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3 (화)

희생보단 나를 위해… 어번 그래니 늘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50, 60대 여성 생활 패턴 변화… 문화생활 누리고 모바일 쇼핑

'실버' 단어에 거부감까지… 유통·외식업계 주고객층으로
한국일보

한국일보

자신을 꾸미는 데 투자를 아끼지 않는 50대 이상 신세대 할머니를 뜻하는 '어번 그래니'가 유통, 패션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에서 한 중년 여성 고객이 모자를 써 보고 있다. 롯데백화점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경기 김포시에 사는 김모(여·63)씨는 대기업에 다니는 딸의 여덟살, 다섯살 외손주를 봐주기 위해 매일 서울을 오간다. 하지만 힘들거나 피곤한 것보다 즐거움이 크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놓고 백화점 문화센터에 들러 문학기행, 노래교실 강좌를 듣는다. 또 주 2, 3회 백화점을 들러 옷과 화장품, 식료품 등 본인을 위한 것들과 손주들 옷, 장난감을 구입해 백화점 우수고객(VIP)이 됐다. 김씨는 “주로 화려한 색상의 아웃도어 의류와 주름개선 화장품을 사러 가는데, 캐주얼하면서도 활력 있어 보이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 방이동 이현숙(여·65)씨는 최근 들어 스마트폰으로 본인의 옷, 손녀 장난감 등을 사는 재미에 빠졌다. 예전에는 백화점에서만 샀던 제품들을 모바일에서는 더욱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씨는 “백화점과 온라인몰을 수시로 체크하면서 가격이나 서비스 등을 꼼꼼하게 따져 구매하고 있다”며 “최근 할머니들 사이 주제는 해외여행과 모바일 쇼핑”이라고 전했다.

희생의 아이콘이던 할머니들이 변하고 있다. 이들은 며느리와는 거리를 두고 딸과도 독립을 추구한다. 1955년부터 1963년 인구 절정기에 태어나 산업화와 동시에 진행된 본격적인 소비사회의 출현과 성숙을 체험한 베이비붐 세대들을 주축으로 50대 이상의 멋쟁이 할머니들이 늘면서, 이들이 중요한 소비 주체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는 신세대 할머니들을 도회적이고 세련된 할머니라는 뜻의 ‘어번 그래니’로 부르고 있다.

신세대 할머니들은 일단 본인의 건강관리에 관심이 높고 여행과 운동 등 취미활동에도 적극적이다. 특히 외모와 패션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기 때문에 유통, 외식업계는 이들을 잡기 위한 제품 개발과 서비스 경쟁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온라인몰 옥션이 50, 60대 여성 고객들의 패션, 육아 카테고리 구매단가를 살펴본 결과 2011년 보다 패션잡화는 21%, 유아용품은 10% 올랐다. 화장품의 경우 구매단가는 2% 하락했지만 전체 구매자 수가 10%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젊은 세대를 겨냥해 내놓은 저가 화장품을 50, 60대가 더 자주 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평일 낮 시간 브런치(아침 겸 점심) 레스토랑의 주 고객들도 할머니들이다. CJ푸드빌의 패밀리레스토랑 빕스의 경우 50대 이상 여성 고객들이 꾸준히 늘면서 50대 이상 고객 수는 올 들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늘었다.

롯데백화점에서도 60대 이상 구매 회원수 비중과 매출이 수년 째 늘면서 이제는 각각 8%, 9.9%에 이를 정도로 주 고객층으로 떠올랐다. 특히 올 들어 대부분의 연령층에서 남성비가 늘고 있지만 60대 이상에서만큼은 여성이 77.8%를 차지하며 지난해보다 증가했다. 30, 40대들이 찾는 의류 브랜드를 방문하는 젊은 감각의 50, 60대 고객도 해마다 들어 올해는 이들이 차지하는 매출이 23%에 달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수년 전 실시한 실버마케팅 행사에 50, 60대층이 거의 응모하지 않자 그 이후 ‘실버 마케팅’이라는 단어를 아예 없앴다. GS샵은 온라인몰이지만 TV홈쇼핑처럼 고객이 원하면 전화로 상품의 상담, 주문, 결제까지 가능한 50대 이상 전용 오하우를 운영 중이다. 일 평균 방문자수는 4만명에 달하며 50대 여성이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손문국 신세계백화점 패션담당 상무는 “앞으로 자신을 가꾸는 50, 60대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화장품, 잡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50대 이상 고객들의 영향력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