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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野 비례대표 '몰락', 당심은 왜 그들을 등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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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 목소리'에 피로감…뒤늦은 지역구 관리 감점요인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사실상 20대 총선 공천권과 다름없다는 평가를 받았던 새정치민주연합 지역위원장 경선에서 비례대표들이 줄줄이 탈락한 것은 강경파 의원들에 대한 피로감과 뒤늦은 지역구 관리가 빚어낸 결과로 해석된다.

직능대표격인 비례대표 의원이 재선고지를 향해 지역위원장으로 말을 갈아타 입성하려는 시도에 일종의 거부감을 표시하는 동시에 '강성 일변도'로 치달아온 당 노선을 일정하게 제어할 필요가 있다는 당심이 작동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지역위원장 경선에서 패한 비례대표 의원은 한정애(서울 강서을), 최동익(서울 동작을), 남인순(서울 송파병), 은수미(경기 성남 중원) 의원 등 네 명.

비교적 이른 시기에 도전장을 낸 한 의원을 제외하면 이들이 패한 이유 중 하나는 지역위원장 경선이 임박해 지역구를 정한 탓에 당원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가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당 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28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비례대표 의원들이 오랜 시간 지역 기반을 다져온 원외 위원장과 맞서는 것은 버겁다"라며 "이른바 '낙하산' 식으로 지역에 새로운 인물이 오는 것에 거부감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례대표가 맞붙은 서울 강서을 지역에서 전북 출신인 진성준 의원이 부산 출신인 한정애 의원을 꺾은 것을 보면 당에 애착을 갖고 당비를 내는 권리당원 중 호남 출신이 많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내년 2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런 결과가 나온 만큼 당의 노선을 바라보는 당심이라는 관점에서 눈여겨봐야 한다는 해석도 있다.

이번 지역위원장 경선에서 고배를 마신 비례대표 의원들이 올들어 세월호 정국을 비롯, 여러 현안에서 강경한 목소리를 내온 그룹에 속한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지난 19대 총선 당시 친노계 지도부가 비례대표 공천을 좌지우지할 때부터 반감을 품어 온 온건한 목소리의 전통적 지지기반이 장외 투쟁 등 강경한 대여 기조를 주장해 온 비례대표 의원들에게 누적됐던 불만을 표출했다는 것이다.

중도파로 분류되는 한 재선 의원은 "비례대표로서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활약해온 것은 인정해야 한다"면서도 "진보에 치우친 이념적 성향으로 비례대표 공천이 이뤄졌다는 비판이 있었고 경선 상대도 그 점을 부각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지역위원장 경선에서 드러난 당심은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당권 주자들에게도 긴장감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대의원과 권리당원, 일반당원 및 국민을 대상으로 한 투표의 반영 비율을 놓고 계파 간 이익이 첨예하게 맞선 상황에서 '당심'의 중요성이 확인된 만큼 권리당원을 공략할 전략이 더욱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kj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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