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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독자적 웨어러블 시대, 우리 손으로 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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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기어s' 개발 주역 3인방

스마트워치에 세계 최초 3G 탑재, 웨어러블 기기의 대중화 물꼬

삼성 OS 타이젠 적용해 호평, 국내 출시 첫날 품절현상 돌풍

해외 시장서도 관심 잇따라
한국일보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소속 사용자경험팀 김도형(맨 왼쪽) 책임과 박선연(가운데) 마케팅팀 대리, 김회택 상품전략 차장이 삼성전자 서울 서초 사옥의 딜라이트 홍보관 앞에서 손목에 ‘삼성기어s’를 찬 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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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웨어러블 시대를 열 확실한 제품이 필요하다.”

지난해 가을, 삼성전자 컨트롤타워에서 무선사업부로 내려온 주문이 처음엔 도저히 불가능한 미션으로 보였다. 산전수전 다 겪은 배테랑들에게 주어진 과제였지만, 난이도가 너무 높았다. 신제품 개발도 만만치 않은데, 독자 운영체제(OS)를 탑재하고 여기에 스마트워치란 새로운 장르에서 대중화를 성공시킨 최초의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조건이 덧붙여졌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게 다가온 부담감도 컸다. 실패할 경우, 어렵게 쌓아 온 스마트워치 시장 개척자라는 삼성전자의 위상이 크게 흔들릴 것이 확실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맨 바닥에 헤딩하는 기분이었습니다.”

24일 삼성전자 서울 서초 사옥에서 ‘삼성기어s’ 탄생의 산파 역할을 맡았던 김회택(42)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상품전략팀 차장과 김도형(35) 사용자경험(UX)팀 책임, 박선연(31) 마케팅팀 대리가 털어 놓은 1년 전 당시 소감이다.

삼성기어s는 삼성전자 야심작으로, 이달 초 국내 출시 첫날부터 초도 물량(1만대)을 모두 소진하며 품절현상을 빚는 등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소식에 해외 사업자들이 삼성기어s에 잇따라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삼성기어s의 이런 성공까지는 험난한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무엇보다 ‘스마트폰을 휴대하지 않고서는 쓸 수 없다면, 스마트워치가 왜 필요하냐’는 초기 기어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부터 해결해야 했다. “스마트워치의 사용 연결성을 확대시키지 않고선 살아남기 힘들어 보였어요. 결국, 스마트워치에도 3세대(3G) 통신 기능을 탑재시켜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지만 실현이 쉽지 않았습니다.” 김 차장의 설명처럼 삼성기어s의 핵심인 3G 통신 기능이 단말기 속으로 들어가기까지 수 많은 심야 난상토론과 시행착오가 이어졌다. 스마트폰에 주로 내장됐던 3G 통신 기능을 크기가 훨씬 작은 삼성기어s에 넣어야만 한다는 상품 기획팀의 주문과 기술상의 이를 실현하기 어렵다는 생산부서 사이의 입장 차는 접점을 찾기 불가능해 보였다. 더구나 벤치마킹을 할만한 제품 또한 없었기 때문에 더욱 힘든 작업이었다.

게다가 곡면형 디스플레이를 채택한 탓에, 디자인 부문의 UX 개발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평면 디스플레이와 기어s의 곡면형 디스플레이는 전적으로 다릅니다. 똑 같은 원이라도 평면 디스플레이와 곡면형 디스플레이에서는 각각 다르게 보이거든요. 곡면형 디스플레이를 채용한 단말기 내부 디자인 설계에는 이전 기존 평면 디스플레이에서 적용됐던 시장 조사 분석 자료가 무의미 했습니다.” 김 책임은 삼성기어s 내부 디자인 설계 과정에서 겪었던 어려움을 이렇게 떠올렸다.

여기에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이미 유통되는 OS가 아니라 삼성 고유의 타이젠 OS를 적용해 성공해야 한다는 중압감 또한 무시할 수 없었다. 구글 안드로이드를 사용해 ‘갤럭시 기어’로 2013년 9월 스마트워치 시장에 첫 발을 들여 놓은 삼성전자가 자사 OS인 타이젠을 사용한 제품이 실패했을 경우 불어 닥칠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박 대리는 “스마트워치 원조 기업인 삼성전자가 만약, 타이젠을 써서 실패한다면 삼성전자는 결국 하드웨어 기업에 머무를 수 밖에 없다는 평가를 벗어나기 힘들어진다”며 삼성기어s의 개발 과정에서 느꼈던 중압감을 전했다.

이런 우여곡절과 눈물겨운 노력은 결국 삼성기어s의 성공적인 데뷔의 밑거름이 됐다.

“오랜 산통 끝에 낳은 자식이 더 건강하다는 말이 있잖아요. 우리에겐 1년 가까운 산통 끝에 얻은 자식이 삼성기어s입니다. 이 자식이 삼성전자 독자적인 웨어러블 시대를 열어 줄 시발점이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김 차장은 손목에 찬 삼성기어s를 바라보며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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