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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단독] 수능 오류 합격자들, 전공 없어지고 편입 안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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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교육과정 바뀐 학과의 경우 학생이 원하는 전공 선택 못해

일반대 다니다 교대 합격한 경우 편입이 원칙적으로 불가능

교육부 "학교 재량으로…" 뒷짐만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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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입 수시모집에서 서울 K대 자율전공학부에 지원했던 A(19)씨는 수능 백분위 점수가 합격선보다 0.5점 낮아 불합격 처리됐다가 1년 뒤 수능 세계지리 출제 오류로 성적이 재산정되면서 추가합격 통보를 받았다. 수능 성적에 맞춰 적성에 맞지 않는 모 대학 사범대를 다니고 있는 A씨지만 추가합격 소식이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 2014학년도엔 1학년 과정을 마치고 원하는 전공을 선택할 수 있었던 K대 자율전공학부가 2015학년도부터 교육과정을 바꿔 학생들이 행정고시나 법학전문대학원 및 의학전문대학원 등에 진학할 수 있도록 2개의 전공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결국 A씨는 편입하더라도 원하는 전공 대신 새로 마련된 전공을 선택할 수 밖에 없게 됐다.

A씨는 “작년에 입학했다면 교육과정에 따라 원하는 전공을 선택할 수 있었을 텐데, 늦은 구제책 때문에 불가능해졌다”며 “한 문제로 몇 백 명이 실질적인 피해를 입었다는 것도 어이가 없지만 이 구제책이 과연 나에게 좋은 건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능 출제오류로 피해를 본 학생들에게 교육당국이 추가합격 등으로 구제책을 마련했지만 A씨처럼 기존에 지원했던 전공이 없어지거나 대학에 따라 편입학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어 혼란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인교대에 재학중인 양모(19)씨도 이번 세계지리 성적 재산정으로 서울교대 추가합격 대상자가 됐다. 똑같은 교대 1학년 과정을 마쳤지만 정작 교대에는 편입학 제도가 없어 양씨는 2학년으로 편입할 수 없다. 다만 서울교대 측은 양씨를 특수한 경우로 판단해 수강과목과 성적 등을 고려, 학점을 일정 부분 인정해 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씨는 “학점을 인정해준다고는 했는데 어느 정도 해줄지는 모르겠다”며 “가고 싶었던 학교지만 추가합격자가 나 밖에 없어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고민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양씨와 달리 일반 대학에 다니다 교대에 추가 합격한 경우 편입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한데다 학점도 인정받을 수 없어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수도 있다. 교육부는 지난 16일 추가합격대상자를 발표하면서 “편입학을 선택한 학생의 경우 기존 대학에서 이수한 학점에 대해 추가합격 하는 대학이 정한 자체 기준의 범위 내에서 최대한 인정되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었다. 하지만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없이 대학 측에 추가합격 선발 과정을 떠넘기면서 이미 혼란은 예상됐다.

학생들은 교육당국의 뒤늦은 대책도 혼란을 줄이지 못하고 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수도권의 한 대학에 다니다 서울 소재 대학에 추가합격통보를 받은 김모(20)씨는 “합격했다는 소식이 기쁘기도 하지만 1년 동안 정든 동기들과 헤어져 학교를 옮기려니 선뜻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해 서울 소재 대학에 입학할 경우 가족들도 모두 대구에서 서울로 이사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며 “처음부터 서울 소재 대학에 입학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텐데 뒤늦게 이사를 하려니 마냥 좋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해 입시 당시 학생들이 지원했던 학과와 학제에 따르는 게 기본 원칙이지만 대학마다 사정이 달라 획일적인 지침을 내려 보내긴 어렵다”면서 “대학 재량으로 허용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추가입학전형을 진행하되 최대한 학생들 입장에서 수용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양진하기자 real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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