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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통사 임원 형사고발…옥죈다고 '보조금 대란' 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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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일변도 정책으로 이통산업 '위축'...시장규모 키우는 진흥정책 마련 '절실'

뉴스1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27일 오전 경기 과천시 중앙동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아이폰 6 대란' 관련 통신사 제재 방안 등 논의를 위한 전체회의에서 안건 상정 등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박창욱 기자 =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달초 발생한 '아이폰6 대란'과 관련해 사상 처음으로 이동통신3사 영업담당 임원을 형사 고발키로 한데 대해, 업계에선 공식적으로는 "향후 조사에 성실히 응하겠으며, 시장 안정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바짝 자세를 낮췄다. 규제당국의 서슬이 퍼런데다 형사고발에 이은 후속 과징금 제재조치 결정이 오는 12월 4일 예정돼 있어서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법인뿐 아니라 임원 개인까지 형사고발하는 건 "다소 지나친 면이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물론 불법보조금을 근절하려는 '단말기 유통법'의 취지를 지키려는 상징적인 조치이긴 하지만, 규제기관이 직접적인 불법 혐의가 명확하게 드러나지도 않은 임원 개인에게 검찰조사를 받게 하겠다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적 발상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판매장려금=불법보조금 살포유도'?

익명을 요구한 이통업계의 한 임원은 방통위의 이번 형사고발 결정에 대해 "방통위에서도 법률 자문을 받았다고 밝히고 있고, 최성준 방통위원장도 법률가 출신이긴지만 실제 검찰과 법원에서의 판단은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일선 유통점에 지급하는 판매장려금(리베이트)을 올려줬다고 해서 영업담당 임원이 '불법보조금 지급을 유도했다'고 판단해 형사 고발하는 것은 '무리한 법적용' 논란이 일어날 소지가 다분하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판매장려금 자체는 유통점의 영업의 독려하기 위한 목적인지, 아니면 직접적으로 불법 보조금을 유도하기 위한 것인지 따지기에 애매한 측면이 있다. 그런데 판매장려금이 불법 보조금의 재원으로 쓰였던 사례가 있었다는 것만으로, 판매장려금 규모를 높인 임원 개인에게 검찰 수사라는 압박까지 가하는 것은 과하다는 의견이 많다.

방통위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아이폰6 대란'은 거창한 명명과 달리 보조금 위반 정도는 과거에 비해 경미한 수준이다. 수만에서 수십만건의 보조금 위반이 있었건 과거조사 당시와는 달리, 이번엔 총 위반건수가 540건에 머물렀다. 위반기간은 지난 10월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총 3일에 불과하다. 엄밀히 따지면 하루반동안 발생했다. 이 기간에 1건당 평균 28만8000원이 지급됐고, 건수를 모두 합치면 과다보조금으로 지급된 돈은 1억5000만원에 불과했다. 위반금액이 워낙 경미해 대략 7~8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러나 단통법이 시행된 이후 처음 위반사례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방통위가 상징적으로 '임원 형사고발'이라는 카드를 꺼냈을 가능성이 크다. 과거 전기통신사업법엔 과징금과 영업정지 외에 형사고발 조항이 없었고, 단통법에선 이 조항이 추가돼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통사는 사안에 비해 제재수위가 과하다는 입장이다. 이통사 한 관계자는 "물론 법조항에 있는 내용이고 아무리 '일벌백계'라고는 하지만, 정황만으로 영업임원까지 형사고발한 조치는 지나치게 강력한 제재"라고 말했다. 또다른 이통사 관계자는 "제재를 하더라도 이통3사 모두에게 무차별적으로 가할 게 아니라, 불법 보조금을 촉발한 사업자를 꼼꼼하게 골라내서 상대적으로 엄벌하는 것이 제대로 경고하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했다.

굳이 '임원' 개인을 타깃으로 삼은 까닭은 부과할 과징금 액수가 경미한 점도 있지만 과징금을 과도하게 부과하거나 영업정지를 내리면 가뜩이나 냉랭해진 이통시장이 더 얼어붙을 수 있다는 우려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시장이 냉각되면서 발생하는 유통점들의 불만이 고스란히 정부로 향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통사들은 올들어 벌써 두번씩 영업정지를 당한 터여서, 부담스러운 영업정지 대신 임원을 재물로 삼았을 것이라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임원 고발한다고 '보조금 대란' 사라질까

물론 업계에서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10년 넘게 보조금 규제가 반복되는데도 불법 보조금 외에는 별다른 마케팅 수단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국내 이동전화 가입자는 우리나라 인구보다 많은 5600만명에 이른다. 이미 포화상태다. 이런 시장에서 이통사가 성장할 방법은 타사 가입자를 뺏어오거나 자사 가입자의 가입자당월평균비용(ARPU)를 높이는 방법밖에 없다. 이런 시장구조에서 임원 몇명을 형사고발한다고 과연 보조금 경쟁이 근절되겠느냐다. 한 전문가는 "임원 형사고발까지 당했으니 당분간 잠잠할 것"이라며 "그러나 내수산업인 이통시장이 포화된 상태인데 성장할 방법이 보조금 경쟁밖에 더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보조금 경쟁을 근절시키기 위한 해법은 시장규모를 키우는 방법 외는 없다는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올해처럼 초강수 영업정지과 과징금 부과를 반복하는 것은 시장을 극도로 위축시켜 궁극적으로 국내 이통산업 경쟁력을 후퇴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이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이통업계는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블루오션을 개척해야 하고, 정부는 ICT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진흥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정부에서는 ICT산업의 인프라인 이통산업에 대한 진흥정책과 규제정책이 적절히 운용했는데 방송통신위원회 출범이후부터는 진흥정책은 거의 사라지고 규제 일변도로 정책이 실행되면서 이통산업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규제중심의 방송통신위원회와 진흥중심의 미래창조과학부로 나뉘었으나, 정부정책은 여전히 규제쪽에 무게가 실려있는 모습이다. 업계 또다른 관계자는 "업계가 피부로 느낄 정도의 이통 진흥정책은 아직 없고 규제 일변도 정책만 펼치고 있는 상태"라며 "우리나라의 우수한 이동통신 기술을 바탕으로 개도국 등 해외진출을 위한 바탕을 마련해 줄 정책이 그 어느때보다 절실한 때"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통사가 성장할 수 있도록 사물인터넷, 헬스케어, 스마트 액세서리 등 다양한 관련 산업에서 보다 구체적인 진흥책을 내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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