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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취재파일] '쑨양 구하기' 작전 이렇게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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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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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수영스타 쑨양의 금지약물 복용 파문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 반도핑기구(CHINADA)가 양성 반응 결과를 6개월이나 숨긴 것과 자격정지 3개월에 그친 '솜방망이' 징계를 놓고 중국 대부분의 언론이 의문을 제기하며 집중 포화를 퍼붓고 있습니다. 저는 지난 5월부터 11월26일까지 중국 포털 사이트에 게재된 쑨양 관련 기사를 모조리 검색한 뒤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쑨양은 지난 5월 중순 중국 칭다오에서 열린 중국수영선수권대회에 출전했습니다. 이 대회는 2014 인천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전을 겸해 치러졌습니다. 남자 자유형 200m, 400m, 1,500m 3개 종목을 석권한 쑨양은 경기가 끝난 뒤 도핑 테스트를 받았습니다. 며칠 뒤 쑨양의 A샘플에서 금지약물인 '트리메타지딘'이 검출됐습니다. '트리메타지딘'은 2014년 1월부터 금지약물 리스트에 올라온 물질입니다.

중국 반도핑기구는 양성 반응 결과에 깜짝 놀라며 쑨양을 불러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이때가 6월초였습니다. 쑨양은 심장 치료 목적으로 복용했다는 사실을 밝히며 B샘플 검사를 포기했습니다. 그리고 6월15일쯤 전담코치인 장야둥과 함께 호주 골드코스트로 전격 출국했습니다. 중국 언론은 당연히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이때부터 국가체육총국, 즉 중국 정부의 지휘 관리를 받는 중국 반도핑기구와 중국 수영협회의 머리가 복잡해졌습니다. 금지약물 복용이 사실로 드러난 이상 징계를 내려야 하는데 징계가 무거울 경우 쑨양이 인천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수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쑨양이 트위터를 통해 발표한 사과문에는 징계 권한이 중국 반도핑기구에 있는 것으로 나와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중국 수영협회가 쥐고 있었습니다. 중국 수영협회는 결국 인천 아시안게임을 고려해 자격정지 3개월을 결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기간으로 치면 5월17일부터 8월16일까지였습니다. 8월16일은 인천 아시안게임 최종 명단 제출 마감 시한이었습니다.

지난 5월17일 중국 CCTV와의 인터뷰를 끝으로 쑨양은 8월17일까지 중국의 모든 언론에서 사라졌습니다. 그가 호주에서 전지훈련을 할 예정이라든지, 지금 훈련하고 있다는 기사는 전혀 없습니다. 골드코스트 마이애미 수영클럽에서 2개월 동안 훈련한 쑨양은 공교롭게도 자신의 징계 마지막날인 8월16일 저녁에 베이징 서우두 공항을 통해 귀국했습니다.

그리고 이틀 뒤인 8월18일 중국 <난징신보> 기자와의 인터뷰를 시작으로 언론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쑨양이 만약 B샘플 조사를 요청했으면 최장 40일이 다시 걸리기 때문에 호주 전지 훈련과 아시안게임 출전이 거의 불가능했을 겁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언론에 노출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예 B샘플 조사를 포기하고 호주로 급거 출국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지금 최대 논란은 쑨양이 인천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자격이 있느냐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중국 수영대표팀의 쉬치 감독은 "우리는 종합적인 성적을 따져 아시안게임 출전 선수를 선발했다. 지난 5월 중국수영선수권뿐만 아니라 2013년 성적을 참고했다"고 해명했습니다.

또 중국 신문인 <신문화보>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OCA가 중국 반도핑기구의 발표 이후 쑨양의 금지약물 복용 사실을 알았다"며 OCA는 쑨양을 처벌할 계획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신문에서 OCA 대변인은 "인천 아시안게임 도핑테스트에서 아무런 양성 반응이 나오지 않았다. 우리는 줄곧 깨끗한 대회를 주장했고 금지약물 복용에 철저히 반대했다"고 강조했습니다.

OCA 대변인은 "OCA는 중국올림픽위원회의 입장 표명 이전에 어떤 발표도 하지 않겠다"며 "중국 수영협회와 국제수영연맹(FINA)이 처벌하는 것은 그들의 소관"이라고 밝혔습니다. 결국 쑨양이 획득한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아무 문제가 없다는 주장입니다. 쑨양은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자유형 400m와 1,500m, 계영 400m 우승으로 금메달 세 개를 목에 걸었습니다. 박태환은 쑨양이 금메달을 딴 자유형 400m와 계영 400m에서는 동메달을 차지했고 자유형 1,500m에서는 4위에 머물렀습니다.

그럼 쑨양의 금지 약물 논란은 완전히 끝난 것일까요? 남은 변수는 단 1가지 밖에 없습니다. 세계 반도핑기구(WADA)가 중국측이 보고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거나 또는 쑨양에게 내려진 징계가 너무 가벼웠다고 판단할 경우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할 수 있습니다.

만약 스포츠중재재판소가 이 제소를 받아들여 자격정지 2년의 중징계를 내리면 쑨양의 2016년 리우 올림픽 출전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스포츠 전문가들은 쑨양이 별도의 징계를 다시 받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지만 리우 올림픽 출전권 박탈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권종오 기자 kj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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