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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NEWS&VIEW] '黨 간판' 지키려… 꼬리 자르고 말 바꾼 통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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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否定(부정)한 통진당 "민노당 때 사건과 우린 無關(무관)"]

-憲裁 최종변론 살펴보니

"이석기 사건은 개인 행위" 선 긋고 "민노당 활동 우리와 무관" 자기부정

"민노당 때 발생한 김선동·일심회로 우릴 얽는건 연좌제 금지에 어긋나" 강변

애국가도 안 부르던 통진당 '우리 헌법' '대한민국' 최종 진술서 수십차례 언급

지난 25일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에 대한 위헌(違憲) 정당 해산 심판 사건 마지막 공개 변론에서 이정희(45) 통진당 대표와 대리인이 "정당 해산 청구를 기각해 달라"고 주장했지만, 전문가들은 "'통합진보당'이라는 다섯 글자 간판을 유지하기 위해 앞뒤가 맞지 않는 변명으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헌재 마지막 공개 변론에서 통진당은 우선 통진당의 뿌리이자 전신(前身)인 민주노동당을 부정하고 나섰다. 통진당은 "민노당의 목적과 활동은 이 사건 심판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노당 시절 발생한 강태운 사건, 일심회 사건, 6·15 소풍 사건, 김선동 의원 사건 등은 심판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했다. 통진당 대리인은 "(민노당 때 발생한 각종 간첩 사건이나 국회 최루탄 투척과 같은 불법행위를) 심판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은 연좌제(緣坐制) 금지 원칙에 위반돼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2000년 창당한 민노당은 2011년 12월 다른 진보 정당을 흡수하면서 통합진보당으로 합쳐졌고, 2012년 총선 당시 비례대표 부정 경선 등을 거치면서 사실상 과거 민노당으로 돌아갔다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는 "민노당 시절 이적 행위를 했던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 통진당에 들어온 상황에서 연속성을 부정하는 것은 자기 역사 부정(否定)"이라며 "연좌제 운운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통진당의 이런 자기 부정은 민노당 시절의 간첩 사건이나 불법행위와 선을 긋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선일보

통진당 측 최종 변론에서는 당원들의 국가보안법 위반 등 일탈 행위는 당과 무관하다는 식의 '꼬리 자르기'도 보였다. "북한 지령과 관련된 당원들은 일심회, 왕재산 사건 등 전체 당원 중 극소수에 불과하고, 이들 역시 당의 지도부나 실질적 간부도 아니어서 통진당 활동으로 볼 수는 없다"는 식이다.

25일 진행된 최종 변론에서 통합진보당 측은 핵심 간부들의 연방제 통일과 이적 활동에 대한 옹호 발언도 개인 차원의 발언이지 통진당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는 식으로 주장했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독일 공산당도 통진당과 같은 주장을 했지만 독일 헌재는 '당원들의 민주적 기본 질서 위배 행위는 당 전체 행위'라며 정당 해산을 결정했다"며 "통진당이 당원 개개인의 불법행위를 개인 문제로 돌리는 것은 스스로 위헌 정당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통진당은 또 이석기 의원 내란 음모·선동 사건에 대해 "내란 선동이 (유죄로)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통진당의 조직·재정·활동과 무관한 행사에서 발언한 이석기·김홍열 두 사람의 개인적 행위에 불과하다"고 했다. 통진당은 이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와 법원 항소심 선고 전까지만 해도 '정세 강연회'이자 '당 행사'라고 주장해오다 항소심 재판부가 비밀 혁명 조직으로 'RO'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자 당과는 무관한 개인적 행위로 축소해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 결과 지난해 5월 12일 서울 마포구 마리스타 모임에 참석한 140여명 중 통진당 소속 의원과 보좌관, 중앙위원 등 주요 공직·당직자가 89명이었다. 김상겸 동국대 교수는 "통진당이 이석기 의원을 자격 정지시키거나 제명하기는커녕 거꾸로 변론하고 지원한 것은 통진당이 이 의원을 비호한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이정희 통진당 대표는 '꼬리 자르기'를 넘어 '국가정보원의 용공(容共) 조작 사건'으로 몰고 갔다. 그는 "국정원의 위법한 정당 사찰의 결과 만들어낸 내란 음모 조작 사건이 무죄 판결을 받았는데도 정당 해산 청구를 철회하지 않는 건 정부 스스로 민주주의와 헌법 질서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이 서울고법에서 내란 선동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9년을 선고받은 부분은 언급하지도 않았다.

통진당은 법원 판결조차 인정하지 않으면서 사실을 외면하는 모습도 보였다. 반국가 단체로 규정된 민혁당 잔존 세력이 민노당과 이후 통진당을 장악했다는 정부 측 변론에 대해 "민혁당 사건은 1990년대 초중반에 일어난 일로 관련자도 '과거 공안 사건'일 뿐이고, (민혁당 총책이었다가 전향한) 김영환의 일방적 진술이어서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석기 의원은 민혁당 경기남부위원장으로 활동한 혐의로 실형이 선고돼 복역했다. 당시 판결문에는 같은 당 이상규 의원도 민혁당 수도남부지역사업부를 맡은 것으로 나온다. 통진당은 또 "2012년 통진당 분당(分黨)의 발단은 총선 과정에서 발생한 비례대표 부정투표 '의혹'"이라고 주장해 이미 지난해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이 난 사건까지도 '의혹'으로 폄하했다. 방희선 동국대 교수는 "대법원 판결까지 '의혹'으로 보는 것은 사법 제도를 불신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민노당에 함께 몸담았던 정의당 관계자들이 통진당의 실세 그룹으로 꼽는 '경기동부연합'에 대해 통진당은 "조직적 실체가 있는 것은 전혀 아니며, '운동권 동창회' 정도의 모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통진당은 그동안 당 공식 행사에서 애국가 제창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이정희 대표는 30여분 이어진 최종 진술에서 '우리 헌법' '헌법에 대한 신뢰' 등 헌법이라는 단어를 30차례 이상 언급했고, '대한민국'이라는 단어도 10여 차례 언급했다. 두 단어 모두 통진당 강령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또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통진당이 강제 해산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국민도 소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조선일보

TV조선 화면 캡처


[전수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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