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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내 몸을 위한 삼시세끼 | 탄수화물 제로에 도전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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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달력도 어느새 두 장만을 남겨놓았다. 새해 목표마다 다이어트라는 단어를 써놓고 연말엔 체중의 증가가(감소 역시) 없다는 것에 자기 만족했지만, 매년 이렇게 보낼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래서 조금은 독한, 그리고 엄격한 일주일에 도전했다.

시티라이프

겨울에 접어들자 몸이 저절로 지방을 축적하기 시작했다. 결국 하루 식사량을 줄이고, 미란다 커의 뒤꽁무니라도 쫓고 싶어 저녁 식사를 토마토 주스와 군고구마로 버티며 일주일 중 2~3회 유산소 운동을 이어갔다. 그런데 이상했다. 1, 2주가 지나도 체중 감량이나 사이즈의 뚜렷한 변화는 없었고, 오히려 아침에 일어나면 얼굴이 붓기까지 했다. ‘근육량이 늘어서’라는 것은 이유가 되지 않았다(인바디에서 굴욕적인 숫자를 봤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의외로 답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책상 서랍엔 원고가 막힐 때마다 손이 가는 과자들이 있었고, 일주일 중 하루는 술을 즐기며, 심지어 플레인 요거트처럼 식사를 대체했던 음식들이 하나같이 칼로리는 낮아도 당질은 생각보다 높았던 것이다. 그렇다. 나는 탄수화물 중독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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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좋은 탄수화물 VS 나쁜 탄수화물?

탄수화물은 두 가지로 나뉜다. 그 중 하나인 ‘식이섬유’는 몸에 흡수가 되지 않기 때문에 칼로리와는 무관하다. 식이섬유를 제외한 나머지는 ‘당질’로 보는데, 섭취에 있어 주의해야 할 탄수화물은 바로 당질이다. 서점 가판대에 놓여진 각종 식습관 관련 서적은 공통적으로 나쁜 탄수화물의 섭취는 줄이고, 좋은 탄수화물의 섭취를 늘리는 당질 제한식의 중요성을 언급한다. 그렇다고 무리하게 탄수화물을 줄이면, 요요 현상이 올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하도록 한다.

건강한 습관을 위한 시작

1st Step 본격적으로 당질 제한 건강법(탄수화물 제로 다이어트)을 시작했다. 신데렐라를 위한 ‘비비디 바비디 부’ 주문처럼 내가 피해야 할 정제된 탄수화물 세 가지를 머릿속에 끊임없이 되새겼다. ‘쌀, 밀가루, 설탕… 쌀, 밀가루, 설탕’ 평소 집에선 현미와 보리, 적두 등을 섞은 잡곡밥을 먹고, 회사 식당 내에서는 쌀밥과 잡곡밥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적어도 나에게 밥은 중요 사항이 아니었다. 하지만 간과하고 있던 점은 내가 냉면 성애자인 존박에 버금가는 막걸리 성애자라는 사실이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당질 제한 건강법에 있어 술은 금지식품이 아니지만 종류에 따라 피해야 할 것이 있다. 맥주나 화이트와인, 막걸리 같은 양조주는 당질의 함유량이 높아 안주 없이 먹어도 살이 찌기 쉽다. 당질 제한 건강법을 실행 중이라면 술은 위스키, 브랜디, 소주와 같은 증류주를 먹는 편이 좋다.

막걸리를 끊고, 그 밖에도 초콜릿, 과자, 탄산음료, 빵 등은 철저히 멀리했다(막걸리, 밀가루, 설탕… 막걸리, 밀가루, 설탕). 인간이란 본래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어지지 않는가. 당질 제한 건강법 실행 초반 금지 식품을 생각하다 보니 저절로 식욕은 오르고 입 안엔 허전함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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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nd Step 출근 이후 식사를 대체할 음식을 찾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외부에서 먹는 음식 중 탄수화물 식단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점심과 저녁식사를 외부에서 사먹는 것을 최대한 피했다. 식사를 대신할 고구마를 싸오고, 과자 대신 고구마 말랭이를 구매했다(고구마는 열량이 높지만 혈당지수(GI지수)가 낮아 적은 양에도 포만감이 든다). 고구마는 한 끼당 1~2개 정도 섭취하면서, 간식으로 소량의 말랭이를 커피와 먹자 생각보다 든든한 오후를 보낼 수 있었다. 카페에서 샐러드를 먹거나 구운 계란으로 때우기도 했지만 질리기에도, 지치기에도 쉬운 메뉴였다. 최소한의 식도락은 만족시키기 위해 인터넷에 저탄수화물 가게를 검색하자, ‘역삼동 굿밀 샌드위치’가 눈에 들어왔다. 가게는 무방부제, 무색소, 무글루텐, 무유화제, 착한 탄수화물(100% 통밀빵)을 콘셉트로 내세우고 있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바로 이곳으로 향했다. 샌드위치는 햄이나 마요네즈 같은 흔한 재료 없이도 닭가슴살과 새우, 구운 채소 등이 수제 소스와 만나 느끼한 뒷맛 없이, 깔끔한 통밀의 장점을 살리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큰 제한 없이도 다이어트를 할 수 있다는 만족감과 함께 점심을 이어갔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당질 제한 건강법을 실천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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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은 고작 일주일이었다. 하지만 짧은 기간에도 생각보다 다양한 변화를 가져왔다. 일단 가장 눈에 보이는 긍정적인 결과는 체중의 감량이다. 아침 공복에 측정하는 몸무게는 전날 운동의 유무에 따라 조금씩 달랐지만, 고정적으로 1~1.5kg 감소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음식 섭취량이 줄었지만 그에 대비해 포만감이 늘어났고, 내 몸을 위해 깐깐하게 식단을 고르는 습관을 기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물론 허기짐에 익숙해져 식곤증이 줄거나, 단 것을 찾는 횟수가 뜸해졌다는 것도 장점이 될 수 있다.

<탄수화물은 독이다>의 저자이자 의사인 에베코지는 ‘당질을 적게 먹는 당질 제한식이야말로 인류 본연의 자연스러운 식사법’이라고 이야기한다. 단기간에 걸쳐 내 몸에 맞는 자연스러운 식습관을 찾아가는 길이 염려했던 것보다는 힘든 여정이 아니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변화는 몸도 마음도 지치게 한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이 있듯 조금은 천천히 가보자는 생각에, 한동안은 미니 당질 제한법(세 끼 중 한 끼만 당질 제한식을 하는 것. 하루에 한번은 밥, 밀가루, 설탕이 든 주식을 먹지 않는다)을 이어가 볼 생각이다.

[글 이승연 기자 사진 이승연, 포토파크, 교보문고 참고자료 도서 <탄수화물은 독이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455호(14.12.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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