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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나경원 “무상복지 재고해야” 쓴소리 … 박원순 “새누리 맞으려 빨간 넥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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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시장선거 맞수의 재회

‘빨간 넥타이’와 ‘붉은색 브로치’가 손을 잡았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박원순 시장과 새누리당 서울시당 위원장인 나경원(동작을) 의원.

두 사람이 새누리당 상징색인 ‘레드’로 정장에 포인트를 주고 24일 만났다. 박 시장은 붉은색 브로치를 단 나 의원을 보자 “새누리당 의원님들이 오신다기에 나도 빨간 넥타이를 맸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새누리당 서울시당이 예산 배분 등의 정책협의를 한 조찬간담회에서였다.

3년 전인 2011년 10월 서울시장 자리를 놓고 격전을 치렀던 두 사람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카메라를 보고 활짝 웃었다. 하지만 간담회가 시작되자 무상복지 예산 문제로 찌릿한 신경전도 벌였다.

▶나 의원=“무상급식과 무상복지는 미래 세대를 위해 당과 서울시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 도시 경쟁력의 첫걸음은 도시 안전이다. (무상 예산 대신) 서울시는 노후하수관 사업 예산 등을 증액할 필요가 있다.”

▶박 시장=“힘센 분들이 많이 와 계신데 힘을 실어주시면 좋겠다. 서울의 재정자립도가 다른 지방정부에 비해 높지만 역차별을 받는다.”

이어진 비공개 간담회에선 박 시장이 야권 차기 대선 주자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점을 의식한 듯 새누리당 의원들의 견제발언이 나왔다.

▶김성태(강서을) 의원=“박 시장을 비판한 나에 대한 보복인가. 마곡지구 준공업지역 해제가 왜 안 되나.”

▶이노근(노원갑) 의원=“서울시가 교육청에 지원하는 무상급식 예산에 대한 감사가 필요하다.”

▶신동우(강동갑) 의원=“(박 시장이 추진한) 지역 사업의 예산 확보를 열심히 도왔는데 정작 준공식엔 (야당 소속) 구청장만 초청했다.”

박 시장은 “건의한 내용을 적극 검토해 추후 보고하겠다”거나 “서울시 역시 중앙정부와 협력이 필요한 예산이나 세금 문제, 재개발 문제 등에 많은 협조를 부탁드린다”는 식으로 받아넘겼다. 양측은 모임의 정례화를 약속하고 다음 회동은 내년 상반기에 열기로 했다. 원외인 허용범(동대문갑) 당협위원장은 “서울시에 별다른 네트워크가 없는 원외 위원장들로선 지역 민원을 전할 수 있는 유익한 자리였다”고 말했다.

회동은 박 시장과 나 의원 모두에게 실(失)보단 득(得)이 컸다는 평가가 나왔다. 박 시장은 상대 당도 끌어안는 모습을 보여줬고, 나 의원은 박 시장에 대응하는 서울지역 의원의 대표 주자임을 인식시켰다는 점에서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선거전이 치열했던 만큼 앙금도 남아 있겠지만 두 사람 모두 선 굵은 행보를 했다”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이가영 기자 ideal@joongang.co.kr

▶이가영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com/ideal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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