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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이름값 못한 카레라스 vs 명불허전 도밍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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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라스 실망스런 첫날 무대 이어 둘째 날 예고 없이 공연 취소

바리톤으로 돌아온 도밍고, 열정적 무대로 갈채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관객 여러분께 안내 말씀드립니다. 호세 카레라스가 예상치 못한 감기에 걸린 점 양해 바랍니다."

테너 호세 카레라스(68)의 내한공연 첫날인 지난 22일 오후 7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본 공연에 앞서 이 같은 안내 방송이 나왔을 때 느낀 불안감은 곧 현실이 됐다.

오케스트라의 서곡 연주에 이어 무대에 등장한 카레라스는 첫 곡인 토스티의 '최후의 노래'(L'ultima canzone)부터 불안정한 목소리였다. 고음은 물론 저음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뒤이어 부른 벨리니의 '불꺼진 창'(Fenesta che lucive)도 중간 중간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서정적 음색으로 '최고의 리릭 테너'로 불렸던 전성기 때의 실력은 애초부터 기대할 수 없었지만, 오페라 무대에서 내려오고 나서도 독창회는 꾸준히 해온 그여서 더욱 실망스러운 공연이었다.

1부 9곡 중 5곡은 오케스트라 연주와 한국의 소프라노 캐슬린 김, 중국의 바리톤 리 아오가 채웠고 카레라스가 부른 것은 4곡에 불과했다.

그나마 2부에서는 두 번째 곡으로 예정됐던 쇼팽의 '슬픔'(Tristesse)은 부르지 않고 건너뛰었다. 2부에서는 상태가 다소 나아진 듯 했으나 전반적으로 시간을 채우기에 급급한 공연이었다.

이날 공연에는 카레라스를 보기 위해 2천여 명의 관객이 1층에서 3층까지 객석을 채웠다. 관람료는 11만∼44만원이었다.

카레라스는 급기야 23일 둘째 날 공연을 "건강상 이유로" 갑자기 취소했다.

사전 예고도 없이 공연 시간이 돼서야 취소된 탓에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은 헛걸음을 해야 했다.

카레라스는 2011년에도 내한공연을 일주일 앞두고 일정을 취소한 바 있다.

카레라스는 1987년 백혈병으로 투병생활을 하기도 했으나 재기해 루치아노 파바로티, 플라시도 도밍고와 함께 세계 3대 테너로 불렸다.

반면 카레라스가 공연을 취소한 시각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73)의 내한공연은 '명불허전'이라는 말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했다.

백발에 흰 수염을 기른 모습으로 나타난 도밍고는 중후하고 깊은 중저음의 목소리에, 극적인 연기와 노래로 1만여 명의 관객들로부터 환호와 갈채를 받았다.

"바리톤과 테너 역할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그의 공언과는 달리 1부의 오페라 곡을 모두 바리톤 레퍼토리로 채웠고 일부 고음 대목에서는 다소 벅찬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특유의 열정적이고 카리스마 넘치는 무대 매너, 여전히 부드럽고 깨끗한 음색, 호소력 있는 연기로 아직 건재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2009년 테너에서 바리톤으로 음역을 낮춘 도밍고는 여전히 오페라 무대에 바리톤 역으로서는 '현역'이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소프라노 버지니아 톨라, 한국의 소프라노 박소영과 함께 2시간의 공연을 소화한 도밍고는 앙코르곡으로 국내에서 번안 가요로도 잘 알려진 멕시코 노래 '베사메무쵸'와 한국 가곡 '그리운 금강산' 등으로 팬서비스를 잊지 않았다.

이 스페인의 세계적 거장이 트로트를 연상케 하는 비트 있는 음악에 맞춰 감미로운 목소리로 "베사메무쵸∼"를 열창하자 관객들은 '떼창'으로 화답했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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