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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디젤과는 차원이 다른 가솔린 엔진" 미국 고급차의 자존심 링컨 SUV 'MKC' 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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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의 링컨 디비전은 미국서 캐딜락과 더불어 럭셔리카 브랜드의 대명사로 불린다. 대통령 의전차량을 비롯해 미국 상류 사회의 유명인들이 링컨을 탔다.

경향신문

포드 링컨 소형 SUV MKC. 펼친 날개 모양의 링컨 패밀리 룩인 라디에이터 그릴이 적용됐다.


‘컨티넨탈’이 대표적인 모델이다. 미국 30대 대통령 캘빈 쿨리지와 존 F 케네디가 컨티넨달을 이용했다. 어떤 차보다 길게 뻗은 보닛은 미국의 자존심을 상징했다. 링컨은 1989년 41대 조지 부시 대통령이 취임식에 사용할 때까지 백악관 의전차로 쓰였다고 한다. 자동차의 명문가인 셈이다.

최고급 리무진을 주로 생산하던 링컨이 만든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MKC다. 유럽과 달리 휘발유값이 싼 미국에서는 6기통이나 8기통의 대배기량 가솔린 SUV를 많이 탄다. 이런 점에서 MKC는 미국과 글로벌 시장을 모두 겨냥한 전략 차종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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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C의 뒷모습. 링컨 로고와 테일램프, 머플러가 적절한 위치에 튀지 않게 자리잡았다.


소형 SUV지만 MKC도 ‘링컨’이다. 실용성을 강조한 미국 대중 SUV와 달리 디자인과 인테리어 소재에 고급스러움이 배어있다. 날개를 펼친 듯한 모양새의 라디에이터그릴은 이젠 링컨의 ‘패밀리 룩’으로 자리잡았다. 멋쟁이 신사의 잘 다듬어진 콧수염을 연상케하는 이 라디에이터그릴은 MKC가 링컨의 ‘적자(嫡子)’임을 보여주는 ‘이니셜’이다.

측면부는 평이하다. 미끈하게 빠진 유선형 보디라인이 후면부로 이어진다. 이곳에는 링컨 로고가 가로로 길게 자리잡고 있다. 로고 양 옆에는 좌우 측으로 연결된 테일램프가 배치됐다. 그 아래로 단정한 모양새의 범퍼, 타원형의 트윈 머플러가 있다.

스마트키를 소지한 채 차량 옆으로 다가가면 테일램프가 부드럽게 점등된다. 동시에 사이드미러가 펼쳐지면서 링컨 엠블럼이 스크린 역할을 하는 지면에 자막처럼 비춰진다. 많은 차들의 ‘웰컴’ 기능을 경험했지만 MKC의 기능이 가장 낭만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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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C의 센터페시아. 좌측에 변속기 버튼과 시동버튼이 배치됐다. S버튼을 누르면 스포츠모드로 전환된다.


인테리어는 다소 전위적이다. 자동변속기를 조작하는 기어 노브를 완전히 없애고, 센터페시아 왼쪽 라인에 버튼을 만들었다. 주차와 후진, 중립, 전진 버튼을 손가락으로 눌러 전환하는 방식이다. 가장 아래에 시동버튼이 배치됐다.

반대편에는 비상점멸등 스위치와 자동주차 스위치가 있다. 비상등 버튼은 가장 빠르게 누를 수 있는 자리에 만드는 것이 이상적인데,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MKC의 비상등 버튼 위치는 최선은 아닌 듯하다.

모니터 아래쪽으로는 라디오 온오프 버튼과 풍량조절, 온도조절 버튼 등이 배치됐다. 크기가 작고 가까이 붙어있어 운전 중에 조작하기가 쉽지 않았다.

시동을 걸면 가솔린엔진을 사용하는 MKC의 가치를 ‘오감’으로 느낄 수 있다. 디젤엔진과는 비교할 수 없는, 부드럽고 안정적인 엔진음이 흘러나온다. 진동도 없다. 1917년 이후 100년가량을 가솔린 엔진을 만들어온 링컨의 기술이 담긴 심장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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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C의 엔진. 2ℓ급이지만 터보차저를 장착해 243마력이 나온다.


음색은 카랑카랑한, 스포츠카 배기음 같은 소프라노 음색은 아니다. 듣기에 따라 디젤엔진과도 비슷한 사운드가 나온다. 2500~3500rpm 에서 특히 듣기 좋은 소리가 난다.

2ℓ급 엔진이지만 힘은 과거 3ℓ급 엔진을 넘어선다. 4기통에 터보차저를 장착해 최대출력 243마력, 최대토크는 37.3kg·m에 이른다. 233마력을 내는 현대차 람다 3.3 자연흡기엔진보다 마력과 토크가 높다. 가속페달을 밟는 대로 속도가 오른다. 여기에 4륜구동 방식이 적용돼 운전대를 돌리는 만큼 도로를 따라 잘 돌아준다.

변속기는 6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됐다. 이를 조작하는 버튼식 변속기는 하루 이틀만 사용하면 이내 익숙해진다. 손가락을 가볍게 누르는 것만으로 변속이 된다는 것은 큰 장점이지만 단점도 있다. 전진(D) 버튼을 누른 뒤 곧바로 가속페달을 밟으면 ‘드르륵’거리며 출발이 매끄럽지 않다. 버튼을 누르는 속도를 변속기가 따라 잡지 못하는 것이다. 변속 버튼을 누른 뒤에는 여유를 갖고 가속페달을 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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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는 넓은 편은 아니다. 골프백을 넣으려면 뒷좌석 의자를 접어야 한다.


서스펜션은 속일 수 없는 ‘미국차’다. 고속도로처럼 포장이 잘된 도로에서는 엉덩이가 이보다 편안할 수 없다. 하지만 노면이 좋지 못한 도로나 비포장로에서는 제법 요동을 친다. 최근 수입차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는 메르세데스 벤츠 GLA같은 독일산 SUV와는 다른, 약간은 소프트한 서스펜션 세팅이다.

안전 편의장치도 많다. 가장 호감이 갔던 장치는 차선 이탈 방지 시스템이다. 졸거나 먼산을 팔다 차선을 이탈하면 차가 알아서 부드럽게 차선 안으로 바퀴를 밀어넣어 준다. 의도적으로 차선을 넘을 때는 깜빡이를 켜주면 개입없이 다른 차선으로 오갈 수 있다.

도심과 고속도로를 번갈아 228.7㎞를 달렸다. 계기판에 표시된 연비는 ℓ당 7.7㎞였다. 스포츠모드와 시속 140㎞가 넘는 고속주행이 연비에 악영향을 미친 것같았다. 그러나 노래가락처럼 듣기 좋은 엔진 사운드, 부드러운 가속감, 디젤엔진의 진동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던 대가치곤 저렴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가격은 2ℓ 에코부스트 모델이 닛산 캐시카이(3050만 ~3790만원 )와 혼다 CR-V(3250만~3790만원), 메르세데스 벤츠 GLA 200 CDI(4900만원)보다 비싼 4960만원이다.

<김준 선임기자 j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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