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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귀신 곡할 텔레뱅킹 사고… 원인 '깜깜이'에 피해보상도 난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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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발생한 범죄여서 수사도 난항


(서울=뉴스1) 송기영 기자,이현아 기자 = 최근 시중은행에서 텔레뱅킹 무단인출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원인규명과 책임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은행들은 '텔레뱅킹 시스템은 해킹할 수 없다'며 고객 정보가 유출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반면 피해 당사자들은 개인정보 유출을 부인하며 은행에 책임을 묻고 있다.

경찰은 텔레뱅킹 무단인출 사고가 중국 범죄자들 소행이라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계속되는 텔레뱅킹 무단인출 사고에 대한 원인이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을 경우 보상이나 귀책 사유 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을 것으로 보인다.

◇텔레뱅킹 무단인출 사고 계속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 고객인 A씨는 지난해 11월 텔레뱅킹을 통해 자신의 계좌에서 598만원이 무단 이체된 것을 확인했다.

A씨는 계좌를 개설하면서 텔레뱅킹 서비스를 신청했지만, 한번도 이용한 적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사고가 발생하자 이를 경찰에 신고하고 우리은행에도 알렸다. 그러나 경찰은 원인 규명을 하지 못하고 끝내 수사를 종결했고 사건은 미궁에 빠졌다.

앞서 농협에서도 1억2000만원에 달하는 텔레뱅킹 무단인출 사고가 있었다. 농협 고객인 주부 이모(50)씨는 지난 7월 텔레뱅킹을 통해 1억2000만원이 무단 인출됐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조사 결과 지난 6월26~28일 3일간 41차례에 걸쳐 회당 약 300만원이 대포통장으로 송금됐다. 이 돈은 전액 텔레뱅킹을 통해 빠져나갔다. 경찰은 또 금액 인출 이전 이씨의 아이디로 농협 홈페이지에 접속한 흔적을 발견했다. IP 추적 결과 접속지는 중국이었다.

이씨는 인터넷뱅킹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계좌 접근방식조차 밝혀내지 못한 채 결국 수사를 종결했다.

◇텔레뱅킹 사고 원인 당사자 주장 엇갈려

텔레뱅킹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계좌번호와 통장 비밀번호, 자금이체비밀번호, 보안카드 번호, 주민등록증, 고객전화 번호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계좌이체를 하려면 보안카드에 적혀있는 텔레뱅킹 전화번호로 전화를 건 뒤 주민번호, 계좌번호, 계좌 비밀번호, 자금이체 비밀번호, 보안카드 또는 1회용비밀번호생성기(OTP) 비밀번호 등을 차례로 입력해야 한다. 이후 이체할 계좌번호와 금액을 입력하면 계좌이체가 완료된다.

복잡한 절차같지만, 인터넷뱅킹이나 모바일뱅킹처럼 별도의 본인인증 절차가 없어 오히려 금융사기에 취약하다는 평가다.

은행 해킹을 통해 고객의 텔레뱅킹 정보가 빠져나갔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은행들도 은행 내부가 아니라 다른 경로로 범죄자들이 고객 정보를 입수해 텔레뱅킹 범죄에 이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텔레뱅킹 시스템이 해킹을 당했거나 은행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은 아니다"며 "은행 전산시스템에 자금이체 비밀번호를 저장해두지도 않는다. 어떤 경로로 중국 범죄자들이 개인정보를 입수해 텔레뱅킹을 통해 돈을 인출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농협관계자 역시 "텔레뱅킹 이체에는 고객의 계좌번호와 통장 비밀번호, 자금이체비밀번호, 보안카드 번호, 주민등록증, 고객전화 번호가 있어야만 한다"며 "내부 확인 결과 은행에서 정보가 유출된 사실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앞선 두 피해자 모두 고객정보 유출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들도 텔레뱅킹 범죄가 대부분 중국에서 발생하고 있어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텔레뱅킹 범죄… 보상 못받나?

현행 전자금융거래법에서 금융기관은 접근매체의 위조나 변조로 발생한 사고로 이용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다만 이용자의 고의나 중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책임을 제한 또는 면제받을 수 있다.

'중과실'에 대한 법조계의 해석은 아직 분분하다. 지난해에는 고객 실수로 정보가 유출돼 파밍(Pharming) 사기를 당했더라도 해당 은행이 피해 금액의 30%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이번 텔레뱅킹 사고의 경우 경찰 수사에서도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보상 문제가 논란이 되는 것이다. 농협이 텔레뱅킹 사고에도 보상을 거부한 이유 역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보통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손해사정인을 고용해 보상 범위를 정한다"며 "이번 텔레뱅킹 사고처럼 원인이 명확하지 않으면 보상이 이뤄진다고 해도 피해금액 전액을 받지는 못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텔레뱅킹은 인터넷이나 모바일에 취약한 노년층이 주로 이용하기 때문에 범죄자들의 표적이 된다는 지적도 있다. 또 인터넷과 모바일 활성화된 뒤 텔레뱅킹에 가입하고도 이용하지 않는 금융 소비자들이 많은 점도 문제도 지적된다.

rck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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