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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백화점 고급 식품관 경쟁…SSG(신세계)·펙(롯데)·고메이(한화갤러리아) 3파전 ‘후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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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위)고메이494(한화갤러리아 명품관)(아래)신세계푸드마켓(신세계백화점 명동 본점)


지난 11월 11일 오후 4시 한화갤러리아 명품관(압구정점)의 고급 식품관 고메이494. ‘빼빼로데이’였던 이날, 카트를 미는 주부들 손길이 유난히 분주했다. 백열전등이 적당히 밝은, 일명 ‘셀카 조명’ 아래 흠집 하나 없는 아기 머리통만 한 사과, 배들이 고급스럽게 진열돼 있다. 옆쪽으로는 바다를 건너온 생수 종류만 수십 개에 달한다. 식품관 중앙은 늦은 점심인지 이른 저녁인지를 즐기는 쇼핑객들로 테이블 300석이 그득 찼다. 국내 최초로 식료품점(Grocery)과 식당가(Restaurant)를 유기적으로 이어 만든 갤러리아 ‘그로서란트(Grocerant)’의 풍경이다.

백화점의 프리미엄(고급) 식품관 경쟁이 뜨겁다. 모바일·온라인으로 쇼핑 트렌드가 옮겨가는 상황에서 더 이상 명품과 패션만으론 집객이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운 게 다른 곳에선 볼 수 없는 고급 식자재를 모아놓은 프리미엄 식품관과 맛집이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10월 말 개장한 에비뉴엘 월드타워점 6층에 130년 전통의 이탈리아 고급 식품관 ‘펙(PECK)’을 오픈했다. 이탈리아 현지 매장과 동일한 종류의 식료품과 와인을 팔고 레스토랑 메뉴와 커피매장까지 현지 레시피(요리법)를 그대로 따왔다는 게 롯데 측 설명이다. 백화점 3사 중 대중성을 가장 강조해온 롯데가 ‘펙’을 연 것을 두고 업계에선 상당한 변화로 받아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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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펙(롯데백화점 에비뉴엘 월드타워점)


대중 백화점 강조해온 롯데

이태리 식음 브랜드 통째 들여와

내년 8월 뛰어드는 현대 ‘꼴찌’


신세계백화점도 지난 6월과 8월 부산 센텀시티점과 명동 본점의 식품관을 고급형으로 새단장했다. 2005년 본점 식품관이 문을 연 지 9년 만이다. 유기농으로 기른 농수축산 신선식품에 떡방, 장방, 술방 등 전통식품 전문관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차별화했다. 신세계 본점은 앞서 6월에는 유명 맛집이 모인 ‘고메스트리트’를, 7월에는 해외 유수 디저트카페가 들어찬 ‘스위트&기프트존’을 새롭게 오픈했다. 이로써 총 5000㎡(약 1500평)에 달하는 명동 본점 지하 1층 전체가 고급 식품관으로 거듭났다.

현대백화점도 프리미엄 식품관 경쟁에 뛰어들었다. 내년 8월 오픈 예정인 판교점에 이탈리아의 식품 매장 브랜드 ‘이틀리(EATALY)’ 입점 계약을 최근 체결했다. 이틀리는 2007년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시작된 식음 편집매장이다. 고기·과일·채소 등 식재료는 물론, 빵과 디저트류, 주방·조리기구와 그릇, 요리책까지 판매하는 올인원 매장으로 유명하다.

백화점 고급 식품관 경쟁은 한화갤러리아 명품관(압구정점)이 첫 테이프를 끊었다. 한화갤러리아 명품관은 2005년 8월 지하 1층 식품관 한편에 유기농 먹거리 등 고급 식재료를 파는 ‘고메 엠포리엄(Gourmet Emporium)’을 선보이며 백화점 식품관 고급화 바람에 불을 댕겼다. 이게 틈새를 넘어 주류가 된 것은 2012년 7월 신세계가 SSG 청담점을 선보이면서다. 같은 해 10월 한화갤러리아도 원조 명성을 뺏길세라 ‘고메이494’로 리뉴얼했다.

특히 고메이494는 식사를 하는 식당가와 식재료 쇼핑을 하는 식료품점 공간을 분리하지 않고 한데 합친 일명 ‘그로서란트’를 최초로 시도했다. 유명 맛집 메뉴는 물론 고객들이 직접 쇼핑한 식품도 매장 중앙에 있는 테이블에서 바로 먹을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 것. 덕분에 고메이494는 지난해 25%, 올해 17%의 매출 고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최근 문을 연 펙(롯데 월드타워점)과 리뉴얼을 끝마친 SSG(신세계 본점)도 식재료 쇼핑공간 바로 옆에 레스토랑 등 식당가를 유기적으로 연결시켜 놓았다는 점에서 그로서란트의 전형을 따랐다는 평가다.

신세계(SSG)와 한화갤러리아(고메이494) 양강구도였던 백화점 고급 식품관 경쟁에 롯데(펙)와 현대(이틀리)가 가세하면서 4파전이 됐다. 다만 현재까지는 신세계와 갤러리아 맞수전이 더 뜨겁다.

규모로는 신세계가 단연 앞선다. 신세계는 본점과 청담점에 각각 5000㎡에 달하는 푸드마켓을 운영하고 있다. 고메이494(3227㎡), 펙(830㎡)을 압도하며 이틀리(1980㎡, 예정)도 비교가 안 된다. 매장이 넓으니 품목 수도 당연히 신세계가 가장 많다. 신세계 푸드마켓은 약 2만5000개 식품을 취급해 고메이494(약 1만1000개)와 펙(325개)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고메이494는 그로서란트가 특유의 강점이다. 정육 코너에서 구매한 한우 등심을 바로 앞의 스테이크하우스에서 조리해 먹는 등 고객이 원하는 식재료와 요리를 동시에 제공하는 방식이 독보적이란 평가다. 고메이494는 이 같은 식음공간을 전체 면적의 57%(1841㎡)로 배분해 넉넉한 식사공간을 제공한다.

롯데는 고급 식품관 자체 집객력만 놓고 보면 신세계와 한화갤러리아에 크게 뒤처진다. 매장 크기나 품목 수가 가장 작고(SSG 대비 5~6분의 1) 명품관이 있는 에비뉴엘 6층에 위치해 있어 접근성도 다소 떨어진다. 롯데월드타워가 주차 예약제를 시행하고 있는 점도 자동차 쇼핑객들의 발길을 머뭇거리게 하는 요소다. 다만 와인 셀러만큼은 가장 크다. 총 1900종의 와인을 구비하고 있어, 한화갤러리아(1500점)와 신세계(본점 1200종)를 앞선다.

백화점들의 고급 식품관 경쟁이 치열하지만 전문가들의 평가는 박한 편이다. 최근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백화점의 구원투수가 되기는 역부족이라는 것. 박종대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식품은 백화점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높지 않아 큰 의미는 없어 보인다. 백화점들의 고급 식품관 경쟁은 성장 둔화 속도를 늦추기 위한 노력의 일환 정도로 보면 된다”고 일축한다.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 사진 :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783호(11.19~11.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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