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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삼성이 삼성을 넘어서다" 제일모직, '화려한 신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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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제일모직, 마침내 증시 입성··· 공모가 대비 113%↑ 삼성 오너 일가 지분가치 6.5조원 육박]

머니투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위치한 제일모직(옛 에버랜드)이 지난달 삼성SDS가 세운 기업공개(IPO) 기록을 깨뜨리며 역사적인 코스피 신고식을 마쳤다. 성공적인 상장으로 삼성그룹 오너일가의 지분가치는 6조5000억원에 육박하게 됐다.

18일 코스피 시장에서 제일모직은 공모가 5만3000원 대비 100% 오른 10만6000원의 최고 시초가에 첫 거래를 개시했다. 장중 하락·상승 반전을 반복하다 오후 들어 기관 매수가 유입되며 시초가 대비 6.60% 급등한 11만3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코스피 시가총액은 13위로 기아차(12위)와 KB금융(14위)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삼성그룹주 시총상위 3인방인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에스디에스의 뒤를 이어 4번째에 이름을 올렸다.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15조2550억원으로 집계됐다.

◇제일모직, 삼성SDS 신기록 한 달 만에 깨뜨려=제일모직은 앞서 10~11일 실시한 일반 공모 청약에서 30조원의 사상 최대 청약증거금 기록을 세우며 '상장 대박'을 예고했다.

삼성SDS와 제일모직은 모두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100% 오른 시초가에 출발했지만 삼성SDS는 상장일인 11월14일 13.82% 급락 마감했다. 반면 제일모직은 100% 시초가에서 6.60% 상승 마감하며 공모가 기준 113% 수익률을 기록했다. 삼성SDS가 공모주 차익실현 매물이 더 많았던 반면 제일모직은 매수세가 거셌던 셈이다.

지난달 삼성SDS가 세운 상장일 역대 거래대금 1위 기록은 한 달 만에 깨졌다. 이날 제일모직은 오후 6시 기준 거래대금이 1조3718억원으로 집계돼 삼성SDS(1조3476억원)의 기록을 242억원 앞섰다. 외국인은 제일모직을 총 4494억원 규모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은 4004억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제일모직의 성공적 상장으로 최대주주인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가치는 종가 기준 3조5448억원으로 현실화됐다. 상장 후 그의 지분율은 23.24%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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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제일모직 보통주를 각각 1045만6450주 보유 중인 이부진·이서현 자매의 지분가치도 각 1조1816억원으로 불어났다. 세 남매의 제일모직 지분가치의 합은 5조9080억원이며 이건희 회장의 지분가치(5258억원)을 합하면 6조4338억원이다.

한편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삼성에스디에스는 제일모직에 삼성그룹 지배구조 대장주 자리를 내주며 3.28% 하락한 28만5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삼성생명에 맺힌 한, 제일모직에서 풀다"=공모주 투자자들은 장 초반 제일모직의 시초가가 공모가의 정확히 2배(100%)에 형성되는 것을 보고 환호성을 질렀다. 삼성SDS에 이어 올해 두 번째 코스피 공모주 대박이 터진 것이다. 시초가에 주식을 매도한 투자자는 100% 수익률을 올렸고 종가 기준으로는 113% 수익률을 올리게 됐다.

한 굴뚝 공모주 투자자는 "5년 전 삼성생명 공모 때 물린 주식을 아직도 보유하고 있는데 제일모직에서 숙원을 풀었다"며 "이런 주식은 10년 만에 한 번 등장할 만한 공모주라고 생각해 주식담보대출까지 동원해 최대한도로 청약했다"고 말했다.

이날 제일모직의 주관사였던 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 삼성증권 창구를 통해 대량 매물이 쏟아졌다. 공모주 투자자 대부분은 시초가 부근에서 주식을 매도한 경우가 많았는데 일부는 낙폭이 커질 때 매수를 시도한 경우도 있었다.

다른 소액주주는 "최고 시초가(10만6000원)에 출발해 바로 상한가로 직행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공모주 물량이 많이 쏟아졌다"며 "장 초반 10만원 아래로 밀릴 때 200주 정도 추가 매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태풍의 눈' 제일모직, 삼성 지배구조 개편 본격화되나=이날까지 제일모직의 목표주가를 제시한 10개 증권사들의 목표가 평균은 9만4840원으로 나타났다. 종가 기준으로 이미 평균 목표가를 훌쩍 넘어선 셈이다. 최대 목표주가를 제시한 유진투자증권은 12만5000원을 불러, 추가 상승 여지를 남겼다.

지난 몇 년간 '상장한다 vs 안 한다' 숱한 풍문을 뿌렸던 제일모직이 마침내 증시에 입성했지만 전문가들은 제일모직의 상장은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서막일 뿐이라고 보고 있다.

우동제 메릴린치 전무는 "제일모직의 상장은 삼성그룹의 지주사 전환 이슈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높다"며 "향후 인적 분할한 삼성전자홀딩스와 삼성SDS 그리고 제일모직의 합병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제일모직은 상장 후에도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율이 23.24%에 달하고, 삼성전자 지분을 8% 보유한 삼성화재의 2대주주(19%)로 그룹의 핵심에 위치해있다. 전문가들마다 제시하는 시나리오는 서로 다르나 제일모직이 향후 삼성전자의 인적 분할 뒤 설립된 지주사와 합병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편이다.

이광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제일모직의 주주가 된다는 것은 단순한 기업의 주주가 된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며 "제일모직의 가치가 상승할수록 상속자가 삼성그룹을 지배하는데 유리할 것으로 보이므로 제일모직의 기업가치 상승은 가파르게 진행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오정은기자 agentlittl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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