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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한국 환자들 불쌍하다…CABG 수술 선택권 박탈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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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포르시안

[라포르시안] 대한흉부혈관외과학회가 심장스텐트 급여기준 고시(PCI 고시)와 관련해 내과계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PCI 고시의 핵심인 심장 스텐트 시술을 할 때 순환기내과 전문의와 흉부외과 전문의 간 협진을 의무화한 심장통합진료 시행이 6개월 유예된데 대한 위기감의 표출로 풀이된다.

대한흉부혈관외과학회 산하 관상동맥외과연구회는 지난 28일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에서 PCI 고시안에 대한 공개 토론회를 열었다.

연구회는 이 자리에 보건복지부 관계자와 순환기내과 관계자 등을 초청했지만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

흉부혈관외과학회는 이 자리에서 PCI 고시와 관련해 내과계가 그동안 언론 등을 통해 발표한 주장들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선 심근경색증, 협심증과 같이 분초를 다투는 상황에서 협진 강요는 국민 건강에 위험이 된다는 심장학회 주장에 대해 "분초를 다투는 응급환자는 고시의 협진 대상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학회는 "혈역학적으로 불안정한 응급환자는 개정 고시문에서 요구하는 협진 대상이 아니다. 협진은 혈역학적으로 안정적인 환자에서, 그것도 특별한 병변을 가진 경우를 대상으로 한다"면서 "협진은 응급환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살인행위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유럽 심장학회가 중증 협심증 시술 때 여러 전문가의 협진을 권고한 2010년 가이드라인을 2014년에 바꾸면서 협진 권고를 뺐다고 주장한 것도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학회는 "새로운 유럽 가이드라인은 여전히 다중혈관질환에 대해 심장통합진료를 권고하고 있으며, 오히려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면서 "'협진이 비효율적이므로 스텐트 시술은 각 병원에서 자유롭게 할 것'이라고 바뀐 게 아니다"고 밝혔다.

오히려 협진이 환자의 선택권을 강화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했다.

학회는 "환자는 자세한 설명을 들을 권리가 있고,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의료진은 다양한 치료방법의 장단점을 환자에게 설명할 의무가 있고, 치료방법은 최종적으로 환자가 선택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진단하는 심장내과 의사가 시술 결정을 하고, 환자는 수술에 대한 장단점을 들을 기회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라포르시안

"CABG가 PCI 시술보다 장점 훨씬 많은데…"

관상동맥우회로술(CABG)보다 심장 스텐트 시술(PCI)이 비용 효과적이라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학회는 "PCI 시술 후 1년 이내 재시술율이 통상 15% 가량 되는데 CABG 수술은 5% 이하다. 게다가 PCI 시술을 위해 필요한 각종 비급여 검사비용을 합치면 비용이 훨씬 많이 든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아주대의대 흉부외과 임상현 교수는 "국내에서 관상동맥 재관류술은 국제적 흐름과 무관하게 환자의 이익이나 안전에 대한 고려보다 검사자의 주관적 판단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면서 "그 결과 국내 PCI와 CABG 비율이 30대 1 이상 차이가 있다. 이는 전세계 평균인 3.7대 1보다 훨씬 높은 수치의 불균형"이라고 주장했다.

임 교수는 "CABG 수술은 많은 장점이 있고, 이를 뒷받침하는 국제적인 자료가 많음에도 그간 홍보가 부족했다"면서 "국민 건강을 위해 잘못된 정보와 주장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대응과 홍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학회는 이날 컨퍼런스에서 CABG 수술이 PCI 시술보다 우월하다는 주장을 임상적 근거를 들어 펼쳤다.

서울대의대 흉부외과 김기봉 교수는 스텐트 관련 연구인 SYNTAX와 FREEDOM 연구 결과를 토대로 CABG 수술이 PCI보다 우수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SYNTAX 연구를 보면 PCI와 CABG 수술 후 5년경과 시점에서 비교한 결과 CABG가 PCI 군보다 사망률, 심근경색 발생률, 뇌졸중 발생률 등 거의 모든 지표에서 우수하게 나타났다"면서 "이런 결과를 환자들에게 충분히 설명하면 환자 대다수가 CABG 수술을 선택할텐데 환자에게 선택권이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연세의대 윤영남 교수는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에서 1,9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CABG의 수술 후 30일 사망률을 분석한 결과 2006년 1.4%에서 2013년 0.7%로 향상됐다"면서 "질 관리 강화를 위해 계속 노력한다면 성적은 더욱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좌장을 맡은 일산병원 흉부외과 강경훈 교수는 "세브란스의 이런 성적은 심장내과 의사가 PCI 시술을 선택하지 않은 고위험 환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유럽보다 우수한 성적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아주대 의대 흉부외과 이상현 교수는 "이런 결과에 따라 CABG와 PCI 중 어느 게 우선이냐는 문제에서 미국과 유럽 가이드라인은 물론 국내 내과학회에서 만든 가이드라인도 CABG를 첫 번째로 권고하고 있다"며 "그러나 국내 가이드라인도 지켜지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캐나다에서 활동하다 올해 분당차병원 심혈관센터장으로 온 문병주 교수는 "한국 환자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 환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시술 방법을 설명해야 하는데 그런 정보 안 준다는 것이 의사로서 창피한 일"이라며 "내과와 외과 가리지 않고 환자에게 정보를 잘 제공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선경 이사장 "내과 쪽에 공개토론회를 제안"

한편 흉부혈관외과학회 선경 이사장은 내과 쪽에 공개적으로 토론회를 하자고 제안했다.

선 이사장은 "국내 CABG 수술과 PCI 시술 성적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중요한 것은 환자에게 설명의 의무를 다하고 자유 의지에 의해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환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협진의 시작이다. 그리고 협진은 의료사고의 위험으로부터 심장내과 의사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심장내과와 싸우겠다는 생각이 없다. 다만, 사실을 제공해서 무엇이 옳은지 판단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라며 "이 자리에서 내과 쪽에 공개토론회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박진규 기자 hope11@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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