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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생생中國] 되살아난 실크로드…G1 꿈 실현위한 경제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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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는 고대 중국과 서역(지금의 중앙아시아) 간 비단 등 다양한 상품을 실어 나르던 교역로를 말한다. 총길이가 6400㎞로 실크로드를 이용하면 중국 시안에서 신장위구르자치구를 지나 타클라마칸 사막의 남쪽이나 북쪽을 경유한 뒤 파미르 고원,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럽에까지 도달할 수 있다.

실크로드가 처음 열린 것은 기원전 2세기 한나라 무제 때로 기록돼 있다. 한 무제는 서역에 있는 국가들을 차례로 정복해 마침내 거의 서역 전역을 손에 넣었다. 서역으로 통하는 교역로를 완전히 장악한 후 중국 상품이 본격적으로 유럽으로 팔려나가기 시작했다. 특히 비단과 칠기, 도자기 등 상품과 화약, 제지의 제조기술이 유럽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유럽에서는 기린과 사자 등 동물과 말, 호두, 후추, 깨, 유리 제조기술 등이 중국으로 넘어왔다. 이후 오랜 기간 실크로드는 동서 문물 교류의 핵심적 통로가 됐다. 최고 전성기는 당나라 때였던 것으로 기록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한 이후 실크로드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시 주석이 중국의 핵심적인 대외 경제전략으로 천명한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를 통해서다. 여기서 말하는 ‘일대’는 하나의 지대, 즉 ‘원 벨트(one belt)’를 뜻한다. 구체적으로는 중국과 중앙아시아, 유럽을 연결하는 ‘실크로드 경제벨트’다. ‘일로’는 하나의 길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상을 통해 서남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21세기 해양 실크로드’ 구축 전략이다.

매경이코노미

중국과 중앙아시아·유럽 연결하는

육해상 실크로드 경제벨트 구축위해

실크로드 기금 400억달러 출연키로


시 주석은 지난해 9월 카자흐스탄에서 실크로드 경제벨트를, 10월에는 인도네시아에서 21세기 해양 실크로드 개념을 각각 처음으로 제시했다. 일대일로 전략을 통해 아시아 나아가 유럽까지를 하나의 시장으로 묶겠다는 원대한 구상이다.

시 주석이 고대 실크로드 개념을 현재에 다시 불러낸 이유는 무엇일까. 대국굴기 전략과 관계가 깊다. 1978년 개혁개방으로 성장세를 타기 시작한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급성장 계기를 마련했다. 2010년에는 경제 규모에서 일본을 제치고 미국과 함께 ‘G2’로서 세계 양강구도를 형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 중국의 비전은 바로 ‘G1’으로의 부상이다.

중국의 굴기에 위협을 느끼는 쪽은 단연 미국이다. 미국은 오바마 행정부 들어 중국 견제의 고삐를 당기고 있다.

그래도 시 주석은 미국을 넘어서는 방법으로 미국과 1 대 1로 맞붙어 싸우는 정공법을 택하지 않았다. 미국과 대결을 회피하면서 주변국과의 통합을 통해 중국을 포함한 유라시아 대륙의 세력을 중국 중심으로 키우는 우회로를 선택했다. 이게 바로 일대일로 전략의 핵심이다.

일대일로 전략은 중국 자체 역량을 키우는 데도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거대 인구를 보유한 중국은 적어도 앞으로 10년간은 자체 성장이 가능하다. 그러나 20~30년 뒤에도 이 같은 성장이 계속될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 우선 제조업 경쟁력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에너지 다소비 업종 위주 산업구조를 해결하지 않고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하기도 어렵다. 소비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고령화가 심화돼 소비도 결국은 둔화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중국 주변국 시장을 키워야 답이 나온다. 중앙아시아와 남아시아에는 인구가 많으면서도 발전 속도가 느린 국가가 수두룩하다. 중국이 그동안 모아 놓은 4조달러에 육박하는 외환보유액을 활용해 이런 나라들의 성장을 지원하면서 함께 열매를 따 먹겠다는 발상은 매우 현명한 생각이다.

이들을 끌어들일 수단도 구체화되고 있다. 자본금 500억달러 규모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비롯해 400억달러에 달하는 실크로드 기금, 50억달러 규모의 해상 실크로드 은행 등 설립 방안이 줄줄이 발표됐다. 우리는 중국이 주도하는 이런 거대 흐름에 잘 올라타야 한다. 중국이 넓혀가는 시장이 곧 우리의 시장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베이징 = 정혁훈 특파원 moneyju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783호(11.19~11.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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