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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스타벅스 다이어리가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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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7만~8만원어치 스티커 17장 모아야

“작년 2배 속도 소진” 반응 뜨거워

온라인에서 스티커 따로 판매도


커피를 7만~8만원치 마셔 스티커 17장을 모아야 한다. 두달이라는 기간 한정도 있다. 그래서 받는 것은 스타벅스 로고가 세겨진 다이어리다. 2만7500원에 매장에서 팔기도 하지만 90%가 스티커 모으기를 택한다. ‘연말’ 하면 떠오르는 대표 연례 행사인 스타벅스의 다이어리 이벤트다. 이번이 11년째 행사인데 올해 반응이 가장 뜨겁다. 역대 최대인 38만개를 제작했는데 지난해 2배 속도로 소진되고 있다고 스타벅스는 밝혔다. 그냥 살 수도 있는 다이어리를 받기 위해 소비자들은 왜 수고로움을 감수할까?

2004년 시작된 이 행사는 크리스마스 시즌 음료 3잔을 포함해 총 17잔의 음료는 11월~12월 두달 사이 마시면 다이어리를 증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한정된 수량의 사은품을 한정된 기간 안에 주어진 미션을 완료해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시즌 음료는 5600원~5800원으로 비싼 편이다. 지난해 종이 스티커에서 모바일 앱을 통한 온라인 스티커로 바뀌었는데 친구끼리 선물할 수 있는 기능을 이용해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 등에서 스티커 하나당 1000원대에 판매되는 경우도 있다. 커피에 취미가 없거나 잦은 복용이 부담스러운 이들이 스티커를 모으기 위해 택하는 방식이다.

화제가 되자 다른 커피전문점들도 나섰다. 할리스커피는 지난해부터 같은 형태의 다이어리 이벤트를 시작했다. 스타벅스에 비하면 3분의1 정도만 소비하면 된다. 시즌 음료 1잔을 포함해 총 5잔의 음료를 마시면 2만4000원짜리 다이어리를 준다. 할리스커피 쪽은 “고객들 부담을 감안해 5잔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카페베네와 투썸플레이스도 비슷한 행사를 한다. 엔젤리너스는 2011~2012년 다이어리 행사를 하다가 지난해부터 접었다. “따라하기식보다는 우리만의 이벤트를 하자”는 게 중단 취지다.

대부분 커피전문점들이 같은 이벤트를 하지만 화제의 대상은 단연 스타벅스다. 유독 충성도가 높은 고객층과 ‘스타벅스를 마시는 사람’이라는 이미지 마케팅 덕분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업체들이 우후죽순으로 다이어리 행사를 따라하고 있지만 스타벅스 브랜드의 힘이 워낙 커 계속 이슈의 중심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한국 지사에서는 현지화 전략까지 보태고 있다. 전세계 지점 중 한국에서 올해 처음 시작한 ‘콜 마이 네임’ 서비스가 그 예다. 스타벅스 멤버십에 가입한 뒤 별명을 등록하면 매장에서 스타벅스 직원이 커피를 내줄 때 ‘아메리카노 주문하신 고객님’ 대신 별명을 불러준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주문받을 때 이름을 물어보고 매장에서 이름을 부르는데, 우리나라는 이를 꺼려하는 문화가 있어 별명 등록제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커피빈’, ‘카페베네’와 같은 경쟁사 이름이나 ‘이명박 아웃’과 같은 정치적인 표현, 비속어 등은 등록이 거부된다.

다이어리 행사도 ‘충성도’ 마케팅에 현지화가 결합된 사례라는 게 스타벅스의 설명이다. 스타벅스 본사가 있는 미국 등에서는 이런 이벤트가 없고 한국과 같은 뜨거운 반응으로 이벤트가 10여년 지속된 것도 드문 사례라고 스타벅스 코리아 쪽은 밝혔다. 올해 외국에서는 필리핀이 같은 이벤트를 한다. 시즌 음료 9잔을 포함해 총 18잔을 마셔야 다이어리를 준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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