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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공공기관 취업 준비하는 대졸자들의 하소연 “경력·경단녀·고졸 우선 배정…계약직만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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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공고 233건 중 정규직은 77건에 불과 ‘좁은 문’

공기업·준정부기관에서도 신입사원 채용 중 계약직·시간선택제 비중이 높다. 안정적인 ‘정규직’에 목을 매고 있는 취업준비생들은 공기업마저 비정규직이 많다고 비판한다. 지원자는 많고, 채용인원은 적어 취업준비생 사이에서는 “좁은 문이 더 좁아졌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23일자로 회원 수가 39만2710명인 다음 카페 ‘공공기관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모임(공준모)’엔 하루 2~3개씩 공기업·준정부기관의 채용공고가 게시된다. 지난달 1일 이후 채용공고가 발표된 32개 기관 중 시간선택제(경력단절여성 대상)·청년인턴직 등이나 경력직·관련 자격증 소지자·석사 학위 소지자 등 제한 자격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4년제 대학 졸업생이 정규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곳은 9곳이었다. 네이버 카페 공준모엔 지난 10월 이후 44개 채용공고가 올라왔고 이 중 10개만 지원자격 제한이 없는 채용이었다.

지난 6일 한 공공기관의 채용공고가 올라온 이후 “대졸자는 무기계약직 말곤 쓸 데가 없다”는 불만 섞인 댓글들이 수십개 달렸다. 기술·연구교수 등 전문직을 제외하고 취준생들이 응시할 수 있는 행정·사무직 중 행정직은 시간선택제(경력단절여성), 경력자와 고졸 취준생으로 제한을 뒀다. 사무직은 무기계약직을 뽑았다. 신입사원으로 선발되더라도 인턴 공개경쟁을 통과하지 못한 약 25%는 정규직 전환이 어렵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로 확인한 결과 지난 1일부터 진행 중이거나 마감된 공공기관 채용 233건 중 정규직 채용은 77건, 계약직 채용은 156건이었다.

지난 2월부터 공기업 채용시험을 준비해온 김모씨(27)는 “최근 일반 행정·사무직 등을 준비하는 취준생들은 시간선택제나 경력직을 거르고 나면 쓸 곳이 없다”며 “무기계약직의 처우가 좋지 않다는 얘긴 익히 알려진 것인데 어느 대졸자가 기분 좋게 지원하겠느냐”라고 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시간선택제나 경력직 채용 등이 청년 신규 일자리를 줄인다는 것은 통계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으나, 청년 고용이 늘지 않는다는 불만은 분명하고 앞으로도 늘어날 가능성은 작다”며 “경력단절·사회적 약자를 배려함과 동시에 청년 세대가 희망을 가질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했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고졸채용 20%, 시간선택제 3% 등 정부정책에 따라 운영하고 있다”며 “해마다 채용인원이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공기업 수험생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을 알지만 기관 입장에선 여러 상황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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