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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대학생원도 오디션으로 뽑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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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안전밸트, 지퍼, 스패너, GPS, 음료용 종이팩, 심박 조정기, 평면 모니터. 모두 세상을 이롭게 한 발명품들이자 바이킹의 후예, 스웨덴의 발명이다. 유럽의 대표적인 강소국으로 여전히 세계무대에서 주목받고 있는 스웨덴은 세계에서 가장 좋은 교육 시스템을 갖춘 나라 중 한 곳으로 꼽힌다. 스웨덴인들은 교육의 힘이 오늘날의 자신들을 만들었다고 믿고 있다.

특히 스웨덴 대학들은 창의성을 중시하면서도 실용적인 교육 시스템을 통해 많은 인재들을 육성, 글로벌 시장에 배출하고 있다. 최근 스웨덴 정부는 국가 경제와 교육 분야의 글로벌 경쟁력을 더욱 높이기 위해 한국을 비롯한 해외 우수 인재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스웨덴 국가 홍보 기관인 스웨디시인스티튜트의 초청으로 스웨덴 대학 교육의 혁신적 특성과 경쟁력 등을 현지 취재하고 이를 두 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스웨덴의 힘' 대학교육 경쟁력 해부 <上>세계가 직면한 문제 솔루션 찾으며 창의성·실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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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신소재 연구 등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스웨덴 찰머공대. /사진=조철희 기자


스웨덴 대학들의 혁신적인 특성은 세계적 공과대학인 찰머공대가 공식적으로 표방하고 있는 교육 방식에서 잘 드러난다. 이 학교는 재학생들이 '프로젝트 형식의 과제를 통해 다른 이들과 함께 팀으로 공부하며 실질적인 경험(hands-on experience)을 쌓고 있다'고 강조한다.

요르겐 셰베리(Jorgen Sjoberg) 찰머공대 총장실 수석자문은 "학생들이 그룹 프로젝트를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찾고, 아이디어를 구현한 모델을 직접 만들 수 있도록 교육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며 "산업계의 니즈도 교육 프로그램에 반영하고, 학생들이 기업과의 협업(collaboration)을 통해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찰머공대의 모토는 '지속가능한 미래에 대한 연구'다. 거의 모든 스웨덴 대학들은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현실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솔루션을 찾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유럽의 대표적인 강소국이자 발명의 나라, 노벨상의 나라인 스웨덴의 힘은 이같은 교육 방식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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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문제를 풀어라=가을학기가 한창인 스웨덴 대학들의 캠퍼스에는 여러 오디션 포스터들이 곳곳에 붙어 있다. 스웨덴에서는 유치원 때부터 경쟁 방식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새로운 생각을 제안한다. 각 분야에서 경쟁 방식의 오디션이 많고, 이런 오디션을 즐기는 나라다.

스웨덴 남부지역에 위치한 룬드대학교의 수자원공학 석사과정은 개발도상국 외국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입학 오디션을 연다. 최근에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물 부족 문제 솔루션에 대한 오디션을 열었다. 오디션의 우승자는 이 과정에 입학할 수 있는 동시에 장학금과 체재비, 항공권 등 7000만원에 달하는 상금도 받는다. 국제구호단체인 머시코(Mercy Corp.)에서의 인턴십 기회도 주어지며 머시코와 함께 석사 논문 작업도 할 수도 있다.

수자원공학은 매우 특정된 분야이지만 물 부족 문제 해결은 전 세계인들의 삶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스웨덴 대학들은 이처럼 세상의 문제를 푸는 과제에 대해 다양한 연구 과정을 만들어 놓고 있다. 그리고 오디션 등을 통해 다른 나라에도 적극적으로 알리며 현지 학생들을 유치하고, 이들을 글로벌 기업과 국제기구 등에서 활약할 수 있는 전문가로 양성한다.

룬드대 수자원공학 석·박사 과정을 마치고 대학원 조교로 연구 활동 중인 살라 하지씨는 "고국인 이란도 물 부족 국가여서 이 과정에 들어와 연구를 하게 됐다"며 "지금은 홍수로 들어찬 물을 자연습지로 바꾸는 솔루션을 연구하는 등 이란만이 아니라 전 세계가 겪고 있는 여러 물 문제를 해결하는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세계적인 명문 의대 카롤린스카연구소의 글로벌 헬스 석사과정의 경우 주로 후진국들이 직면한 보건 문제 해결 방안을 연구하면서 보편적인 의학에 접근하고 있다. 실용 학풍으로 강점을 지닌 고덴버그대학교는 이 학교 모든 연구자들이 참여해 현존하는 글로벌 이슈에 대한 솔루션 애플리케이션 100가지를 만들어내는 'UGOT 챌린지' 프로젝트를 400억원 이상을 투자해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대학은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새로운 아이디어와 솔루션을 제안하고, 기업들은 이를 상용화하여 글로벌 시장에 내놓아 반향을 일으키는 것이 강소국 스웨덴의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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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뫼대학교 도서관 안 모습. 스웨덴 남부도시 말뫼는 매일 하루마다 8개의 기업이 세워진다고 할 정도로 비즈니스가 발달한 도시다. /사진=조철희 기자


◇산업 솔루션 프로젝트 중심 교육=스웨덴 대학에서 유학 중인 한국인 학생들은 스웨덴인들도 우리와 생각하는 것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생각하는 것을 눈앞에 보이는 실체로 만들어 내려고 하는 태도가 다르다고 한다. '그런 생각을 했었다'로 그치지 않고, 아이디어를 떠올리면 그것을 끝까지 실체로 만들어낸다는 것. 그래서 스웨덴 대학들은 상아탑이 아닌 마치 공장의 작업장(workshop) 같다.

스웨덴 대학들은 학생들이 손에 잡히는 지식과 경험을 얻도록 하기 위해 프로젝트 중심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구성한다. 일례로 고덴버그대학교의 경영·경제·법학대학원은 100개의 과목 중 절반이 학위 논문을 위한 프로젝트로 구성하고 있다.

프로젝트 중심의 교육은 산업과의 긴밀한 파트너십과 협업(collaboration)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이 대학원은 이케아, DHL, 머스크, UPS, 볼보 등 물류, 유통, 자동차 기업들과 강력한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 항구도시인 고덴버그시가 스칸디나비아의 물류 허브라는 커뮤니티의 특성이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이 대학원 리카르드 베리키비스트(Rickard Bergqvist) 원장은 "산업이 직면한 문제를 연구 과제로 가져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산업 적응력을 높일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으며 글로벌 시장에 대한 대응력 또한 높이기 위해 스웨덴과 해외 학생들이 섞여 있는 학습 환경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롤린스카연구소의 바이오기업가정신(Bioentrepreneurship) 석사과정은 학생들이 대학의 파트너 기업에 프로젝트를 제안해 공동 연구를 할 수도 있다. 물론 기업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주제를 중심으로 함께 할 동료 연구자들도 모아 학생 자신이 주도적으로 프로젝트를 끌고 갈 수 있다.

이 과정에 있는 한 미국인 유학생은 "스웨덴 대학의 교육 과정은 연구에서부터 창업까지 모든 것이 다 가능하도록 실용적으로 융합돼 있다"며 "이것이 스웨덴의 교육 방식"이라고 말했다.

비스비·고덴버그·룬드·말뫼·스톡홀름(스웨덴)=조철희기자 samsar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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