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포트> 젊은 농부들의 ‘참신한’ 귀농…‘과일+스토리=매출’ 법칙을 따라라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 키위가 담긴 상자가 가판대에 여기저기 쌓여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키위 상자 앞을 기웃거린다. “맛도 좋고 몸에 좋은 키위 사세요.” 손님의 발길을 붙잡으려는 한 마디. 가판대를 둘러보던 손님이 키위를 한차례 만져보더니 이내 자리를 뜬다.

# 차곡차곡 상자가 정리된 다른 가판대. 대문짝만한 팻말이 눈에 띈다.

‘키위 먹고 이효리 몸매를 만들어 보자’

청년농부 5인방 ‘다바른’

늘씬한 각선미를 뽐내는 사진 속의 이효리가 나를 보며 웃고 있다. 그 틈을 비집고 훅 치고 들어오는 한 마디. “키위 다이어트 해보셨어요?” 그러고 보니 유명 연예인이 TV방송에 나와 다이어트 비법으로 키위를 소개했던 것 같다. 어느새 가판대에 몰려든 여성 손님들이 ‘간식으로 키위를 먹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트랜디한 포장백에 담긴 키위는 더 맛있어 보이기까지 한다.

우리나라 1호 농촌기획자 박종범(34) 씨가 제안하는 ‘낯설게 보기’ 기법이다. 그는 키위를 과일이 아닌 다이어트 식품으로 접근했다. 그러자 9.5배 정도 더 많은 키위가 판매됐다. 키위에 이야기만 덧입혔는데도 키위의 가치가 9.5배나 커진 셈이다.

국내1호 농촌기획자 박종범 씨

연 수십억대의 매출을 기록하는 젊은 농부들의 ‘농작물’에는 이처럼 이야기가 있다. 한 손에는 PC태블릿을, 다른 한 손에는 채소를 쥔 청년농부 5인방 ‘다바른(Different, But Right)’은 “건강과 나눔을 담는 꾸러미”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제철 채소들을 담은 ‘스트롱 박스(Strong Box)’를 기획했다. 싱싱한 샐러드를 정기적으로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싱싱한 파프리카, 취나물, 유정란, 홍미 등이 지정된 날짜에 집으로 배달된다.

명절에는 고소한 견과류를 종류별로 투명한 용기에 담은 ‘스트롱 넛츠(Strong Nuts)’ 상품이 인기리에 팔렸다. 채소와 너츠, 달걀 등 ‘스트롱 시리즈’를 기획 중인 신동호 씨는 “‘스트롱’이라는 의미에는 건강한 땅에서 건강하게 자란 농작물이라는 생각도 들고 또 이 농작물을 먹고 건강해진다는 의미도 연상시킨다”고 말했다. 견과류에 건강이라는 소재를 덧입히니 상품의 가치가 오른다는 설명이다.

‘마 캐는 젊은 농부’ 유화성 씨

‘마 캐는 젊은 농부’ 유화성(32) 씨는 마와 우엉을 재배하면서 전문성과 젊음으로 승부한 케이스다. 그는 한국농수산대학교에서 공부하면서 영농에 과학을 덧입히는 기술을 익혔다. 맛과 향을 놓치지 않은 ‘볶은 우엉차’가 대표적인 상품이다. ‘마 캐는 젊은 농부’ 홈페이지에는 요구르트부터 바나나까지 마와 함께 먹을 수 있는 ‘마 스무디’ 레시피가 소개돼 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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