힘을 내는 터보 디젤엔진으로 다른 차의 추월을 쉽게 허용하지 않는다.


스포티지는 올해 현대·기아차가 유럽에서 판매한 차종 가운데 판매 1위에 올라있다. 올해 9월까지 스포티지는 유럽시장에서 7만4046대가 팔렸다.

유럽시장 뿐 아니라 한국시장에서도 스포티지는 베스트셀러 모델이다. 올해 10월까지 가장 많이 팔린 기아차는 모닝이다. 7만6846대가 판매됐다. 다음이 스포티지다. 같은 기간 4만437대가 팔렸다.

스포티지 판매가 국내외에서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은 전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SUV 바람 때문이다. 유럽시장에서 SUV 판매 비중은 2010년 11.8%에 그쳤다. 그러나 올해 9월까지 20.3%로 늘었다. 그렇다고 모든 SUV가 다 잘 팔리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 수 있는 디자인과 동력성능, 가격을 갖춰야 한다.

스포티지는 2년 전인 1993년 7월 1세대 모델, 2004년 2세대 모델이 나왔다. 현재 판매 중인 모델은 2010년 출시된 3세대다. 1·2세대 모델과 달리 3세대 스포티지는 외형이 크게 바뀌었다. 가장 특징적인 것은 뒷모습이다. Q7 같은 아우디 SUV와 비슷한 모양새를 가졌다. 아우디에서 디자이너로 재직한 피터 슈라이어 현대기아차 디자인 총괄사장의 손길이 영향을 미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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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지의 뒷모습은 여느 유럽차보다 세련됐다는 평가를 듣는다.


이 때문인지 스포티지의 외형은 출시된 지 4년이 지났음에도 최근 출시된 해외 유명 SUV에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다. 강인하지만 투박하지 않고, 서구적인 디자인이지만 튀지 않아 한국인의 기호에도 잘 맞는다는 것이다.

운전하기 쉽다는 것도 이 차가 가진 큰 장점이다. 특히 스티어링휠 세팅이 일반인이 운전하기에 적당하다. 좌우측으로 제법 많이 돌려야 타이어가 돌아가는 차가 있는데, 이 차는 그렇지 않다. 운전대가 왼쪽 끝에서 오른쪽 끝으로 다 감기려면 3.1바퀴를 돌리면 된다. 유격도 크지 않다.

유럽산 고성능 SUV 가운데는 스티어링휠을 조금만 꺾어도 타이어의 방향이 즉각적으로 바뀌는 차들이 있다.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스티어링휠이 너무 민감해 초보 운전자들에게는 부담이 된다. 이 때문에 스티어링휠을 다소 단단히 잡고 운전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연스레 손바닥에 땀이 차고 긴장하게 된다. 스포티지는 이런 점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동력성능도 탄탄하다. 시승한 2륜 구동 터보디젤 모델은 최고출력 184마력, 최대토크 41㎏·m를 낸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소형 SUV GLA 200 CDI의 엔진 최고출력은 136마력(3200~4000rpm), 최대 토크는 30.6kg·m(1400~3000rpm)이다. 출력 면에서 스포티지가 앞서는 것이다.

스포티지는 작은 몸집에 엔진출력이 높아 아주 빠르게 속도가 붙는다. 메르세데스 벤츠나 BMW의 고성능 버전 차량 이외는 고속도로에서 추월하지 못할 차량이 거의 없을 정도로 빠르게 가속된다. 잠깐 밟으면 시속 150~160㎞가 나온다.

고속에서의 직진안정성도 높은 편이다. 차고가 높지만 고속안정성이 세단에 뒤지지 않는다. 시승 당일은 전국에 강풍 주의보가 내린 날이었다. 고속도로에서 스포티지는 몇차례 강한 바람에 흔들렸지만 운전자가 제어하기 어렵지 않았다.

연비는 고속도로 700㎞, 일반 도심 100㎞가량을 달린 결과 ℓ당 15㎞가 나왔다. 고속도로의 경우 제한속도인 110㎞로 달릴 경우 17~18㎞까지 올라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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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어링휠 내부 버튼, 기어노브 주변, 내장재 등 스포티지의 인테리어는 좀더 고급스러운 소재와 세련된 디자인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 18일에는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 운전대를 잡는 손이 시릴 정도였다. 스포티지의 운전대에는 열선이 들어있다. 운전대를 잡는 9시·3시 부분에만 열선이 들어오는 차가 있는데, 스포티지는 운전대 전체가 따뜻해진다. 열선은 앞좌석과 뒷좌석에도 있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겨울철엔 엔진이 데워져야 따뜻한 바람이 나오는데, 열선이 들어간 좌석은 이런 점에서 무척 유용하다.

다양한 트림으로 소비자들의 선택 폭이 넓은 것도 ‘매력’이다.

디젤엔진 2.0 모델에는 2바퀴 굴림과 4바퀴 굴림을 선택할 수 있다. 디젤엔진 뿐만 아니라 가솔린엔진 모델도 있다. 가솔린엔진은 2.0ℓ 터보엔진이다. 최고출력 261마력, 최대토크 37.2 kg·m이 나온다. 만만찮은 출력이다.

현대자동차 아슬란 3.0ℓ 자연흡기 직분사 엔진은 270마력, 31.6kg·m의 최대토크가 나온다. 마력은 비슷하고 토크는 스포티지가 더 크다. 하지만 차체는 스포티지가 훨씬 작다. 어느 차가 더 날랠까. 가솔린엔진은 2바퀴 굴림만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멋쟁이들은 스포츠 페달이 포함된 인테리어킷(23만원), 프런트 스커트와 리어 스커트가 들어있는 보디킷(52만원·디젤전용)을 장착하면 스포티지를 더 세련되게 꾸밀 수도 있다.

이처럼 장점이 많지만 단점도 더러 있다.

엔진음은 적잖이 거슬린다. 듣는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골골’ 또는 ‘갈갈’댄다고 표현하는 사람들이 많다. 스포티지의 외형과 한참 동떨어진 사운드다. 30대와 40대의 혈기방장한 남성이나 도시의 멋쟁이 여성 운전자들이 원하는 소리는 아니다.엔진을 건드릴 수 없다면 사운드 제네레이터나 액추에이터라도 달아 엔진 사운드를 개선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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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열 좌석과 뒷열 좌석 천장에 2개의 대형 파노라마 썬루프가 설치돼 개방감이 높다.


앞유리창에 이중접합 차음 글라스를 사용하고, 차량 곳곳에 흡·차음 패드를 붙였지만 강풍이 분 탓인지 시속 110㎞ 안팎에서는 풍절음이 커져 귀에 거슬렸다.

고속도로처럼 포장이 잘된 도로에서 스포티지는 탄탄하게 잘 달렸다. 그러나 아파트 입구의 낡은 포장도로, 울퉁불퉁한 노면에서는 차체가 적잖이 흔들렸다. 메르세데스 벤츠 같은 유럽차보다는 차체 강성이 부족하고, 서스펜션을 세팅하는 기술도 유명 메이커에 비해 아직은 떨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서스펜션을 딱딱하게 만들라는 게 아니다. 탄탄하게 개선됐으면 좋겠다.

인테리어도 조금은 불만족스러웠다. 내장재 대부분이 플라스틱이었다. 원목은 아니더라도 우드 그레인 장식을 일부라도 사용했으면 좀더 고급스럽고 아늑한 실내 공간으로 만들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온도 조절버튼 주변의 하이그로시 장식도 너무 튀어 언밸런스한 느낌을 준다.

스포티지R 가격은 2065만~2965만원이다. 메르세데스 벤츠 GLA 200 CDI는 4900만원으로 최고급 모델도 2000만원가량 싸다. 닛산 소형 SUV 캐시카이 최고급 모델은 3790만원으로 800만원 이상 저렴하다. 가격대비 성능으로 따지면 스포티지만한 차가 드물다. 하지만 좀 아쉽다.

자체 강성을 높이고 장식재를 고급 제품으로 바꾸면 값이 올라갈 수 있다. 이는 판매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100만~200만원을 더 내더라도 좀더 고급스럽고 세련된 디자인, 탄탄한 차를 원하는 소비자들도 많다. 요즘처럼 유럽산 고급차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값싼 차보다는 성능이나 디자인이 좋은 차를 구매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이익이라고 생각하는 소비자들도 많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같은 가격, 더 나아가 값을 내리면서도(협력업체의 납품단가를 깎으라는 게 아니다) 좋은 재질의 부품이나 내장재를 고를 수 있는 안목과 기술 개발에 기아차가 좀더 힘써줬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김준 선임기자 j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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