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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연탄 배달부터 자선경기까지, 깨어 있는 슈틸리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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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뉴스1스포츠) 임성일 기자 = 내년 1월 호주에서 열리는 아시안컵 대비를 위해 제주도에서 전지훈련중인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21일 오전 11시30분 제주도 서귀포시 강창학축구장에서 자선경기를 펼친다. 비공개로 진행될 예정이던 자체 청백전이 ‘불우이웃돕기 자선경기’로 바뀌었다. 수익금은 제주도의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전적으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아이디어다. 슈틸리케 감독은 제주도민의 환대에 감사함을 표하고 연말을 맞아 불우이웃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이번 자선경기를 제안했다.

대표팀 관계자는 “제주도에 사는 축구 팬들이 축구협회 쪽으로 문의 전화를 많이 하고 있었다. 평가전을 한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어떻게 볼 수 있는 방법이 없냐는 전화였다. 이를 슈틸리케 감독님에게 보고했더니 이런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정말 깜짝 놀랐다”는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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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표팀의 슈틸리케 감독의 열린 사고 방식이 신선한 감동을 주고 있다. 연탄 배달부터 자선 경기까지, 주목할 행보가 많다. © 대한축구협회 제공


18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에 위치한 공천포 전지훈련장에서 만난 슈틸리케 감독은 “애초 평가전을 공개로 진행하느냐 비공개로 진행하느냐를 두고 고민했다. 그러다 공개로 결정했다. 공개로 방향을 설정한 뒤에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경기를 볼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강구하도록 스태프들에게 이야기했다”면서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며 자선경기에 대한 취지를 설명했다.

평가전이 관중들에게 공개될 경우 선수들이 보다 좋은 경기력을 선보일 수 있으리라 판단하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들의 심리적인 압박감이 커질 것이지만 그만큼 집중력도 높아질 것”이라는 말로 긍정적인 효과에 대한 기대감을 전했다.

이날 경기는 A팀과 B팀으로 나뉘어 전후반 45분씩 90분 경기로 진행될 예정이다. 트레이닝복을 입고 뛰는 자체 연습경기가 아니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급하게 유니폼을 찍고 있다. 제대로 갖추고 경기할 것이다. 당일 경기 진행을 위해 서울에서 더 많은 직원들이 내려올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슈틸리케의 아이디어가 판을 키운 셈이다.

경기장에 입장하는 팬들은 자발적으로 모금에 참여할 수 있다. 금액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말 그대로 ‘자발적’이다. 이날 걷힌 모금액은 제주도의 불우한 이웃들을 위해 쓰여 질 예정이다. 대표팀 관계자는 “슈틸리케 감독님이 대상을 신중하게 선택해달라고 당부했다. 독거노인이나 유소년 축구선수, 소년소녀가장 등을 염두하고 있다”고 전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서울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을 하면서 느낀 것이 많았다. 당시는 선수들이 함께 하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선수들까지 좋은 일을 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선수들도 자발적 기부에 동참할 계획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들에게 가진 모든 것을 운동장에 쏟으라고 지시한다. 그렇게 말하면서 코칭스태프가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있다”면서 “코칭스태프도 우리가 할 수 있는 다양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한다”고 강조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취임 당시 “한 나라의 대표팀 감독이 되려면 그 나라의 문화와 사고방식까지도 이해해야한다”는 말을 했었다. 이번 자선경기는 공짜 축구 관람은 없다는 유럽인의 사고방식에 정을 나누는 한국의 따뜻한 정서가 합쳐진 ‘작품’이다. ‘깨어 있는’ 사고를 지닌 슈틸리케 감독의 행동 하나하나에 더 많은 관심이 모이고 있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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