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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49층 첨단 新청사 건설… 日 지자체가 들인 돈은 '0'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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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도요시마 구청, 세금 한 푼 쓰지 않는 새 모델 고안]

건설社에 구청 토지 50년 임대… 청사와 임대아파트 함께 지어

건설사, 임대료로 공사비 충당

도치기市는 망한 백화점 건물을 공짜로 받아 수리후 新청사로 써

일본 도쿄 이케부쿠로(池袋)역 인근에서는 지상 49층 규모의 고층 건물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내년 5월 완공하는 도요시마(豊島)구청 신청사다. 첨단 내진(耐震) 설계와 태양광 발전시설을 갖춘 고가(高價) 건물로, 한국 같으면 당장 '호화 청사'와 '예산 낭비' 문제가 제기될 법하다. 그러나 도요시마구청은 '민관(民官) 합동개발'을 통해 구민 세금 한 푼 들이지 않았다. 도요시마구청은 1996년부터 기존 청사가 낡고 비좁아 청사 신축을 추진했다. 하지만 당시 870억엔이 넘는 부채로 신청사는커녕 파산할 형편이었다.

조선일보

구청은 직원을 900여명 줄이는 구조조정을 통해 부채 감축에 성공했고, 2010년 아이디어를 짜내 신청사 돌파구를 찾았다. 구청 소유 토지를 건설업체에 50년간 임대하고, 청사와 임대아파트를 함께 짓는 '주관(住官) 복합' 방식이었다. 건설회사는 아파트 임대 수익으로 공사비를 충당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신청사 건물 1~2층은 주민을 위한 모임·전시 공간, 3~9층은 구청 업무를 보는 청사, 10층은 옥상정원, 11~49층은 임대 아파트가 입주한다.

일본에선 1960~1970년대 지은 각 지방자치단체의 노후 청사 재건축이 본격화되고 있다. 하지만 빚을 내서 폼 나는 신청사를 짓기보다는 민관 합동개발이나 민간 건물 재활용을 통해 재정을 최대한 아끼고 있다.

도치기현 도치기(�木)시청이 지난 2월 입주한 신청사는 겉보기에는 백화점이다. 실제 이 건물은 2010년 고객 감소로 문을 닫은 백화점이다. 주변 주민들은 상권 쇠퇴를 우려, 도치기시에 백화점 인수를 요구했다. 시청은 고민 끝에 예산 절감과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해 백화점을 신청사로 결정했다. 백화점은 건물을 무상 양도했고 시청은 29억엔을 들여 내진 설비를 보강하는 개·보수를 했다. 토지비를 제외하고도 통상 신청사 건설 비용의 절반만 들었다. 청사 1층에는 도부(東武)백화점을 유치했다. 건물 현관에는 도부백화점과 시청 간판이 함께 붙어 있다. 도치기시는 백화점으로부터 임대료도 받고, 이곳에 지역 특산품을 판매하는 특설 코너도 마련하게 됐다.

미야기(宮城)현 이시노마키시가 2010년 입주한 신청사도 텅 비어 있던 백화점 건물이었다. 2005년 6개 마을을 통합하면서 통합청사 신축을 추진하던 이시노마키시도 재정 절감을 위해 문 닫은 백화점을 인수했다. 6층에 있던 영화관을 개조해 시의회 회의장으로 만들었고 기존에 있던 에스컬레이터도 대부분 재활용했다. 1층에는 수퍼, 미용실 등 상가가 입점해 있다. 임대 수익만이 목적이 아니다. 주민들이 행정기관을 찾을 때 쇼핑도 함께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 사례들이 알려지면서 거액을 들여 신청사를 추진하던 다른 자치단체들도 '돈 적게 드는 청사 마련'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도쿄=차학봉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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