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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취재파일] 젊어서 외로운 남자, 늙어서 외로운 여자…재미있는 인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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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발생뉴스가 없었던 일요일, 내년부터 여성인구가 남성인구를 추월할 것이라는 한 언론사의 기사가 퍼나르기로 포털 뉴스코너를 도배하고 있었다. '사상 최초의 여초(女超)현상', '인구구조 대변혁'... 자극적인 글귀들이 난무했다. 그런데 이 내용은 통계청이 3년 전 발표한 '장래인구추계'에 고스란히 들어있는 것들이다. 소스는 조금 다르지만 2005년 인구주택총조사 때부터 이미 여성인구는 남성인구를 앞지르고 있었다.

다만 인구센서스를 보정한 인구추계의 수치가 내년에 처음으로 남녀 인구비중이 역전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성인구가 남성보다 1만명 가량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사실상 인구비중의 균형이 잡히는 셈이다. 3년 전 통계를 끄집어내 마치 새 것인양 기사를 쓴 쪽이나, 그걸 받아 톱뉴스로 장식한 다른 쪽이나 이해를 못하는 바는 아니다. 다른 뉴스거리가 별로 없었으니까... 인구 문제를 취재하면서 알게 된 재미있는 팩트 몇가지를 부연하고자 한다.

세계의 인구는 절묘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다. 아이 더 낳으면 큰 일 날 것처럼 산아제한을 하던 우리나라가 지금은 저출산을 우려하는 현실을 봐도 그렇다. 인구가 과하면 덜 낳는 쪽으로 기울 것이고, 인구가 적은 곳에서는 많이 낳으려 애쓸테니 인구 폭발로 지구가 자멸하는 날은 오지 않을 걸로 확신한다.

남녀 성비에 있어서도 기막힌 신의 섭리가 작용하고 있었다. 출생아의 숫자는 대부분 지역에서 남아가 여아보다 많다. 과거 우리처럼 남아 선호 사상이 있어서 불법 성감별이 이뤄지지 않는 한 남녀 출생비는 105:100 이 보통이다. 인구학자들은 104~107 을 정상 범위로 본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출생성비가 105.3 을 나타냈으니 남아 선호는 거의 없어졌다. 대신 여성의 기대수명은 남성보다 6.7년 가량 길다. 남자가 여자보다 먼저 죽는다는 얘기다.

태곳적 인간의 수명이 매우 짧을 때도 남성이 먼저 죽었다고 한다. 여성보다 신체가 변변치 못해서인지 어려서 병치레도 많고, 성장기에 위험한 놀이 하다가 사고로 죽기도 하고, 성년이 되면 전쟁터에 나가 적과 싸우다 죽었다. 일벌처럼 가족 건사하다가 힘에 부쳐 세상 등지기도 하고, 술과 노름에 빠져 제 몸 제대로 챙기지 못해 객사하기도 한다. 그래서 아무리 여성보다 출생을 많이 해도 천수를 누리지 못하고 먼저 가는게 남성이다. 전쟁과 질병이 현저하게 줄어든 현대에 와서도 '무병장수'의 혜택은 여성에게 먼저 돌아갔다. 아무리 의료, 복지 혜택을 골고루 줘도 여성보다 남성이 오래 사는 나라는 없는 게 현실이다.

이런 이유로 전체 남녀의 인구 비중은 거의 1:1에 수렴한다. 세계적으로 보면 신생아에서 40대까지는 남성의 인구가 많고, 50대를 넘어가면서 여성인구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다시 말하면 젊은이는 남성이, 노인은 여성이 많은 것이다. 이러다 보니 남성의 5% 정도는 젊어서 짝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일처다부제가 아닌 이상 숫자를 맞추기는 어렵다. 대신 장년층이 되면 여성이 외롭다. 고달프게 산 남편을 먼저 보내고 몇 년은 혼자 살아야 하는 것이다. 젊어서는 남자에게, 늙어서는 여자에게 외로움을 주는 것도 신이 내린 형평성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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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궁금증이 남았다. 왜 출생비율은 남성이 높은 걸까? 의학전문기자 후배에게 전화를 했다. 하지만 그 후배도 명쾌한 답을 찾아내지 못했다. 남아의 출생이 여아에 비해 많다는 것은 보고가 되었으나 생물학적으로, 의학적으로 그 이유가 밝혀지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여러 연구를 통해 가능성들은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진화론설과 염색체설이 있다고 전해 주었다. 인류가 멸종되지 않고 진화하는 과정에서 남성의 출생이 많아야 할 필요성이 있었거나, 인간의 염색체에 출생성비의 비밀이 숨어 있을 거라는 얘기다.

어떤 가설이 진실인지를 떠나 세상의 절반씩을 남녀가 각각 차지하게 만든 신의 섭리가 놀라울 따름이다. 몇몇 언론들이 떠든 것처럼 '심각한 여초현상', '인구 대변혁'은 오지 않는다. 지구에서 생존하기 위해 반드시 남성 혹은 여성으로 태어나야 할 특별한 이유가 생기지 않는 한, 남녀 성비 균형은 깨지지 않을 것이다. 설사 초고령 사회 진입으로 여성의 수명이 더 길어지더라도 여성인구가 남성보다 약간 많은 선에서 균형이 유지될 거라는게 대다수 인구학자들의 견해다.

[조정 기자 parisch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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