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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구름 걷힌 현대, 나아지는 한진… 동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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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 ‘경영위기’ 현대·한진·동부그룹 재무구조 살펴보니…

현대상선·엘리베이터 빚 급감, 한진해운·대한항공 영업흑자

동부, 매각 실패로 미래 불투명

현대·한진·동부 그룹은 지난해 말 경영 위기에 빠지면서 동양그룹처럼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를 자아냈다. 하지만 세 그룹은 채권단에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하며 자구책을 내놨다. 1년이 지난 지금 세 그룹의 상태는 호전됐을까.

24일 올 3분기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현대그룹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지만 호전세가 눈에 띈다. 핵심 계열사인 현대상선의 부채비율(자기자본에 대한 부채의 비율)은 지난해 말 1186%에서 지난 3분기 801%로 낮아졌다. 현대엘리베이터는 부채비율이 652%에서 179%으로 뚝 떨어졌다. 통상 부채비율이 200% 이하면 안정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향신문

현대그룹은 택배와 물류업을 하던 계열사 현대로지스틱스를 매각(6000억원)하고, LNG 사업부문(9700억원), 부산신항 터미널 사업부문(1조2200억원)을 팔아 부채를 갚을 현금을 마련했다. 현대상선의 부채는 9개월 새 1조5400억원 줄어들었다. 최근 긴 불황에 빠져 있던 국제 해운업계의 업황이 나아지고 있는 점도 현대상선엔 호재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을 1800억원 늘리면서 부채비율을 낮췄다. 현대그룹은 현대증권 등 금융 계열사 매각도 추진하고 있어, 내년에 재무구조가 더 나아지리라는 전망이 많다.

하지만 현대상선이 여전히 영업에서 1645억원(올해 3분기 누적)의 적자를 보고 있는 것이 문제다. 현대엘리베이터는 현정은 회장의 현대상선 경영권 방어를 위해 투자한 파생금융상품으로 인한 손해가 위험요소다.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상품 만기로 생긴 손실이 328억원이고, 최근 국세청이 이 손실을 비용으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358억원의 세금을 추징당했다.

한진그룹의 한진해운과 대한항공은 올해는 3분기까지 각각 275억원, 242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지난해 나란히 영업적자를 보던 것에서 개선됐다. 두 회사 모두 기름값에 민감한데 올해 원유값이 떨어지면서 비용에서 이득을 봤다. 해운업계의 업황도 좋아졌다. 한진그룹이 지주사로 전환키로 하면서 앞으로 재무구조가 투명해질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하지만 두 회사는 갈 길이 멀다. 현재 영업이익 수준으론 이자보상비율이 각각 10%, 70% 밖에 안돼, 두 회사가 진 빚의 이자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진해운의 부채비율은 1463%에서 1255%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고, 대한항공은 부채비율이 736%에서 809%로 오히려 높아졌다.

대한항공이 자신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연이어 한진해운을 지원하면서 동반 부실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동부그룹은 동부하이텍과 동부제철 인천공장, 동부발전당진 등을 패키지로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려 했지만, 매각에 실패해 미래가 불투명하다. 동부하이텍의 부채비율이 417%에서 605%로 높아졌고, 특히 동부제철은 당진공장의 가동을 중단키로 하면서 자기자본이 1조원 이상 줄어들고, 부채비율이 295%에서 4338%로 치솟았다.

업황도 좋지 않다. 동부건설은 3분기까지 756억원, 동부제철은 577억원의 손실을 내고 있다. 동부하이텍은 영업이익을 내지만 그 돈으로 이자도 내지 못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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