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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성소수자 차별금지' 서울시민인권헌장, 결국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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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상토론 끝 표결 불구 과반수 미달로 합의 무산…서울시, 신중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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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민인권헌장에 ‘성소수자 차별금지’ 조항 포함에 대해 반대하는 기독교관련단체들이 시청 인근에서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김희정 기자


성소수자를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는 조항으로 논란을 빚은 ‘서울시민인권헌장’ 제정이 4시간이 넘는 난상토론을 끝에도 합의를 보지 못하고 28일 결국 무산됐다.

당초 서울시는 이날 오후 7시부터 서울시청 8층 다목적홀에서 서울시민인권헌장을 제정하기 위한 시민위원회의 마지막 회의를 진행한 후 결론을 낼 계획이었다. 관건은 그동안 논란을 빚어왔던 ‘성소수자 차별금지’ 조항에 대한 의견 합의였다.

성소수자 차별금지를 놓고 2가지 안이 물망에 올랐다. 시 인권위가 지난 20일 공청회를 통해 공개했던 인권헌장 1안은 ‘서울시민은 성별, 종교, 장애, 사회적 신분 (중략)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학력, 병력 등 헌법과 법률이 금지하는 차별을 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며 성소수자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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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차별금지’ 조항을 반대하며 반발하는 단체들의 시청 난입 시도를 저지하기 위해 서울시청에 경찰들이 배치돼 있다./사진=남형도 기자


반면 2안은 ‘서울시민은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며 차별금지에 대해 포괄적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1안에 대해 기독교계를 포함한 반(反)동성애자들이 “동성애를 조장하는 것이냐”며 반대로 갈등이 심화됐다. 인권헌장 공개 이후 서울시청 인근에선 기독교 단체들과 반동성애 시민단체들이 수시로 집회를 열고 반대입장을 표명해왔다.

이날 시민위원회의 최종 회의가 열린다는 소식에 성소수자 차별금지 조항에 반대하는 단체들은 난입을 시도하거나 시청 인근에서 항의 집회를 열며 격렬히 반발했다. 시청 진입을 저지하는 경찰들이 주위에 배치됐고, 회의가 열린 8층에는 119 구조대원들이 만일의 사태를 막기 위해 대기했다.

공청회는 난상토론 끝에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180명의 시민위원 중 절반 넘게 회의장을 떠나면서 파국을 맞았다. 남은 시민위원들을 대상으로 표결에 부쳐 60명이 1안을, 13명이 2안을 선택해 성소수자 차별금지 조항이 통과되는 듯 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제대로 된 합의를 거쳐 인권헌장을 제정해야 한다는 신중론을 펴면서 제정은 결국 무산됐다. 시가 과반수에 미치지 못해 합의에 이르지 못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반대하던 시민위원들은 표결에 부친다는 이야기를 듣자 중간에 나가버렸다”며 “시가 좀 더 신중히 합의를 거쳐 제정하자며 설득하자 대다수 시민위원들이 그런 방식으론 인권헌장을 통과시킬 수 없다며 반발해 갈등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의 다른 관계자는 “표결에 부쳤지만 과반수가 안 돼 합의가 됐다고 하기 어렵다”며 “빠른 시일 내에 시의 입장을 정리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성소수자 차별금지 조항을 반대하는 단체들의 반발이 점차 거세져 합의를 위한 과정은 향후 더 험난할 것으로 예고된다. 헌장 제정을 위한 마지막 회의마저 파행을 맞으면서 향후 서울시가 세계인권선언일인 내달 10일 서울시민 인권헌장을 선포하기로 한 계획도 불투명하게 됐다.

남형도기자 hum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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