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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강남역 삼성전자 본사 터는 늪지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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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남선 아주대학교 평생교육원 풍수지리 교수



사는 곳 또는 조상의 묘가 운(運)에 영향을 미친다. 오래된 관념이다. 특히 한·중·일 동북아 삼국에 강한 뿌리가 남아 있다. 풍수사상이다. 풍수(風水)는 ‘장풍(藏風) 득수(得水)’의 약자다. ‘바람은 감추고 물은 얻는다’는 뜻이다. 생각해보면 진화심리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인간 생존에서 꼭 필요한 것은 물이다. 바람은 생존에 필수적인 불을 일으킬 수도 있고 꺼뜨릴 수도 있다. 물과 가까우면서도 비교적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은신처(shelter)가 생존에 유리한 자리다. 흔히 명당지의 요건으로 배산임수(背山臨水)라는 말이 나오는 까닭이다.

“풍수는 종교도 아니고 철학이나 사상도 아니고 환경일 뿐이다.” 조남선 아주대학교 평생교육원 풍수지리 교수가 기자를 만나 여러 차례 강조한 말이다. 바람과 물, 땅의 환경이 바로 풍수지리라는 것이다. 풍수는 다시 둘로 나뉜다. 흔히 조상 묘를 어디에 쓰느냐에 따라 후손의 건강이나 부, 관운 등이 결정된다는 이야기의 근거가 되는 풍수는 음택(陰宅) 풍수다.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현재 사는 곳, 일하는 곳의 풍수라고 조 교수는 주장했다. 이쪽이 양택(陽宅) 풍수다. 조 교수의 책을 보면 재벌가의 집이나 본사 건물 등도 다 좋은 땅은 아니다. 당장 떠오르는 것이 현재도 논란이 되고 있는 제2롯데월드 건물이나 강남역 사거리로 이전한 삼성전자 본사 사옥 등이다.

실제 풍수를 보면 사옥이 자리 잡은 땅이나 오너가 사는 곳이 재벌의 흥망성쇠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옵니까.

“풍수를 공부하는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부분입니다. 오너가 조상을 모신 묘지풍수는 관련이 있지만, 바로 드러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건물은 바로 효과가 나타나요. 길게 보면 20년, 짧게 보면 10년 안에 풍수가 미치는 효과가 드러납니다. 율산그룹이나 웅진, STX 같은 회사들의 입지를 보면 그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죠. 사택의 경우 집안에 들어가서 조사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았지만, 다니다보니 저 나름대로 방식을 터득했어요. 바깥에서 조사를 해도 대략 어떤 터에 자리 잡았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대통령 후보들이 살았던 곳도 조사를 해봤겠네요.

“그렇죠. 지난 대선 때는 박근혜 후보, 문재인 후보와 관련한 땅을 조사해봤습니다. 수집할 수 있는 범위 내의 정보는 다 수집해봤습니다. 방송에도 몇 차례 출연해보니, 그쪽에서도 요청이 들어오고…. ‘그분 집이 여기다’라고 알려줘 같이 가서 분석도 해봤습니다. 현재 사는 곳뿐 아니라 조상 묘도 분석합니다. 전에 이명박 대통령 고향도 그렇게 가봤어요.”

일본 오사카의 출생지를 가보신 겁니까.

“아니오. 일본까지는 가지 않았고, 포항 쪽에 어릴 때 살았잖아요. 전형적인 시골마을이었습니다. 사실 풍수적으로는 그분에 대해 답을 못 얻었어요. 경기도 이천 호법 쪽인가 그분 아버님이 묻힌 묘소도 찾아봤는데, 썩 좋은 곳은 아니었습니다. 직계 조상 고조까지 확인해봤는데 친가 묘는 좋은 자리를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상득 전 의원이나 형제들을 보면 다 잘되었거든요. 외가 쪽 산소 영향이지 않을까 싶어요. 아마 외가 쪽에 틀림없이 명당자리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금 살고 있는 논현동 집터는 좋아요.”

그러니까 논현동 집 덕도 봤다는 말인가요.

“예. 내곡동에 사저를 짓는다고 해서 시끄러웠던 때가 있었잖아요? 거기가 원래 음식점이었습니다. 가서 보니 터가 안 좋아요. 그래서 ‘이분 좋은 운도 끝나나 보다’라고 생각했는데, 야당에서 못 가게 막아 결국 논현동으로 다시 들어가는 것을 보고 ‘죽을 때까지 좋은 터에서 살 사주를 타고났나 보다’, 그렇게 생각이 들더라고요.”

박근혜 대통령은 어떻습니까. 이번 말고, 지난 2007년 경선 전후로 증조부와 조부 묘소 앞 바위를 누군가 훼손했기 때문에 그가 후보가 되지 못했다는 설이 일부 풍수하시는 분들 사이에서 돌았는데요.

“집안에서 깬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듣기로는 그때 대통령 후보가 되지 못하니 깼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그런 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습니다. 그 돌을 깨서 대통령 후보가 안 된 것도 아니고, 그 돌을 깨서 2012년 선거에서 대통령이 된 것도 아닙니다. 실제 그 선산을 가보면 상당히 높은 자리입니다. 구미공단이 내려다보여요. 당연히 바람이 많이 불겠죠. 풍수 요건에 맞지 않습니다.”

바람에 노출된 데는 좋은 자리가 될 수 없습니까.

“풍수라는 말 자체가 장풍득수의 줄임말이에요. 장풍은 바람을 숨긴다는 의미예요. 바람이 강하게 불지 않는 자리가 명당의 기본입니다. 가볍게 생각하면 박정희 대통령의 선친 묘에 있는 돌을 보면 약간 사각형처럼 생겼어요. 옛날 사람들이 그 돌이 국새고, 그래서 박정희 집안에서 대통령이 나왔다는 식으로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박정희 대통령이 돌아가시니 그 돌 때문에 죽었다고 해요. 이현령비현령입니다. 그러니까 풍수가 희화화되고 미신처럼 됩니다. 풍수는 완벽한 환경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자연환경에 대한 이야기로 접근해야죠.”

물도 문제가 되지 않습니까. 삼성전자가 본사를 강남역 사거리로 옮겼는데요. 그쪽이 원래 비가 오면 물이 역류하기 십상인데, 풍수적으로 안 좋은 것 아닌가요. 의문은 이겁니다. 회사를 옮기기 전에 만에 하나 차원에서라도 풍수가나 역술인의 조언을 들었을 텐데, 왜 그런 데로 회사를 옮겼을까요.

“풍수하는 사람에 따라 설명이 다르기는 해요. 사실 강남 지역의 모습은 처음과 많이 바뀌었어요. 눈에 보이는 것만 봐서 ‘도로교통망이 좋으니까 좋은 동네’라고 했을 수는 있겠죠. 얼마 전 방송에 출연해 5000분의 1 지형도로 자연상태의 땅, 그러니까 개발되기 전과 이후를 겹쳐 보여준 곳이 있었는데 실은 그게 양재역에서 강남역 사거리까지의 땅이었습니다. 현재는 땅이 깎이고 건물이 들어서 과거 지형의 흔적을 찾기 힘들지만 관악산 남태령 줄기를 타고 와 만들어진 산이 우면산입니다. 그 끝자락이 서초구청이고요. 다시 도로를 건너와서 매봉산이 있는데 이 산은 역삼역 뒤 산으로 이어집니다. 강남역은 우면산에서 대법원 쪽으로 산이 돌고, 방배동·서초동 산이 이어져 대검찰청, 법원, 구 삼풍백화점 자리 쪽에서 끝나고. 그렇다면 이 일대의 물이 모이는 자리가 현재 삼성건물 자리입니다. 늪지 수준인 거예요. 1968년도 지도를 보면 등고선과 지형도가 그대로 나와 있어 골짜기 형태를 볼 수 있는데, 1976년도 지도를 보면 도시개발이 시작되어 지금 있는 도로가 만들어집니다. 그런데 유독 현재 삼성전자 사옥 부근에 폭 40m짜리 저수지 표시가 있습니다. 결국 매립한 자리 위에 현재의 건물이 서 있다는 말인데, 풍수적으로 개발에 적합하지 않은 땅이죠.”

공사할 때 다 고려하는 사항 아닐까요.

“글쎄요. 토목하시는 분들이 공사할 때 그런 풍수적인 문제는 깡그리 무시하는 편이에요.”

경향신문

조남선 아주대학교 평생교육원 풍수지리 교수/ 이상훈 선임기자


조 교수는 풍수적으로 좋은 터와 좋지 않은 터의 핵심적 기준을 바람과 물을 기준으로 설명한다. 한편으로 이해는 간다. 산이 있으면 능선과 골짜기가 있게 마련이다. 골짜기에는 물이 흐른다. 비록 외형적으로 물이 말랐다고 하더라도, 수십 수백m 아래에는 물이 흐르고 있을 수도 있다. 수맥이다. 물이 흐르는 곳에는 중력의 영향으로 아래로 흐르려는 힘이 있기 때문에 그 위에 집을 지으면 아무래도 틀어지거나 금이 가는 영향이 있을 수 있다. 산지를 깎아 평평하게 기초공사를 했더라도 장기적으로 큰 힘이 가해지는 것을 모를 수도 있다. 그런 터가 사는 사람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좋은 땅은 수맥이 흐르지 않는 땅이다. 지구의 기운, 지기(地氣)가 올라오는 땅이다. 풍수에서는 그 땅을 혈(穴)이라고 부른다. 재미있는 것은 명당을 표시하는 풍수도(圖)를 보면 그 모양이 흡사 벌어진 여성 성기와 흡사하다는 것이다. 도올 김용옥 선생도 철학과 교수 시절에 쓴 <여자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 유사한 주장을 한 적이 있다.

풍수를 소개하는 그림을 보면, 명당을 보여주는 그림이 벌어진 여성 성기처럼 보입니다.

“맞습니다. 혈(穴)자를 보면 갓머리에 여덟팔 자거든요. 여덟팔 자는 벌려진 여성 다리를 형상화한 것입니다. 혈은 구멍이라는 뜻인데, 여러 의미를 지녔습니다. 산에 파고들어가는 동굴도 구멍이고, 평야에서는 밑으로 파놓은 것도 구멍이거든요. 제주도에 가면 삼성혈이라고 있는데 세 개의 성씨가 거기서 나왔다는 겁니다. 혈이라는 한자 자체가 풍수적으로는 생존과 종족번식을 의미하기도 해요. 편안하고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기운을 얻은 터라는 뜻이죠. 거기에 출산을 연결시켜 만들어낸 가장 중요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명당자리는 그 전체가 아니라 혈, 즉 가운데 일부분입니다.

“풍수 고전을 보면 혈은 사방 여덟 자 한 평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혈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을 보면 다이아몬드 형으로 크기가 한 평입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승용차 실내공간만한 크기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수맥을 조사해보니 다이아몬드 형태는 아니고 계란 모양의 타원형이더군요. 수맥의 움직임에 따라 그림을 그려보면요.”

수맥을 어떻게 찾습니까.

“엘로드라는 수맥탐사봉이 있어요. 그것을 손에 들고 움직이면 감응이 옵니다.”

요즘에는 과학이 발달해 지하에 전자파를 쏴서 탐사하는 방법도 있지 않습니까. 수맥탐사봉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그렇게 한다면 훨씬 더 많은 혈을 찾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주변에 전자공학을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풍수를 공부하는 입장에서 그런 생각을 안 해본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공부를 하면 할수록 풍수는 철저하게 인연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사람과 하늘, 사람과 사람의 인연이라고요. 하늘이 혈에 들어갈 자격을 줘야 혈에 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풍수관(風水官)을 만날 때도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서 좋은 터로 갈 수도 있고 오히려 나쁜 터로 갈 수도 있어요. 그런 과학 장비가 만들어지면, 돈이 있는 사람은 좋은 터를 찾아가게 되고 돈이 없는 사람은 좋은 자리에 갈 수 없는 것이 고착화되어버려요. 그래서 그 길은 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동양학에서 사주철학이나 역학, 풍수는 인간이 신의 영역을 조금씩 훔쳐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원래는 신의 영역인데 인간이 넘보는 것이죠. 풍수 공부를 하면 할수록 점점 더 무섭기도 하고 조심스러워지는 부분입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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