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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무너지는 금값… 20~30% 가격 뚝 “현금 주려다 돌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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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강세로 금값 추락 4년 만에 최저치 경신

“1%대 예금 이자 받느니 금으로 재테크가 나을 것”

금시장 거래도 2배 급증

지난 26일 귀금속 상가가 모여있는 서울 종로구 금은방 거리. 다음주 돌을 맞는 조카에게 무슨 선물을 할지 고민하던 직장인 권모씨(33)가 한 돈(3.75g)짜리 ‘뽀로로 돌반지’를 들고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권씨는 “현금으로 20만원을 봉투에 넣어서 줄까 했는데 순금 돌반지 가격이 17만5000원이더라”며 “2~3년 전에 비해 5만원 이상 싼 데다 의미도 있어 반지를 택했다”고 말했다. 이모씨는 예비신부에게 줄 예물을 고르러 왔다가 금반지를 충동 구매했다. 이씨는 “금값이 이렇게 떨어진 줄 몰랐다”며 “금값이 지금 바닥인 것 같은데 언젠가는 다시 오르지 않겠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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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대표적인 금은방 거리인 종로의 한 귀금속 상점에 26일 다양한 금 제품이 진열돼 있다. 이달 국제 금값이 4년 만에 최저로 떨어지면서 한 돈(3.75g)짜리 돌반지가 17만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 김영민 기자


금값이 하락하면서 서울 종로의 귀금속 상가를 찾는 발길이 늘어나고 있다. ㄱ주얼리 주인 김모씨는 “가격을 묻는 전화가 하루 수십통씩 걸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종로 귀금속 상가의 금 시세는 한 돈에 16만6000원. 여기에 부가가치세 10%와 세공비를 포함하면 한 돈짜리 금반지는 18만~19만원에 살 수 있다. 모양이 단순한 돌반지는 그보다 1만원 정도 저렴하다. 금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2011~2012년에 비하면 20~30%가량 싸다.

금값이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제공하는 국제 금시세를 보면 26일 기준으로 금가격은 온스당 1199.90달러를 기록했다. 그동안 심리적 지지선으로 작용했던 온스당 1200달러 밑에서 가격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1온스는 28.34g을 말한다. 지난 5일에는 온스당 1140.03달러로 2010년 4월 이후 4년 반 만에 최저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국제금융시장이 출렁였던 2011~2012년 온스당 1600~1700달러대를 오갔던 국제 금값은 올해 초 1200달러대에서 출발해 지난 3월에는 14% 오른 1380달러까지 상승했으나 7월부터는 다시 하락세로 반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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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금가격 하락은 달러 강세와 맞물려 있다. 통상 금 가격은 달러 가치와 반비례한다.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 현물인 금의 화폐가치가 높아지면서 금값이 상승하고, 달러가 강세를 나타내면 반대로 금값이 떨어진다.

고은진 하나대투증권 자산분석부 팀장은 “지난해 초 미국이 양적완화 종료를 시사하는 발언을 한 이후 금값이 하락하기 시작해 유럽과 일본의 추가 부양 정책 등도 금값을 추세적으로 끌어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값 하락으로 한국거래소 금시장 거래도 눈에 띄게 늘었다. 10월 일평균 거래량은 8.5㎏으로 전월 평균(4.4㎏)보다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공도현 한국거래소 금시장운영팀장은 “매수자 대부분이 개인들인데 지금 금 가격이 어느 정도 바닥권에 진입했다고 보고 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금리가 사실상 마이너스 상태에 접어들면서 금으로 재테크를 하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다. 오모씨는 “1%대 이자를 받기 위해 은행 예·적금에 가입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금을 사서 2~3년 뒤 금값 반등을 노리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내년에도 달러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금값은 추가 하락하거나 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 팀장은 “시기에 따라 등락을 거듭하겠지만 일단 온스당 1200달러보다 내려올 가능성이 있다”며 “달러강세가 지속됨에 따라 금값도 하락 쪽으로 방향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주·김경학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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