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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A매치 제로, K리그가 키운 ‘단신 GK’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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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스포츠) 임성일 기자 = 오는 12월1일 열리는 ‘2014 K리그 대상’ 개인상 부문 후보들이 발표됐다. MVP는 이동국(전북)과 차두리(서울), 산토스(수원)의 3파전이고, 감독상은 최강희 감독(전북)과 서정원 감독(수원), 최용수 감독(서울)이 다투고 있다. 영플레이어상은 포항의 김승대, 전북의 이재성 그리고 전남의 안용우 등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들이 경합을 벌인다.

이와 함께 포지션별 최고의 활약을 보인 베스트11 후보군도 발표됐다. GK-DF-MF-FW 부문으로 나뉘어 2014시즌을 빛낸 별들을 가릴 예정이다. 이중 특별한 관심이 집중되는 곳이 골키퍼다. 상대적으로 스포트라이트와는 거리가 먼 포지션이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베스트 GK 후보는 3명이다. 챔피언 전북의 권순태를 비롯해 포항의 신화용 그리고 울산의 김승규다. 근래 가장 ‘핫’한 수문장들로, 세 선수 모두 K리그가 키워낸 수문장이라 칭해도 무방할 이들이다. 해외에서 뛰지 않은 이력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소위 ‘대표팀 프리미엄’을 받지 못하고 순수하게 K리그에서의 활약을 통해 톱클래스로 올라섰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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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당 0.55실점이라는 철벽방어를 선보인 권순태(사진)을 비롯해 신화용과 김승규 등 K리그가 만든 골키퍼들이 2014년 좋은 활약을 펼쳤다. © News1 DB


가장 돋보이는 선수는 역시 권순태다. 현역에서 물러난 최은성 골키퍼의 바통을 받은 전북의 권순태는 올 시즌 정규 리그 33경기에 출전해 불과 18골만 허용했다. 경기당 0.55골만 내준 철벽방어였고 이 부문 단연 1위다. 군에서 제대했던 지난 시즌의 기록이 8경기 17실점이었다. 그야말로 일취월장이다.

지난 시즌 포항의 시즌 더블을 견인하고도 김승규에 밀려 아쉽게 GK상을 수상하지 못했던 신화용은 올해도 31경기에서 29골만 내주는 맹활약을 선보였다. 경기당 0.96실점으로 지난해의 33경기 31실점과 엇비슷한 수준이다. 역시 ‘재야의 고수’다웠다.

김승규 역시 이름값이 아깝지 않았다. 대표팀 일정을 오가면서 28경기에 나서 27실점을 기록했다. 지난해의 화려한 비상에는 다소 미치지 못하지만 상대적으로 허술했던 올 시즌 울산의 경기력을 감안한다면 김승규의 고군분투도 박수가 아깝지 않다.

세 선수는 공통점이 있다. 일단 언급했듯 ‘메이드 인 K리그’라는 점이다. 대표팀 이력이 미미하다. 권순태와 신화용은 전혀 없다. 두 선수 모두 A매치 기록이 ‘0’다. 권순태는 그나마 2012년 초 대표팀에 소집된 적이 있다. 호출은 있었다. 하지만 신화용은 부름조차 받지 못했다. 지난 11월 중동 2연전을 앞두고 슈틸리케 감독이 예비 엔트리에 넣었을 뿐이다.

김승규도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급부상하기 전까지는 대표팀과 인연이 없었다. 아직 A매치 기록이 10회(9경기)를 넘지 못했다. 김승규 역시 K리그에서 먼저 ‘뜨고’ 대표팀에서 입지를 다진 케이스다. 세 선수 공히 K리그가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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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의 신화용(사진)은 182cm이고 권순태는 184cm다. 골키퍼 치고는 단신이다. 남들보다 더 많은 노력이 지금의 그들을 가능하게 했다. © 포항 스틸러스 제공


공통점은 또 있다. 골키퍼 치고는 ‘단신’이라는 점이다. 프로축구연맹에 등록된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신화용은 182cm이고 권순태는 184cm다. 이범영(195cm), 김진현(192cm), 정성룡(190cm) 등 최근 주목받는 골키퍼들에 비하면 작다. 김승규(187cm)는 그나마 장신이다.

아무래도 신장이 중요한 포지션인 것을 감안한다면 작은 키는 ‘핸디캡’에 가깝다. 하지만 권순태나 신화용은 그 단점을 장점으로 바꾸었다.

한 축구인은 “신화용의 키가 5cm만 더 컸어도 골키퍼 판세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하면서도 “하지만 더 컸다면 지금과 같은 반사 신경을 줄어들 수 있었다”는 뜻을 전했다. 전북의 최은성 코치 역시 “동물적인 감각은 순태나 화용이가 단연 돋보인다”는 말로 작은 키(?)가 오히려 도움이 됐다는 견해를 전한 바 있다.

결국 보이지 않는 ‘노력’들이 지금의 권순태와 신화용과 김승규를 만들었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신체조건이 좋은 골키퍼가 빠른 움직임을 갖는 것이 유리한 것은 상식선에서 당연한 일이다. 그들을 이기기 위해 땀을 더 흘린 덕분에 베스트 GK 후보에 오를 수 있었다. ‘대표팀 프리미엄’ 없이 K리그가 키워낸 ‘단신 GK’의 반란은 그래서 더 의미가 있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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