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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한국타이어, HVCC 인수...현대차 우려 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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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와 손 잡고 인수 계약

1조800억원 들여 2대주주로

최대 고객인 현대차

"투자 줄고 부품 품질 저하될 수도"
한국일보

한국타이어가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와 함께 자동차 공기조절장치(공조장치) 분야에서 세계 2위인 한라비스테온공조(HVCC) 인수에 나서자 업계에선 그 배경에 대해 의아해 하고 있다. 한국타이어의 최대 고객인 현대ㆍ기아차 측이 이번 인수에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마저 놓치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는 18일 미국 자동차 부품업체가 보유한 HVCC 지분 약 66.99%를 36억달러(3조9,800억원)에 인수하기로 계약했다고 밝혔다. 한앤컴퍼니는 지분 50.5%를 2조9,000억여원에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하고, 한국타이어는 1조800억원에 19.49%를 인수해 2대주주가 된다. 한국타이어는 한앤컴퍼니가 지분을 팔 경우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보유했는데, 한국타이어와 가격에 대한 입장이 다르면 한앤컴퍼니는 제3자에게 지분 50.5%를 팔 수 있다.

서승화 한국타이어 부회장은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기업의 지분 인수를 통해 한국타이어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데 힘을 보태게 됐다”고 인수 이유를 밝혔다. 최중혁 신한금융투자 수석연구원은 “독일 컨티넨털사처럼 타이어와 함께 자동차부품까지 사업 영역을 본격적으로 넓히겠다는 뜻”이라고 평가했다.

한국타이어는 1985년 효성그룹에서 분리된 후 타이어 사업만 했지만 지난해 9월 지주사 역할의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와 타이어 사업을 맡는 신설법인 한국타이어로 인적분할되고 조양래 회장의 장남 조현식 사장(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의 대표)이 신사업을, 차남 조현범 사장(한국타이어의 마케팅본부장)이 타이어를 맡는 식으로 역할 분담을 했다. 이후 한국타이어는 적극적으로 M&A에 나설 뜻을 밝혀왔고, KT렌터카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현대ㆍ기아차가 이번 매각을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차 그룹 관계자는 “단기 수익을 노리는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가 HVCC 경영을 맡으면 단기 투자 이익에 집착할 가능성이 높아 결국 연구개발(R&D) 투자는 줄고 품질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로서는 사모펀드가 인수할 경우 납품가격 협상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타이어는 최대 고객사인 현대차 측 반발에 대해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차의 타이어 주문이 다소 줄더라도 사업 다각화를 위한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의지다.

하지만 한국타이어뿐 아니라 한라비스티온의 매출도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현재 전체 매출에서 현대기아차에 대한 납품 비중이 40∼50% 정도인데 현대차가 이를 줄일 경우 HVCC는 큰 타격을 입게 된다. 현대차는 올해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하는 신형 쏘나타(LF)에 들어간 공조장치 공급처를 HVCC에서 일본 덴소로 바꿨다. 게다가 범현대가로 분류되는 한라그룹 만도는 현대차 물량을 노리고 덴소와 합작해 공조 업체를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한편 한앤컴퍼니는 이번 인수에 자체 자금은 4,500억원만 투입하고, 싱가포르 테마섹 등 펀드출자자금으로 5,500억원, 인수 금융으로 1조9,000억원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국민연금도 한앤캠퍼니가 조성하는 펀드에 참여하는 계획을 철회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자금 마련이 계획대로 될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HVCC는 미국 포드사와 만도의 전신 만도기계가 합작해 1986년 설립한 회사다. 1997년 외환위기로 부도를 맞은 한라그룹이 지분(50%)을 매각해 1999년 비스테온으로 대주주가 바뀌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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