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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배우근의 야구블랙박스]에이스들의 해외진출, 도전 아닌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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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스포츠서울] 한국을 대표하는 좌완 투수 김광현과 양현종이 해외진출 도전의사를 밝힌 후 메이저리그의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2년 전 류현진(LA 다저스)은 2500만 달러가 넘는 포스팅 금액을 제시받았지만, 김광현은 200만 달러에 그쳤고 양현종은 그 보다 더 낮은 입찰액을 받았다. 김광현은 ‘쩐’이 아닌 ‘꿈’을 선택했고 SK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이를 수용했다.

반면 KIA는 양현종에 대한 포스팅 응찰액 수용불가 방침을 세웠다. 국가대표 좌완 에이스에 걸맞지 않은 액수라고 판단했다. 양현종은 그동안 “구단이 허락하면 미국진출을 하고 싶다. 메이저리그 구단과 몸값 협상이라도 하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국내에 잔류하게 됐다. 다음 주자는 야수 최초로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빅리그에 노크하는 강정호다. 12월 중순쯤 포스팅 신청을 할 예정이지만, 합당한 대접을 받을지는 의문이다.

이들에 대한 많은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이 글들에는 ‘도전’이라는 표현이 많이 등장한다. 헐값이지만 해외진출을 계속 모색하는 김광현에겐 ‘빅리그 도전’, 잔류하게 된 양현종은 ‘도전 물거품’, 곧 포스팅에 나설 강정호는 ‘야수로서 첫 번째 도전’이라고 쓰여져 있다. 이들은 5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국내 FA시장을 뒤로 한 채 익숙했던 무대에서 벗어나 낯선 길을 선택했다. 자신의 실력을 믿고 울타리 같은 경계를 스스로 벗어나려 한다. 도전이다.

그러나 한국을 대표하는 에이스들의 해외 진출이 도전일까. 그렇지 않다. 도전이 아닌 경쟁이다. ‘도전(挑戰)’의 사전적 의미는 ‘싸움을 걸다. 보다 나은 수준에 승부를 걸다’라고 풀이되어 있다. 한 수 아래의 상대가 한 수 위의 대상을 향해 대거리를 한다는 것이다. 메이저리그가 국내리그에 비해 수준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국가대표급 선수에게 메이저리그는 도전의 장소가 아닌 새로운 환경에서의 경쟁에 가깝다. 이들은 국내 무대를 통해 수 차례 검증받았고 이미 여러 국제대회에서도 자신의 기량을 뽐낸 바 있다.

일본 무대에서 데뷔 첫 해부터 맹활약한 오승환은 최근 국내에 돌아와 이런 이야기를 했다. 그는 “한국선수 중에는 일본 선수보다 뛰어난 선수가 많이 있다. 개개인의 스타일이 다른 면도 있지만, 그래도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한국프로야구가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진출을 노리는 선수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할 부분은 미국, 일본에 도전한다는 생각 보다는 그 팀에서 선수를 스카우트 하는 건 장래성보다 지금 뛰고 있는 실력이 분명 통한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자신감을 가지고 플레이를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충분한 실력 때문에 해외 시장으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것이기에, 자신의 기량을 충분히 믿으라는 뜻이다. 오승환 본인도 한신과의 계약이 종료되는 내년 이후에 대해 “여기가 끝이 아니다. 많은 선수들이 메이저리그를 향하고 있다. 팬들의 포커스도 그쪽에 맞춰져 있는 것 같다. 1년간 부족한 점을 더 보완해 내년에도 좋은 성적을 보여드리고 더 큰 무대에서 경쟁하겠다. 메이저리그는 도전이 아닌 가서 싸워야 하는 곳이다. 나는 지금 보다 더 큰 꿈을 가지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의 에이전트를 맡고 있는 스포츠인텔리전스 김동욱 대표도 “도전이 아닌 경쟁이라는데 동감한다. 국내 리그에서 7년 이상 활약해 KBO로부터 정상급 능력을 인정받은 선수들이 해외진출 자격을 얻는다. 이들을 향해 메이저리그에 도전한다는 표현을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가서 경쟁하는 것이지 도전이 아니다. 그들은 충분이 경쟁할 자격이 있다. 국내 고교 선수들이 졸업 후 미국에 진출할 때 어울리는 말이 도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근 헐값 논쟁에 대해서는 “한국에서의 활약이 너무 아까운 선수들이다. 제대로된 가치 평가가 함께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해외진출 성공사례 1호인 ‘코리안 특급’ 박찬호 역시 “가능성이 없다면 해외 구단에서 그 선수를 데려가겠나”라고 반문하며 “선수 스스로 ‘내가 통할까’ 하는 걱정은 무의미하다. 팀에서 관심을 보인다는 것은 그 선수의 재능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국내 프로야구에서 정상에 섰던 에이스 선수들의 해외진출은 이제 도전이 아닌 경쟁이다. 고개를 숙이고 선진야구를 배우러 가는게 아닌 그 팀의 주요 전력으로 인정받아 뽑혀가는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 불고 있는 FA 광풍에도 불구하고 새 무대로 향하는 이들의 행보는 그래서 박수 받아 마땅하다. 포스팅 금액의 헐값 여부와 향후 국내 복귀시 더 큰 FA대박을 노릴 수 있다는 경제적 논점은 그 다음 문제다.

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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