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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희귀병 쌍둥이 치료법 8년 만에 찾은 '위대한 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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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헴펠 가족의 기적 화제

원인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희귀병을 앓는 자녀를 위해 직접 치료법을 찾아낸 부부의 8년간의 노력이 전 세계에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

세계일보

크리스(왼쪽)·휴 헴펠 부부가 지난 9월 두 딸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CNN 제공


25일(현지시간) 미국 CNN에 따르면 사연의 주인공은 미국 네바다주에 사는 크리스, 휴 헴펠 부부다. 같은 회사에서 마케팅과 홍보를 담당하며 만난 이들은 2004년 쌍둥이 딸 애디슨과 캐시디를 낳았다. 행복도 잠시, 두 딸은 2살이 되던 해 ‘니만피크병’ 진단을 받았다. 니만피크병은 유전자 이상으로 콜레스테롤 생성·처리 과정 등에 문제가 발생해 신경장애로 이어지는 희귀병이다. 기억과 지능장애 등의 증상 때문에 ‘소아형 치매’로 불린다. 인구 10만명당 1명꼴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약학·화학에는 문외한이었던 부부는 치료법을 찾기 위해 온갖 의학논문을 뒤지기 시작했다. 연구는 산 넘어 산이었다. 텍사스남서부의과대 연구진이 당(糖)의 일종으로 식품첨가제 등에 쓰이는 ‘사이클로덱스트린’이 쥐 실험에서 효과를 나타냈다는 논문을 발견한 이들은 이를 구해 음료수에 섞어 딸들에게 먹였다. 증상이 다소 나아지긴 했지만 기대에는 못 미쳤다. 다시 연구에 매달린 끝에 주사를 통해 신경계에 주입하는 것이 효과적임을 알아냈다. 또 한 향진균성약에 이 물질이 첨가된다는 정보를 찾아내면서 안전성도 확보됐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로 부부는 사이클로덱스트린을 딸의 척수에 주사했다. 차도는 분명했다. 아이들은 다리 힘이 생겼고, 잃었던 청력도 일부 되찾았다. 폐질환 등 니만피크병으로 인한 합병증에서도 벗어났다. 부부는 더 나아가 관을 삽입해 직접 뇌에 물질을 전달하는 수술을 올해 초 실행에 옮겼다.

현재 미 국립보건원(NIH)은 척수를 통한 사이클로덱스트린 주입만을 허용하고 있다. 미국을 포함해 브라질, 스페인, 일본 등에서도 니만피크병 환자들이 이 치료법을 이용하고 있다.

헴펠 부부는 “우리의 연구는 계속되고 있다”며 “딸들이 바깥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 등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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