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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류승룡은 어쩌다 평판 관리에 허점을 보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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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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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범석의 사이드미러] 배우 류승룡이 출연하지도 않은 MBC 예능 ‘라디오스타’ 때문에 난데없이 도마에 올랐다. 지난주 이 프로에 나온 과거 동료들의 발언에 하루아침에 의리 없는 사람으로 코너에 몰린 것이다. 요약하면 ‘뜬 다음 친구를 버릴 만큼 변했다’인데 연예계에 그런 인물이 어디 한둘인가 싶은데도 류승룡이 다소 과하게 여론의 회초리를 맞은 모양새다.

MC들이 신나게 물고 뜯은 뒤 적당히 포장해주는 ‘라디오스타’의 하이에나 컨셉트를 생각해보면 이날 김원해 이철민의 발언은 문제가 될 만큼 수위가 센 편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은 일제히 류승룡에게 실망했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소속사는 대응을 자제했지만 매니저의 어설픈 ‘쉴드성’ 인터뷰 때문에 결과적으로 불난 집에 선풍기를 튼 격이 됐다. 류승룡이 이렇게 짧은 시간에 비난의 아이콘이 된 건 대략 두 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본다.

첫째, 평소 마초 같은 강직한 이미지에 대한 일종의 배신감이다. 대중들에게 가식 보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준 류승룡은 스스로 의도했든 안 했든 지금껏 마초, 상남자의 이미지를 쌓아왔다. 덥수룩한 수염과 꾸밈없는 말투, 유머러스한 화법 등이 보는 이로 하여금 ‘저 사람은 왠지 신뢰감이 있고 속정이 깊을 것 같다’는 인상을 준 게 사실이다. 물론 이런 이미지는 그의 출연작 ‘내 아내의 모든 것’ ‘7번방의 선물’과도 무관치 않을 것이다.

그런 그가 5년 넘게 난타 극단에서 동고동락한 김원해와 연락을 끊고 살고, 대학 시절 단짝이던 이철민에게 면전에서 전화번호를 알려주지 않으며 상대를 무안하게 했다는 사실이 대중들에겐 다소 뜨악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여기에 김구라를 통해 라미란 등 과거 서울예대 선후배들의 비슷한 사례들이 추가 폭로되면서 그동안 호감으로 생각했던 류승룡에게 속았다는 낭패감이 들었을 게다.

둘째, 스타병에 대한 거부감이다. 대중들은 스타에 대해 선망과 질시라는 이중성을 갖고 있다. 스타의 우월한 외모와 능력, 재력을 한없이 부러워하면서도 어느 순간 도가 넘거나 실망스런 언행을 보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발톱을 드러내게 돼있다. 최근 노홍철 음주 사건에서 극명하게 나타난 원심력과 구심력의 공존이다.

로또 1등 당첨자가 가장 먼저 하는 건 전화번호를 바꾸는 일이다. 귀찮고 성가신 통화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그래도 어떻게 알았는지 각종 단체에서 기부를 부탁하고 친인척, 친구들의 민원이 쏟아지게 돼있다. 스타도 마찬가지다. 크고 작은 돈 부탁부터 ‘꽂아 달라’는 출연 청탁이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장진 사단에서 뜬 류승룡이 프레인TPC로 옮긴 뒤 가장 먼저 한 일도 다름 아닌 전번 교체였다.

이같은 전번 교체는 자질구레한 관계에서 벗어나 큰물에서 놀고 싶은 리셋 욕망과 관련있다. 하지만 이때 가장 중요한 건 과거와 지혜롭게 단절하는 테크닉이다. 상대가 무시 받거나 버림받았다는 좌절감을 느끼게 해선 치명적이다. 벤츠 자랑은 같은 오너들끼리 하면 되지 굳이 소나타 타는 친구 앞에서 그의 기를 죽일 필요가 없다. 남들 들어서 배 아픈 얘기는 아예 안 하는 게 상책이다.

직업상 남들보다 가까운 곳에서 류승룡을 지켜본 사람으로서 그가 ‘라디오스타’ 때문에 욕을 먹는 건 비합리적이고 가혹하다는 생각이다. 뒤늦게 뜬 스타치곤 아직 인간미가 남아 있고 천성적으로 결이 고운 사람이기 때문이다. 술을 안 마시는 그가 이번 일 때문에 김원해 이철민에게 소주를 사는 것도 별로 권하고 싶지 않다.

마흔이 넘으면 인맥 보다 평판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는 말이 있다. 가정을 꾸리고 사회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면 더더욱 입을 닫고 대신 지갑을 열어야 한다. 류승룡 같은 배우들이 평판 관리를 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현장에서 조단역, 스태프들을 진심으로 챙기는 거다. 결국 나를 도와주는 사람들인데 그들의 이름을 불러주고 조금만 겸손하게 배려해주면 100여명의 조단역, 스태프들이 뿔뿔이 다음 현장으로 흩어져 저절로 류승룡의 홍보맨으로 활약하기 때문이다.

‘아이들’ ‘최종병기 활’에서 류승룡과 작업해본 조단역과 스태프들에게 물었더니 아쉽게도 그를 따뜻하게 감싸주는 이가 많지 않았다. 어쩌면 그 당시만 해도 주위를 신경 쓸 여유가 부족했고, 어떻게 타인을 내 편으로 만드는지 서툴렀을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빼어난 연기가 퇴색되지 않도록 평판 관리에 나서보는 게 어떨까 싶다. 그러기 위해선 올해가 가기 전 은인인 장진 감독부터 찾아가 쌓인 오해와 앙금을 털어내면 어떨까.

bskim012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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