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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재수·삼수해서라도 군대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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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난 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서울부사관장교교육원에서 취업준비생들이 군 시험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 24일 오후 4시께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서울부사관장교교육원. 여느 학원 강의실과 똑같지만 뒤편에는 매트리스와 팔굽혀펴기 철봉이 설치돼 있다. 50분 수업이 끝나면 휴식시간 동안 짝을 맞춰 윗몸일으키기 연습을 한다.

군 입시학원이지만 60명 남짓이 들어갈 수 있는 강의실엔 반 이상이 여자다. 수강생인 이 모씨(27)는 “사기업에 3년간 다녀보니 군인만큼 안정적인 직업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나처럼 직장을 다니다 온 사람도 쉽게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수강생 안 모씨(27)는 “군 시험이라 쉬울 줄 알았는데 두 번이나 낙방했다”며 “군대도 대충해서는 갈 수 없는 시대”라고 푸념했다. 군 입시학원은 이 학원을 제외하고도 주변에 3개나 더 있었다.

군 관련 가혹행위와 성문제가 연일 터져나오고 있지만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군대가 취업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군 입시학원이 지방 대도시에 분점을 낼 정도로 호황일 뿐만 아니라 직업군인 관련 선발 경쟁률, 장기복무 지원율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26일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 4월 육군이 모집한 학군장교(ROTC)에는 2만여 명이 몰려 6.09대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했다. 2010년 2.54대1에 비해 크게 높아진 수치다.

ROTC는 대학교 3, 4학년에 군사 수업과 훈련을 받고 졸업 후 소위로 임관하는 제도로 육군 장교의 대다수를 차지한다.

장교뿐만 아니라 부사관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부사관 지원 경쟁률도 2011년에 1.4대1에서 지난해 2대1로 높아지는 추세다. 심지어 장교로 전역하고 부사관에 지원하는 사람도 꽤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장기복무 지원율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군 장기복무 지원율은 5대1로 최근 5년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복무 연장 지원율도 3.02대1로 이도 최고치를 기록했다. 장기복무는 군에서 10년 이상 있을 수 있는 제도로 속칭 ‘군에 말뚝을 박는다’고 표현한다. 복무연장은 필수 복무기간에 추가해서 1년에서 최대 4년까지 복무기간을 연장하는 제도다.

이처럼 군인이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진 것은 몇 년째 지속되는 취업난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하반기 공채가 끝나가는 가운데 대다수의 기업은 과거보다 선발 인원을 축소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군처럼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곳이 없다는 것이 지원하는 젊은이들의 생각이다. 취업준비생 박 모씨(27)는 “예전엔 군대에 간 또래 친구들이 장기복무를 한다고 하면 말리거나 불쌍하게 쳐다봤지만 지금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며 “어렵게 취업해서 계속 치열한 경쟁을 하느니 의식주 걱정 없이 군 생활을 하는 게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송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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