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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총리에 ‘악역’ 맡기고 뒤로 빠진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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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전자결재로 추동해놓고

해산 결정엔 침묵 ‘이중적 행태’

청와대는 19일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침묵했다. 대신 정홍원 국무총리가 담화를 통해 “정부는 헌법재판소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헌법상 독립기관인 헌재 결정에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지만, 정 총리에게 ‘악역’을 시키고 뒤로 빠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청와대에서는 관련 입장을 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내부적으론 “당연하고 적절한 판결”이라며 환영하면서도 공식적 발언은 자제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진보당 이정희 후보와 TV토론에서 거친 설전을 벌이는 등 질긴 악연을 부담스러워하는 기류가 있다.

하지만 청와대 태도를 놓고 비판도 나온다. 이번 사태의 시작과 끝을 추동해놓고 외견상 총리에게 미루는 이중적 행태를 보였다는 점에서다. 실제 ‘위헌정당해산심판 청구의 건’을 심의·의결한 국무회의는 정홍원 총리가 주재했고, 이날 입장도 정 총리가 냈다.

그러나 정당해산 절차가 지난해 11월5일 당시 유럽 방문 중이던 박 대통령 전자 결재에서 시작된 점을 감안하면 사태를 추동한 주체는 청와대라는 지적도 있다. 진보당 해산 결정이 예상외로 당겨진 것도 비선그룹 권력개입 의혹 파문을 덮기 위한 청와대 의지가 작용했다고 야권은 의심하고 있다.

일부에선 박 대통령 당선 2주년이라는 상징성에 주목했다. 박 대통령이 ‘진보당 해산’이란 극단적 조치를 허용함으로써, 국론분열 및 진보·보수 편가르기에 앞장선 꼴이 됐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진보당 해산 조치는 박 대통령이 대선 때의 초심을 망각한 증거라는 해석도 있다.

<이용욱 기자 wood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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