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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제일모직 몸값 높여 삼성전자홀딩스와 합병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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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배구조 개편 불붙었다 ① 삼성그룹 ◆

매일경제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제일모직이 18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됨으로써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이 올랐다. 제일모직 상장으로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체제 이행이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현재 금융당국은 기업들에 지주회사 설립에 대한 과세 특례를 적용하고 있다.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해 취득한 주식 중 현물출자로 인해 발생한 양도차익에 대해 양도소득세 또는 법인세 과세를 이연해 주고 있다.

해당 법안의 적용 시한은 2015년 12월 31일까지인데 2000년에 도입된 이후 4차례 연장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2018년 말까지 연장될 가능성도 있다. 어쨌든 삼성그룹도 이 같은 과세 혜택을 받기 위해 지주사 설립을 서두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삼성SDS 등 일부 계열사에서 삼성그룹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지나치게 높은 데다 그룹 전체적으로 순환출자 구조를 이루고 있어서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기 쉬운 모양새”라며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잡음을 잠재우기 위해 투명한 지배구조인 지주사 체제로 나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향후 삼성그룹 지배구조 변화의 관건은 삼성전자 경영권 확보에 있다. 삼성전자가 제조 관련 계열사 대부분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제일모직이 어떻게 삼성전자 지분을 확보할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유다. 제일모직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3.24%,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이 각각 7.75%, 이건희 회장이 3.45%를 보유해 오너 일가 지분이 42.19%에 달한다.

제일모직 상장에 이어 삼성전자 인적분할→삼성전자홀딩스·제일모직 합병→삼성 지주사 출범의 순으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진행될 것이라는 게 가장 일반적인 시나리오이다.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사 형태로 바뀌려면 대규모의 자사주 매입이 선행돼야 하는데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달 2조원대 자사주 매입에 나서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향후 인적분할이 이뤄지면 투자회사(삼성전자홀딩스)와 사업회사로 나눠지게 되고, 삼성전자가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는 투자회사로 옮겨지면서 사업회사에 대한 의결권으로 활용된다.

분할 후에는 특수관계인 및 그룹 계열사가 가지고 있는 사업회사 주식을 현물로 출자하고 삼성전자홀딩스의 신주를 받는 주식 스왑(지분교환)이 진행된다.

마지막으로 제일모직과 삼성전자홀딩스가 합병한다. 금융투자업계에서 추정하고 있는 삼성전자 투자회사와 사업회사의 분할 비율 2대8, 제일모직과 삼성전자 투자회사의 합병비율 1대3을 적용할 경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주사에서 가지게 될 지분율은 7~8% 수준으로 급등하게 된다.

제일모직과 삼성전자홀딩스 합병이 적격으로 인정받으면 대주주 일가는 지분 교환 과정에서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실제 매각될 때까지 세금 납부가 이연되기 때문이다.

다만,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 주주의 반대로 무산된 사례가 있듯이 주요 계열사의 분할·합병을 거듭해야 하는 지주사 전환 과정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한동안 제일모직은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제일모직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지주사 전환이 마무리되려면 그룹의 전반적인 순환출자 구조도 해소해야 한다. 현재 삼성그룹은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I→제일모직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물산→제일모직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전기→제일모직 등 크게 3개의 순환출자 구조를 가지고 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구주매출로 모든 지분을 털어버린 삼성카드와 달리 삼성SDI와 삼성전기가 제일모직 상장 후에도 주요주주로 남게 됐지만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언젠가는 제일모직 지분 매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물산 지분 0.5%를 삼성전자에 넘기면서 삼성그룹 내 금융 계열사와 비금융 계열사를 분리시키고 마지막 남은 순환 고리 하나를 제거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업 IR 관계자는 “삼성은 아마도 제일모직의 기업가치가 충분히 올라올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며 “제일모직은 주주구성상 특수관계인과 우호 지분이 절대적이라 주식매수청구권 이슈가 발생할 가능성이 극히 낮다. 다만, 기업가치가 고평가될 때 지주사로 합병하는 것이 오너가 입장에선 여러모로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금융투자업계에는 제일모직과 삼성전자홀딩스가 바로 합친다는 관측, 제일모직 상장 이후 삼성전자를 분할만 해 놓고 한동안 기다린다는 전망 두 가지 시나리오가 공존한다”며 “오너가 이해관계 등을 고려할 때 두 번째 시나리오가 좀 더 유력하다”고 내다봤다.

[이진명 기자 / 용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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