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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취재파일] 방산 버린 삼성, 義도 버린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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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테크윈과 탈레스, 두 방산 계열사를 한화에 매각한 일을 놓고 여러 말들이 오가고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보면 삼성은 돈 안 되는 방산을 떼어내 좋고, 한화는 방산 특화ㆍ집중을 할 수 있어서 윈윈(Win-Win)이라고들 합니다. 경제적으로는 그럴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방위 사업, 국방의 눈으로 보면 윈윈이 될 수 없습니다.

삼성은 오로지 이(利)를 좇아 의(義)를 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방산이란 것이 우리나라에서는 깨진 항아리 같은 사업입니다. 돈은 많이 들어가는데 벌이가 박합니다. 대신 욕은 참 많이 얻어먹지요. 그래서 대기업들이 어렵더라도 맡아줘야 하는 업종입니다.

삼성 창업자 고 이병철 회장이 생전에 말했듯이 ‘사업보국(事業報國)’, 즉 나라 덕에 번 돈으로 나라에 보답해야 하는 업종이 바로 방산입니다. 삼성 테크윈 창원공장에는 이 회장이 쓴 ‘사업보국’ 휘호가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이 회장은 삼성 테크윈 임직원들에게 “돈 못 벌어도 좋으니 나라 지킨다는 마음으로 일하라”고 ‘명령’했습니다. 삼성은 이런 방산을 버렸습니다. 삼성의 방산 포기는 그래서 “삼성은 오로지 삼성만을 위해 돈만 긁어 모으겠다”는 뜻으로 읽힐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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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 안되는 방산, 삼성에게만 천덕꾸러기?

현대 계열사인 현대 로템은 전차를 생산합니다. 두산 계열사인 두산 DST는 장갑차를 만듭니다. 삼성 계열사 삼성 테크윈은 자주포를 만듭니다. 전차와 장갑차, 자주포는 현대, 두산, 삼성에게는 천덕꾸러기입니다. 전차, 장갑차, 자주포라는 것이 만대, 수십만대씩 대량생산하는 물건이 아닙니다. 우리 육군과 해병대가 필요한 만큼만 생산합니다. 대량생산 못하니 돈이 안 됩니다.

내수 시장이 좁으면 수출하면 된다지만 무기 수출은 스마트폰 수출 같지 않습니다. 핵심기술이 대부분 미국 소유의 민감한 것들이다 보니 미국 정부로부터 수출 허가를 받아야 수출이 가능합니다. 미국 정부가 수출 허가를 잘 내주지도 않을뿐더러 내줬다한들 수출이 되느냐, 그것도 아닙니다. 해외 시장에 가면 미국 무기와 경쟁해야 합니다. 미국 정부가 국산 무기에게 수출 허가 내줬다는 것은 미국 무기와의 경쟁에서 미국의 승리가 뻔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스마트폰처럼 ‘손쉽게’ 수출하는 물건이 아닙니다.

현대 로템도 고속철, 전철만 만들어서 팔고 전차는 버리고 싶어 합니다. 두산도 마찬가지입니다. 돈 벌이만 생각한다면 당장에라도 떼어내 버리고 싶은 것이 방산입니다. 그래도 현대와 두산은 참아주니 다행입니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모두 삼성처럼 약삭빠르다면 우리네 세상살이가 지금보다 훨씬 더 팍팍해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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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철 회장의 사업보국은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이야기

그동안 삼성을 키우기 위해 수많은 노동자들이 희생을 감수했고, 정부는 삼성에 특혜성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고 이병철 회장은 대신 “사업보국해야 한다”며 지난 77년 삼성테크윈을 세워 국산무기 개발에 나섰습니다. 이제 그 유훈이 테크윈, 탈레스와 함께 버림 받았습니다. 삼성이 흥해야 나라 경제가 편안하다 하니 마냥 박수만 쳐줘야 할까요. 씁쓸합니다.

이왕 한화가 테크윈과 탈레스를 가져갔으니 한화가 삼성이라는 이름을 떼어낸 테크윈과 탈레스를 더 좋은 회사로 발전시켜 주기를 기대해야겠습니다. 한화가 휘청하면 우리나라 방산, 국산무기 전체가 흔들리게 되니 한화의 어깨가 무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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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기자 onewa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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