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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한식뷔페 점포확대에 족쇄…빵집에 이은 규제역설 2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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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27일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 내 ‘계절밥상’한식뷔페에서 손님들이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전광판에 대기자 수가 75팀이라는 표시가 떠 있다. [김재훈 기자]


# 평일인 27일 오전 10시. 아직 개점까지 30분이 남았지만 한식뷔페 ‘계절밥상’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점 앞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오픈 전부터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이다. 식사시간이 다돼 이곳을 찾은 손님은 바글바글한 상황을 보고 놀라 “여기 말고 다른 곳엔 지점이 없나요”라고 물었더니 “판교나 용산점이 제일 가까울 것 같은데…”라는 답변이 되돌아왔다. 기자가 지난 주말 들른 판교 아브뉴프랑점도 상황은 비슷했다. 점심시간이 한참 지난 일요일 오후 2시에 갔는데도 “1시간40분에서 2시간 정도 기다려야 한다”고 직원이 안내했다. 결국 포기하고 발길을 다른 식당으로 옮길 수밖에 없었다.

한식뷔페가 장안의 화제로 등장했지만 정작 식당 운영업체도, 손님도 제대로 웃는 곳이 없다. 빵집처럼 한식뷔페도 대기업 외식업 관련 규제에 묶여 점포를 마음대로 못 내다 보니 곳곳에서 소비자들의 불평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이 시장에 가장 먼저 진출하고도 1년 반 동안 매장을 7곳밖에 못 낸 CJ푸드빌의 고민이 깊다.

CJ푸드빌이 작년 7월 론칭한 계절밥상은 ‘한식뷔페 돌풍’을 선도했다. 웰빙 트렌드에 맞춘 각종 채소와 나물들, 다양한 고기메뉴를 세련된 방식으로 세팅하고 비교적 합리적 가격(1만원대 초반, 주말과 저녁만 2만원대 초반)을 책정한 전략이 주효했다. 하지만 “한식뷔페 한번 먹기 정말 힘들다”거나 “장사가 잘된다는데 왜 이렇게 매장이 없느냐”는 소비자들의 불만 탓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한식뷔페가 충분한 사업성에도 불구하고 수익을 창출할 규모로 성장하지 못하는 것은 동반성장위원회가 골목상권 보호 명목으로 대기업 외식업에 강한 규제를 하는 탓이 크다. 동반성장위원회는 대기업의 외식 브랜드 확장 및 진입을 자제하라고 권고하면서, 몇 개의 예외조항만 뒀다. 한식뷔페 등 대기업 외식브랜드는 △지하철, 고속터미널 등 100m 이내 역세권(수도권 및 광역시) △2만㎡ 이상 넓이의 건물 내 △신도시 및 신상권에 한해 입점이 가능하다. 강남역 인근과 같은 상업지구도 법적으로 가능하다. 언뜻 보면 입지 후보가 널려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조건에 맞는 장소를 찾기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라는 게 업체들 주장이다. CJ푸드빌 관계자는 “계절밥상은 뷔페 레스토랑이라 기본적으로 700~1000㎡ 정도의 공간을 필요로 하는데, 이만한 넓이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동반성장위원회가 요구한 조건을 맞춘 공간 찾기는 매우 어렵다”며 “트렌디 레스토랑은 강남·서초·이태원 등에 먼저 내는 것이 정석이지만 여기선 엄두도 못 내 주로 서울 외곽이나 신도시 주변만 물색 중”이라고 하소연했다.

한식뷔페는 지난 정부에서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건 한식 세계화와 대중화 취지에도 잘 맞고, 계절밥상의 경우 농가와 직접 재료 거래를 하며 상생 취지도 살리고 있지만 ‘골목상권 규제’를 피하진 못했다. 한식뷔페는 일반 자영업자들이 할 만한 아이템이 아닌데도 이를 경쟁구도로 놓고 보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것이 중론이다. 각광받는 사업 중 하나인 외식업의 성장을 막고 경쟁력을 오히려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장 큰 문제는 국내 소비자들의 수요를 공급이 감당하지 못하고 있어 소비자 불편만 커진다는 점이다. 손님을 식사까지 한두 시간 대기하게 하는 현재 상황이 정상은 아니라는 것. 비단 계절밥상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랜드의 자연별곡과 신세계 올반의 상황도 비슷하다. 전문가들은 “음식산업 자체를 산업으로 인식하지 않는 정부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면서 “산업으로 키워내려면 무조건 식품기업을 주저앉혀서 자영업자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이들 사이에 협력과 공조가 필요하다. 법을 좀 더 현실적이고 세련된 방식으로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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