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3 (화)

카드할인 40% 여전…‘도서정가제 효과’ 아직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대형온라인서점 매출 소폭 하락

시행 직전 할인행사 여파인듯

구간 정가 재조정 신청 2993종

출판사 서점 공급가 조정이 ‘관건’


“생각보다 차분한 것 같다.”

새 도서정가제 시행 닷새가 지난 26일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남진수 사무처장은 정가제 시행 전후의 출판도서시장 변동은 예측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며 “아직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고 했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도 “큰 변화는 없었다. 그건 새 정가제 자체가 애초에 충격을 줄 정도의 변화를 담고 있었던 건 아니기 때문”이라면서도 “향후 더 나은 정가제로의 변화를 위한 발판을 일단 마련한 것 같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교보문고 서울 광화문점은 시행 나흘간의 책 판매권수가 그 전 달(10월) 대비 오프라인은 평균 94.7%, 온라인쪽은 85.7%로 좀 낮아졌다. 교보문고는 이에 대해 “새 정가제 시행을 앞둔 대형 할인행사 등의 여파로, 시행 뒤 서서히 평소 수준을 회복해 가고 있다”고 밝혔다. 매출금액도 전달에 비해 평균 96.7%(오프라인), 94.9%(온라인)로 조금 떨어졌으나 주문건수에 견줘 하락폭이 적었다.

대형 온라인서점 예스24는 주문건수는 전년 대비 평균 10% 정도 줄었으나 매출액은 2% 줄었다고 밝혔다. 예스24 관계자는 “베스트셀러 20위까지의 도서매출은 새 정가제 시행 직전 상황에 비한다면 80%나 줄었지만, 며칠 지난 지금 신간이 다시 베스트셀러 1위로 올라오는 등 평소 수준을 회복해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 동안 정가제 적용을 받지 않았던 초등 학습참고서 등의 판매에서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아온 동네서점들은 새 정가제 시행에 큰 기대를 나타냈으나, 아직 뚜렷한 변화는 감지되지 않는다. 양수열 한국서점조합연합회 정무위원장은 “여전히 기대를 갖고 지켜보는 중”이라고 했다. 양 위원장은 출판·서점과 소비자단체, 진흥원이 함께 모이는 27일 협의회에 지난 19일 업계 자율결의 때는 불참했던 학습자료협회 쪽도 참석해 거품 빼기와 정가인하 등 소비자 후생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간의 정가 재조정 허용에 따라, 시행일까지 진흥원에 접수된 정가 재조정 신청 도서는 2993종이며, 이들 책의 평균 인하폭은 57%로 집계됐다고 이상현 진흥원 출판유통팀장은 밝혔다. 이 팀장은 “원래는 새 정가제 시행 이후 신청을 받아야 했으나 업계쪽 요청으로 시행 2개월 전부터 신청받을 수 있도록 한 ‘특별 재정가’ 대상도서들”이라며, 신청과 공표 등에 2개월이 걸리는 구간 재정가 신청이 앞으로는 더 많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정가를 내릴 경우 출판사와 인세 계약을 한 저작권자가 가장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박익순 한국출판저작권연구소장은 “정가 재조정은 신청과 공표 절차를 거쳐야 하고, 깔아 놓은 책들을 일단 수거해야 하는 등 작업이 번거롭고 비용도 만만찮은데다, 정가를 내리면 실제 수입이 줄고 회사 이미지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어 재고처리 압박 등의 요인이 없는 한 출판사들이 괜찮은 책들의 정가를 쉽게 내리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우려했던 대로 최대 40%까지 할인하는 카드사와의 제휴 할인이 새 정가제 시행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아직 그 정도가 심하진 않지만 그런 구멍이 뚫려 있다는 건 새 정가제의 큰 약점이라며 또 다른 법 개정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익순 소장은 “출판사의 서점 공급율 조정이 재정가 문제보다 더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새 정가제 성패가 거기에 달렸다고 말했다.

한승동 기자 sdhan@hani.co.kr

공식 SNS [통하니] [트위터] [미투데이] | 구독신청 [한겨레신문] [한겨레21]

Copyrights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